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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2022년 12월호)

 

  소리 죽인 한숨, 고요한 탄식- 이태원 참사를 슬퍼하며
  

본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세월호라는 치명적 경험을 겪은 한국 사회에서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우리네 삶의 현장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이태원 군중 참사는 우리의 숨을 멎게 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희생되고 박탈되는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이번에 발생한 충격적인 참사 앞에서 말을 잃게 된다. 성령의 탄식 소리가 들리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이다.
우리 사회가 안전한 곳이 아니라 지금도 ‘위험’을 두려워해야 하는 불안한 사회임이 자명해졌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위험과 불안이 증대된다는 ‘위험사회론’을 주장했다. 『위험사회』에서 그는 ‘안전’의 가치가 ‘평등’의 가치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보며, “부(富)에는 차별이 있지만 스모그에는 차별이 없다.”라는 비유로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위험이 평준화될 것이라고 했다. 위험사회가 도래하기 이전에는 사회변화의 동력이 경제적 불평등이나 빈곤에 의한 ‘나는 배고프다’라는 생각이었다면, 위험사회에서는 ‘나는 불안하다’라는 생각이 자리잡는다고 했다. 그는 21세기의 위험은 ‘danger’가 아니라 ‘risk’가 될 것이라고 하며, 자연재해 같은 불가항력적 재난(danger)보다 정치·경제·사회적인 환경과 결합되어 나타나는 재난(risk)의 위기를 강조했다. 벡은 이것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산된 위험’(manufactured risk), ‘생산된 불확실성’ (manufactured uncertainty)이라고 불렀다. 세월호 참사 후 방한한 벡은 “다시 사안이 잠잠해지면 정치인들은 또다시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겠지만, 우리가 겪은 위험은 사라지지 않았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예지(豫知)는 적중했다.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650만 명이 넘는 생명을 앗아갔고 1,500만 명 이상의 초과사망을 불러온 코로나19 역시 생태계 파괴로 발생한 ‘생산된 위험’이다.
울리히 벡은 국가가 모든 권력을 쥐고 주요 사안을 판단하는 국가주의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극복할 이상적 대안으로 ‘성찰적 근대화’를 설파했다. ‘성찰적 근대화’(reflexive modernization)란 위험 대비를 포함한 모든 사안을 국가와 전문가만 독점하지 말고, 시민들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공론장을 만들어 해결하려는 협치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벡은 시민들이 이기와 반목, 외면과 혐오가 아니라 믿음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흐의 명작 〈소리 죽인 한숨, 고요한 탄식〉은 슬픔에 휩싸여 버림받은 영혼의 고뇌를 고통스럽게 노래하며, 체념과 공포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외롭게 터져 나오는 한숨과 탄식을 그린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 노래는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시길 간절히 소망하며 끝을 맺는다. 이처럼 탄식은 현재의 고난과 미래의 소망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성령의 탄식은 우리의 연약함을 도와 강하게 하시며,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는 우리가 기도할 수 있도록 간절함을 가진 탄식이다. 우리의 탄식도 미래의 소망을 담은 간절함이 되길 바란다. 인간의 억울한 고통, 그 슬픈 역사의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은 분주하게 일하신다.

 
 
 

2023년 1월호(통권 7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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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252
무공감(無共感), 무자비(無慈悲)

누가복음에만 실린 이야기가 있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다. 부자는 풍요하고 호화롭게 살다가 죽어 지옥에 떨어졌고, 거지는 비참하게 살다가 죽어 아브라함 품에 안겼다. 부자가 고통당하다가 눈을 들어보니, 자기 집 대문 앞에서 빌어먹던 거지가 아브라함과 함께 있었다. 부자는 소리 질렀다. “조상님, ...

서진한 | 2023년 01월
열람중
소리 죽인 한숨, 고요한 탄식- 이태원 참사를 슬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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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엽 | 2022년 12월
250
왜 팔레스타인 땅에 올리브나무를 심는가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이 함께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지역에 1948년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세웠다. 유엔은 팔레스타인 영토의 많은 부분을 이스라엘에 주었다. 그후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자국 군대를 팔레스타인 영토에도 주둔시키고 있다. 점령군이다. 이번에 독일 카를스루에...
김흥수 | 2022년 11월
249
종교개혁: 함께, 바르게 걸어야 할 길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떠들썩하게 보낸 기억이 아스라하다. 한국교회에 어떤 새로운 변화와 개혁이 있었는지 곰곰이 되짚어 봐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루터나 칼뱅 같은 개혁자들이 오늘 한국교회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괜히 궁금하다. ‘아! 바로 이런 모습을 기대했어!’라고 말할까, 아니면 ‘어! 이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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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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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은 | 2022년 9월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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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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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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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공동의 기억’이라고 했던가. 필자는 전쟁 이후 세대임에도 6월이면 자연스레 한국전쟁의 아픔이 마치 나의 경험처럼 되살아난다. 교육과 문화를 통해 한국전쟁이 내 안에 스며들고 내면화되어 기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전쟁은 전쟁 세대만의 경험이 아니라 한반도 모든 이...
박경수 | 2022년 6월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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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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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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