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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2020년 9월호)

 

  비대면 시대의 교단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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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 경제학에서 ‘그레샴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과거 은으로 만든 동전을 화폐로 사용하던 시기에 사람들은 순도가 높은 은화는 자기 집 장롱에 모아두고 순도가 낮은 은화만을 사용하려 했다. 그래서 시장에는 온통 악화만이 유통되었다. 결론적으로 악화(bad money)가 양화(good money)를 시장에서 몰아내는(drive out) 형국이 되어버렸다.
일부 목사나 교회의 잘못된 모습으로 인해 교회 전체는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로 인해 교회에 대한 비난은 극에 달하는 듯하다. 그리고 교회에 관한 나쁜 뉴스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삽시간에 널리 퍼진다. 하지만 사회에서 회자되는 나쁜 소식들이 결코 교회의 전부는 아니다. 나쁜 소식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기사거리가 되기 때문에 훨씬 더 빨리 주요하게 다뤄질 뿐이다.
교회의 나쁜 소식만을 주요하게 다루려는 언론들의 보도 행태나 비난만을 일삼는 여론을 탓하자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교회의 나쁜 소식들로 인해 선한 일을 추구하려는 동력을 상실하거나 자포자기하지 말자는 뜻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교회들은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 물질만을 좇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소소하게나마 이 땅에 정의를 심고 하나님의 사랑을 이웃과 나누려고 애쓰고 있다. 다만 성서의 말씀대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고(마 6:1-4), 주어진 일을 당연히 한다는 자세(마 25:35-40)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이 널리 퍼지지 않을 뿐이다.
그레샴의 법칙에서 양화는 숨겨두고 악화를 유통시키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잘못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시장에 악화가 유통될 때 선뜻 양화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빛이요 소금’(마 5:13-14)인 우리 기독교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만 손해보는 듯한 행위가, 그런 용기와 결단이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자면, 사람들의 이기심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화폐 주조국에서 순도가 떨어지는 불량 은화를 생산한 자체가 문제의 발단이요 본질이다. 이를 교훈삼아 개 교회의 여러 상위 조직에서는 불량 은화의 제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양질의 은화를 제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법과 제도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매년 열리는 교단별 총회에서 이러한 작업은 일정 정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열리는 각 교단 총회에서는 교인 감소, 헌금 감소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의 생존 방안과 대응책 등이 논의되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많은 모임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릴 기술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교회에 주어진 여러 사명과 역할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다시 말해 비대면 시대에 어떤 양화를 어떻게 유통시킬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커다란 변화 앞에서 교회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며, 이를 오늘날의 시대에 어떻게 담아낼지를 깊이 고민할 때이다.

 
 
 

2020년 9월호(통권 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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