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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2019년 10월호)

 

  독일 통일 30주년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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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동서 베를린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무너지는 날, 나는 독일 함부르크에 있었다. 당사자인 독일 사람들은 물론, 어쩌면 지구 위에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독일 통일을 현지에서 같이 경험하였다. 역사의 전환은 기획되거나 계획된 대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처럼 보이는 ‘(카이로스적) 사건’으로 촉발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독일 통일 후, 평화통일운동을 해온 한국교회는 물론이거니와 여러 학술단체와 시민단체들, 심지어는 정부도 나서서 독일 통일로부터 교훈을 얻으려 했다.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이렇게 조언했다: ‘일방적인 흡수통일은 안 된다’, ‘서독 같은 경제 강국도 통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남북의 통일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옛 동독인들에 대한 서독인들의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다 맞는 말이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우리가 배우고 한국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지만, 독일의 통일 경험은 중요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특별히 통일 이후 30년 동안 지속된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만이 아니라, 분단 후 통일까지 44년간 이어진 동서독의 교류, 그리고 화해를 위한 정부 간, 교회 간 협력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한반도의 상황이 통일은커녕, 평화의 길조차 요원하다는 것이다. 주변 강대국, 특히 미국과 일본, 중국의 입김에 이리저리 흔들리기 때문이다. 남한 정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은데, 북한의 대남 비난도 사태를 종잡을 수 없게 한다. 혹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럭비공 같은 성격이나 비즈니스 마인드, 노벨 평화상에 대한 욕구, 재선 타이밍 등을 들어 북미관계, 남북관계 개선을 낙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남북의 분단 상황이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는 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변 강대국들은 분단 상황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 내부의 상황은 어떤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이나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일본과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과정에서 드러나듯이, 남한 정부는 대북 협상에서 미국의 간섭과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제한 압박에 타격을 받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남한을 종속변수처럼 여기고 행동한다. 숨이 막히고 속이 타는 것 같다. 조속한 시일 안에 통일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고, 또 그걸 기대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전쟁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올해는 독일 통일 30년이 되는 해이지만,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건국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통일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립이 더 절실하다. 자립, 자주, 자결의 힘 없이 어떻게 평화통일이 가능하겠는가?
그러나 역사의 변화는, 앞서 언급했듯 기획되거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열려 있고, 카이로스는 예상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사건이기에, 우리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계 22:20)

 
 
 

2020년 4월호(통권 7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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