오늘날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국론 분열과 다양한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으로부터 국론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 의식을 일깨울 수 있겠는가? 과거 우리 민족이 고난 중에 어떻게 국난을 극복했으며 어떻게 하나 될 수 있었는지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동시에 지난 역사에서 약점을 발견하고 대안을 모색하여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올해로 138년을 맞이한다. 이 역사 속에는 선교, 교육, 의료, 인권, 문화, 민주주의 등 대한민국을 향한 하나님의 숨결과 손길이 그대로 묻어 있다. 그 역사를 올곧이 바라보자는 말은 지난날의 번영과 영향력을 회상하자는 뜻이 아니라 오늘날 교회가 당면한 문제와 상황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출발점으로 삼자는 뜻이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기독교 역사 유물과 사료들을 한데 모아 기독교 박물관을 건립하자는 안이 여러 번 제기되었으나 아직까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성장과 성공에 몰두한 나머지, 역사의식의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정동제일교회는 138년 전 아펜젤러 선교사가 세운 개신교 최초의 교회이며, 1897년 개신교 최초의 서양식 건축양식으로 세워진 벧엘 예배당을 소유하고 있다. 교회의 장구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민족 지도자들도 배출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정동제일교회의 역사는 한국 기독교의 역사이고, 우리 민족의 역사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역사이다.
정동제일교회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수장고를 설치해 보관하고 있으며 자체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교회 내 조직으로 역사편찬위원회를 두어 역사 학술포럼 등을 통해 성도들의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125년사를 비롯한 교회의 발자취, 최병헌 목사의 사상집, 3·1운동과 정동제일교회 등 역사의 기록을 책으로 출간하였다. 이러한 자료들은 한국교회사 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었다.
특별히 2023년에는 수장고의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1월에는 정동 역사관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오픈할 예정이다. 새롭게 단장될 정동 역사관은 138년의 역사를 아주 간결하게 정리하되, 그 안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다. 대개 교회 역사관은 특정 인물의 공로를 밝히는 데 치중하거나 연대기적으로 교회 성장을 나열하는 것이 보통이나, 정동 역사관은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하나님께서 이 땅과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하셨으며, 교회와 민족을 어떻게 부르셨고, 어떻게 쓰셨으며, 어떻게 순종했는지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특별히 다음 세대와 일반인들에게 대한민국의 기초와 독립, 민주주의와 인권, 교육과 병원 등이 어디서 어떻게 출발했고 이루어졌는지 알게 하려고 한다.
사회통합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교회가 맞이한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근원으로, 다시 본질로 돌아가자고 이곳저곳에서 말한다. 이 외침이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성찰의 자세로 다시 역사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