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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3년 10월호)

 

  철학과 종교, 만남의 시작
  박승찬, 『신 앞에 선 인간』(21세기북스, 2023)

본문

 

1.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과 종교의 만남이 시작되는 1-8세기의 기독교 사상가들을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당대의 철학으로 신학을 해석하고자 했던 사도 바울, 플로티노스, 오리게네스, 아우구스티누스, 보에티우스를 선정해 철학과 종교의 만남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는 철학과 종교의 만남을 “신 앞에 선 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으로 표현했다. 먼저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 후에 책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2.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그리스도교를 세계종교로 성장시키다”라는 제목으로 사도 바울(Paul the Apostle, 5-64/65)에 대해 다룬다. 바울은 기독교의 박해자였지만, 다마스쿠스 체험 이후 이방인을 향하여 열정적인 선교 활동을 했다. 특히 바울은 기독교를 당대의 학문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저자는 바울을 “그리스도교를 세계종교로 성장시킨 장본인”으로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울로는 이미 본 바와 같이 아테네의 아레오파고 법정에서의 연설을 통해서, 그리고 수많은 그의 서간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설명하고 그리스 철학의 표상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그는 그리스도교를 어리석다고 판단하는 이 세상의 지혜를 비판하지만, 그것을 그 자체로서는 인정하며 그리스도교의 전파에 활용했던 것이다.”(57쪽) 결론적으로 바울은 세상의 학문(철학)을 무분별하게 쫓아가거나 배척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혜롭게 활용해 복음을 전했던 것이다.
2부는 “사상과 학문의 원천, 신플라톤주의”라는 제목으로 플로티노스(Plotinos, 204/205-270)에 대해 다룬다. 플로티노스는 로마제국의 쇠퇴기에 활동한 금욕의 철학자로 신플라톤주의자라고 불린다. 플로티노스는 스스로를 플라톤 철학의 충실한 계승자로 여겼지만, 학계에서는 플라톤 사상을 발전시킨 사람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는 유출설을 주장했고, 신을 닮는 것을 인간의 목표로 보았다. 악을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으로 보았는데, 이 사상은 후대의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영향을 미쳤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로티노스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오류의 구름을 말끔히 걷어내는 플라톤의 언변, 철학 전반에 걸쳐 가장 순수하고 해박한 능력이 유독 플로티노스에서 빛을 발했으니… 그는 그의 스승과 동등하게 평판을 받았다.”(106쪽)
3부는 “철학의 힘으로 뻗어나간 그리스도교”라는 제목으로 오리게네스(Origenes, 185-254)에 대해 다룬다. 오리게네스는 18세에 알렉산드리아 교리학교의 교장으로 임명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그는 2,000여 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250년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 때 고문을 받았고, 그로부터 4년 뒤에 죽었다. 오리게네스는 신앙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았으며, 신플라톤주의자인 암모니오스 사카스의 강의를 통해 플라톤 철학의 잠재력을 깨닫게 되었다.
당대에 기독교를 비판했던 대표적 인물인 켈수스는 기독교를 전통 철학에 비해 열등하고 모순적이며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오리게네스는 문자적 해석에서 오류처럼 보이는 문제들을 ‘영적 해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석했다. 한때 마태복음 19장 12절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거세(去勢)까지 했던 오리게네스는 성서를 해석할 때 문자적 의미를 넘어서는 영적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오리게네스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정통 신학만을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종속설이나 영혼선재설 등), 저자는 그의 인품과 학문적 연구가 어떤 교부들보다도 뛰어났다고 평가한다.
4부는 “인간의 이성으로 꽃피운 사랑의 신학”이라는 제목으로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에 대해 다룬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독교 최고 사상가이자 교부 철학을 집대성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한때 세속적인 성욕과 명예욕에 시달렸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상의 철학과 종교(마니교)에 심취한 적도 있었지만, 이를 철학의 언어를 빌려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악의 문제와 자유의지의 문제를 철학적·신학적으로 파고들었으며, 세상의 도성과 하나님의 도성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를 고민했다. 저자는 아우구스티누스가 당대에 널리 퍼져 있었던 신플라톤 철학을 활용해 기독교 신학을 집대성한 인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분량상 다 다루지는 못했겠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의 속성, 즉 신의 완전성과 불멸성, 그리고 삼위일체론을 당대의 철학적 기반 위에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의 창조론(무로부터의 창조)과 구원론도 어느 정도 플라톤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1
마지막 5부는 “최후의 로마인, 죽음 앞에서 철학의 신에게 묻다”라는 제목으로 보에티우스(Boethius, 475/480-524/525)에 대해 다룬다. 보에티우스는 로마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그리스 철학을 공부했고, 동고트왕국에서 주요 관직을 지냈다. 하지만 반대자들의 거짓 고발로 반역죄로 처형되었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저술한 『철학의 위안』은 중세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그리스도의 두 본성에 대해 이우티케스와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이 충돌했을 때, ‘본성’과 ‘위격’이 의미하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만일 인격이 오직 실체에서만 발견되고, 더욱이 오직 이성적인 실체에서만 발견된다면, 그 밖에도 모든 실체가 하나의 본성이라면, 마침내 인격은 보편개념 안에서가 아니라 오직 개별적인 것들에만 포함된다면, 인격의 정의는 발견되었다. ‘인격’이란 이성적 본성을 지닌 개별적 실체이다.”(245쪽) 보에티우스가 제시한 인격, 실체, 본성 등의 주제는 이후 스콜라 철학자들에게 이어졌고, 따라서 그는 최후의 로마인이자 최초의 스콜라 철학자로 평가받는다.

3.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다섯 명의 기독교 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철학과 종교의 만남의 관점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내용이 쉽게 쓰여 있어서 철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각 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이 잘 요약되어 있어서 기독교 초기 신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한 5명의 사상가들이 당대의 철학을 자신의 신학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부족한 점이 다소 아쉽다. 물론 내용을 비교적 쉽게 쓰려는 의도가 있었기에 깊게 파고들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또한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과정에서 엄격한 의미에서의 자기 철학을 출발점으로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당시의 지배적인 철학이던 신플라톤주의에 의지했다.”(106-107쪽)라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그리스도인들이 당대의 철학을 활용해 복음을 전한 것은 복음 전파의 효용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철학을 갖지 않았다는 주장도 충분이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필자는 조직신학을 공부하며 신학사와 신학석사를 받았지만, 신학의 토대를 구성하는 철학과 종교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어서 철학사와 종교학석사를 받고 종교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최종적으로는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학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과학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기독교 복음이 당대의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과학과신학연구소’를 통해 무신론자들을 포함한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필자가 이런 것에 관심이 있다 보니 저자의 책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저자가 책을 마무리하며 지적하듯이, “사도 바울의 보편적 구원관, 플로티노스의 존재의 질서체계, 오리게네스의 비판적 성경 연구,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의 윤리, 보에티우스의 인격관”은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사회적 상황을 응시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러한 관심이 오늘날에도 이어져 현대 사회에 맞는 복음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복음이 퍼져나가는 초창기에 바울은 당대 그리스 철학의 배경 위에서 복음을 전파하고자 했다. 오리게네스와 아우구스티누스를 포함해 당대의 사상가들은 대부분 그 시대의 주요한 철학으로 신학을 재해석하였다. 복음이 제대로 전파되기 위해서는 토양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복음은 옥토에 뿌려져야 백 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마 13:8)
현대는 과학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이다. 자연과학, 인공지능, ChatGPT, 유전자 편집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간(호모 사피엔스)을 넘어서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포스트휴먼과 트랜스휴먼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신학은 당연히 당대의 과학과 대화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하고, 우려되는 지점에 대해서는 신학계 나름대로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독교 이천 년의 역사는 당대의 주된 학문으로 기독교를 설명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독교는 각 시대와 소통했기에 지금까지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아무쪼록 한 사람이라도 얻고자” 해서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의 사람이 된 바울처럼(고전 9장),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수많은 신학자들과 신앙인들이 지금의 기독교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은 시대에 맞는 복음을 고민해야 하는 오늘날에 꼭 필요한 책이다. 복음이 전파된 초창기에 복음이 어떻게 당대의 주요 학문(철학)과 대화하며 전파되어 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학의 방향성에 대한 의미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다. 누구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인 만큼, 이 책을 직접 읽어보며 이 시대에 맞는 신학을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주(註)
1 장재호,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적 언어 수용 과정 연구,” 「신학연구」 55권 1호 (2018): 119-140 참고.


장재호|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Ph.D.)와 미국 보스턴대학교(S.T.M.)에서 종교철학 및 과학신학을 공부하였다. 저서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철학과 신학』, Are We Special? Human Uniqueness in Science and Theology(이상 공저), 역서로 『과학시대의 신앙』, 『창조의 본성』이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조교수로 종교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과학과신학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3년 11월호(통권 7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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