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챗GPT’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AI를 기반으로 한 여러 기술이 등장했지만, 2022년 말에 등장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는 출시 2개월 만인 지난 1월에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 1억 명을 달성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학술 논문, 설교, 심지어 소설과 시를 써내는 챗GPT의 능력에 놀라워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챗GPT 때문에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AI가 발전하면 번역가, 교수와 교사, 언론인과 배우, 음악가, 판사와 검사, 변호사까지 챗GPT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은 군비경쟁도 가열시키고 있다. 이른바 자율형 무기체계 또는 ‘킬러 로봇’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얼마 전 북한의 무인항공기가 서울 상공을 헤집고 다녔다고 해서 화들짝 놀란 일이 있었다. 간첩이 휴전선을 몰래 넘어왔다거나, 밤에 배를 타고 남한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선사시대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간 인류의 문명사적 전환은 몇 차례에 걸친 일종의 기술혁신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은 어쩌면 지금까지 인류가 겪었던 그 어떤 문명사적 전환보다 결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런 경이로운 기술들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개발되고 있어, 우리의 삶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엄청난 속도의 AI 기술혁신에는 우리의 삶을 위협할 부정적인 요소도 많아 보인다. ‘영어(문자) 제국주의’, ‘지식의 획일화’, ‘가짜정보의 확산’, ‘신원 도용과 해킹’, ‘감시 자본주의’ 등의 문제가 바로 그 예이다. 이미 위키피디아 문서의 상당수를 영어가 장악한 점은 ‘영어 제국주의’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하버드대학교 주보프(Shoshana Zuboff) 교수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이 인간의 활동을 추적하고 조작할 수 있다며 ‘감시 자본주의’의 그늘을 심각하게 경고한다.
AI로 인한 여러 가지 급격한 변화, 이에 대한 물음과 우려가 우리를 둘러싼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실 AI 시대에 요청되는 능력은 기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지능이 아니다. 정확하고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묻는 만큼 정보를 얻고, 묻는 방향에 따라 정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존재물음에 대해 그 어떤 답도 제시할 수 없다.
마틴 하이데거는 물음을 ‘사유의 경건함’이라고 규정했다. 물음에 의해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 때문이다. 사유의 경건으로서의 물음을 우리는 종교적 물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물음에 AI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인류가 그동안 경험하고 쌓아온 정보와 지식만을 반복할 뿐이다. AI가 제시하는 정보와 지식이 윤리가 되고 지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물음이 미래를 위한 사유의 경건함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