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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3년 11월호)

 

  방대한 선교사 자료 속에서 찾아낸 6·25전쟁 시기 미국 선교사의 역할
  카이 인 앨리슨 헤이가, 박상명 옮김, 『6·25전쟁과 미국 선교사』(북코리아, 2023)

본문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73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정전협정을 맺은 지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보았을 때 전쟁은 끝난 것 같지 않다. 이를 두고 인류학자 권헌익은 ‘역사가 되길 거부하는 예외적인 사건’이라 부른다.1 6·25전쟁은 내전과 국제전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전쟁이다.
이처럼 6·25전쟁은 민족사적, 세계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전쟁 발발 직후부터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관련 연구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밝혀야 할 내용이 많이 남아 있다. 전쟁 이후 한반도의 분단은 고착화되었고, 남북한 정부는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전부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다. 여전히 6·25전쟁에 대한 남북한 인식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25전쟁에 대한 연구는 전쟁 발발 직후에는 국내에서의 학문적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주로 국외에서 이루어졌다. 민간 차원의 국내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며,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전문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어 1991년 구소련의 해체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새로운 관점의 연구들이 생산되었다. 즉 국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6·25전쟁 연구는 구소련 문서 공개로 인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었고, 국내에서는 전쟁의 기원과 책임 문제의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전쟁 경험과 기억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6·25전쟁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한 조명 또한 다각도로 이루어졌다. 그동안 연구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첫째는 한국전쟁이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한국전쟁 중에 한국교회, 선교사, 세계교회 등이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다룬 것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전쟁 동안 기독교인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동시에 기독교인이 입은 희생에 대한 것이었다.
첫 번째 경우는 한국전쟁 이후 한국교회에 나타난 현상으로서, 전투적 반공주의, 피난민 교회의 설립, 신흥 종파의 형성, 교회의 분열, 교회 지도력의 변화, 선교 지역의 분할 구도 해체, 북한교회의 말살 등이었다. 두 번째 경우는 전시 중의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서, 선교사의 활동, 포로 선교,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비롯한 많은 세계 기독교 단체의 원조 활동, 한국전쟁에 대한 북미교회와 중국교회의 이해 등에 관한 것이었다. 마지막의 경우에는 전시 중에 발생한 민간인 학살과 기독교인의 관계, 기독교인들의 희생에 대한 기록상의 오류 등을 지적한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연구 영역은 한국전쟁이 기독교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처럼 많은 연구 성과가 축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6·25전쟁 시기 외국 선교사들의 활동에 관한 연구는 진전되지 않았다. 사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자료의 발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틈새를 메꾸어준 연구가 카이 인 앨리슨 헤이가의 책이다. 올해 발간된 이 책은 헤이가의 2007년 윌리엄 앤 메리대학교(Collage of William & Mary) 역사학 박사학위 논문 “An Overlooked Dimension of the Korean war: The Role of Christianity and American Missionaries in the Rise of Korean Nationalism, Anti-Colonialism, and Eventual Civil War, 1884-1953”(6·25전쟁의 간과된 측면: 한국의 민족주의 발흥과 반식민주의, 그리고 마침내 발생한 내전에서 기독교와 미국 선교사들의 역할, 1884-1953)을 번역한 것이다. 논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5년 이상이 지나서야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의 번역 기획으로 출판된 것이다. 이렇듯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출간된 이 책은 번역서이기는 하지만 저자 헤이가, 번역자 박상명, 그리고 감수자 박명수 등이 장기간 논의하여 만들어낸 총 555쪽에 달하는 최신 연구서이기도 하다.
저자 헤이가는 1972년 중국 광저우 출신으로, 1995년 홍콩대학교에서 미국학으로 학사를 취득한 후 홍콩 최초로 미 국무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 후 윌리엄 앤 메리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2008년 타이완의 국립순얏대학교(National Sun Yar-Sen University)로 왔다. 현재는 이 학교 사회과학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학 시절에 그녀는 원래 미국의 중국 선교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료를 수집하던 중 대니얼 M. 데이비스의 “Building a City on a Hill in Korea: The Work of Henry G. Appenzeller”라는 연구논문을 읽고 자극을 받아 한국에 온 외국 선교사들의 발자취, 특히 6·25전쟁 시기 미국 선교사들의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 후 10년 만에 결실을 맺어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 것이다.
헤이가의 열정에 의해 탄생한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6·25전쟁 이전 한국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개항 이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이 된 후 남한과 북한의 기독교 제 양상, 그리고 기독교를 통한 한미 간의 유대 등에 대해서 살폈다. 개항 이후 한미관계가 공식적으로 성립된 후 미국 선교사의 입국과 활동이 이루어졌다는 점, 1905년 을사조약으로 한미 간의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비공식적인 관계가 미국 선교사에 의해 지속됨으로써 한국과 미국의 유대 관계가 지속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한국인들은 개인 구원의 메시지를 정치적인 설교로 전환시킴으로써 많은 한국인들에게 민족의식을 불어 넣어주었고,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 호의적인 인식을 가지게 함으로써 개인과 국가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미국이라고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해방 이후 북한의 건국준비위원회에서 활약한 기독교인들, 기독교인들과 북한 공산정권과의 정치적 충돌, 북한 기독교인들의 월남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어 해방 이후 남한에서의 미군정, 다시 돌아온 미국 선교사들과 그의 자녀들,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부상한 기독교인들에 대해서 다루었다. 마지막으로는 트루먼 대통령의 서구 기독교동맹 구축 정책과 한미 간의 기독교를 통한 유대 관계 강화 등을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6·25전쟁의 발발, 전개, 그리고 결과 등과 관련해서 미국 선교사의 역할과 기독교의 중요성에 대해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는 6·25전쟁 발발 직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목사 밥피어스와 존 포스터 덜레스가 미국 선교사들, 미국교회 지도자들과 연대해서 전쟁을 종교적인 전쟁으로 규정했다는 것과, 전쟁 초기 미국 선교사와 그의 자녀들의 활동을 다루었다. 예를 들어 서울 탈환 과정에서 전사한 선교사 자녀 빌 쇼, 인천상륙작전 당시 해군 장교였던 호레이스 G. 언더우드, 프랜시스 킨슬러와 해리 힐의 활약 등에 대해 다루었다. 전쟁 전개 과정에서 서울 수복 이후 북한에 도착한 미국 선교사들은 북한군에 의해 처형된 많은 사람들을 목격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며, 선교사 볼켈은 학살 관련 보고서를 장로교의 「라이프」 혹은 「타임」 등에 실어 이를 해외에 알렸음을 밝히고 있다. 북한에서 철수할 때 미국 선교사들은 기독교인들을 탈출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1·4 후퇴 이후 서울에서 남하하는 기독교인들에 대해서 미국 선교사들은 트럭, 기차, 배 등을 이용해서 피난을 도왔고 외신들은 기사 작성을 할 때 미국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았으며, 미국 선교사들은 구호프로젝트를 수립 및 실천에 옮겼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형 텐트를 설치하여 피난민 교회, 구호소, 응급처치센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기본 의약품을 각 군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을 위한 전향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영했던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이와 같은 미국 선교사들의 활약으로 한국 기독교는 남한에서 가장 유력한 정치적, 도덕적 세력으로 부상했고, 가장 강력한 반공세력이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하였다. 또한 저자는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기독교는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고, 한국교회는 미국교회로부터 이처럼 많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즉 미국교회로부터의 방대한 재정적 지원은 한국교회의 성장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헤이가가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선교사들의 활동과 관련된 자료를 다량 발굴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6·25전쟁에 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획기적으로 전환된 것은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새로운 연구방법의 적용 덕분이었다. 1990년대 이후 러시아의 옛 소련 문서 공개로 인하여 국제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6·25전쟁 연구가 이루어졌고, 연구 방법도 거시사에서 미시사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전환에 따라 구술사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와 같은 연구방법론의 확장으로 다양한 관점과 주제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새로운 사료가 발굴되고, 구술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헤이가의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미국의 주요 교회 문서보관소들과 대통령 문서보관소에서 관련 자료들을 발굴하였다. 장로교역사학회 기록물(Presbyterian Historical Society, Philadelphia, Pennsylvania), 연합감리교회 기록보관소(United Methodist Church Archive, Drew University), 해리 트루먼 도서관(Harry S. Truman Presidential Library),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도서관(Dwight D. Eisenhower Presidential Library), 실리 G. 머드 도서관(Seeley Mudd Library), 칼리지파크의 국립문서보관소(United State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 Service), 노폭의 맥아더기념관(The MacArthur Memorial, Norfolk, Virginia) 등이었다. 이러한 성실한 자료 발굴로 헤이가는 6·25전쟁 시기 미국 선교사의 역할을 생동감 있게 그릴 수 있었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자료 활용에 의해 완성된 이 책은 내전이자 국제전이기도 한 6·25 전쟁사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연구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의 관점에 대한 것이다. 헤이가는 6·25전쟁 시기에 있었던 강력한 반공사상의 전파, 미국 선교사들과 미국교회의 구호활동 등을 기반으로 한국 기독교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부상하였고 나아가 한국 근대화의 주요한 동력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기독교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었던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예를 들어 강력한 반공주의와 친미적 성격을 들 수 있다. 6·25 전쟁을 경험한 후 기독교인들은 공산주의를 세상에서 전멸시켜야 하는 사탄으로 규정하였다. 즉 기독교인들에게 반공주의는 절대적인 신념이 되었고, 공산주의는 세상에서 공존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었다. 그리고 미국 선교사와 미국교회의 적극적인 역할로 인해 한국 기독교는 친미적인 기독교가 되었고, 오늘날까지 미국을 비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고찰했더라면 더 완성도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이가의 책은 6·25전쟁과 기독교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주(註)
1 권헌익 지음, 정소영 옮김, 『전쟁과 가족: 가족의 눈으로 본 한국전쟁』(창비, 2020).


윤정란|숭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일제시대 한국기독교 여성운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여성, 종교(기독교), 항일운동, 한국전쟁 등에 관련된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저서로 『한국전쟁과 기독교』, 『왕비로 보는 조선왕조』 등이 있다. 현재 숭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4년 1월호(통권 7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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