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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2년 10월호)

 

  한국교회의 역사를 간직한 72곳의 교회를 그림으로 담아내다
  이근복, 『그림; 교회, 우리가 사랑한』(태학사, 2022)

본문

 

1. 이 책은 저자가 2017년부터 3년 6개월 동안 기독교 인터넷 신문 「뉴스앤조이」에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것을 모아 출판한 서적이다.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일정한 역할을 감당했던, 기억할 만한 의미가 큰 교회를 교단이나 교파와 상관없이 지역으로 나누어 서울 20곳 교회(1부), 경기도와 강원도 17곳 교회(2부), 충청도와 전라도 17곳 교회(3부), 경상도와 제주도, 만주 18곳 교회(4부), 이렇게 모두 72곳의 교회를 4부로 나누어 소개했다. 저자는 수많은 교회 중에서 72곳을 선정한 이유와 기준을 딱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건축 문화재로서의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중요한 사건이 있었고, 현재 지역사회에서 소중한 역할을 하는 교회들로 저자가 평소에 인상적으로 보아왔던 교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그려낸 교회의 전경과 함께 그곳에 얽힌 중요한 역사와 사건을 간략하게 기록하여 255쪽의 분량에 담아냈다.
스케치란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신속하게 밑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대략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크로키인데 그림을 그릴 대상(오브제)을 아주 신속하게 그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색을 이용하여 풍경의 인상을 그리는 것이며, 세 번째는 초상화 그릴 때 기록으로 사용하는데 그릴 대상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인상의 특징을 미리 잡아두는 것이다.
소묘는 데생, 드로잉이라고도 하는데 색을 쓰지 않고 선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종종 스케치와 병행해서 흔히 사용하기도 한다. 이근복 목사가 그린 ‘붓펜 담채화’는 펜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종이 위에 먹이나 수채를 겹 칠한 그림을 말한다.

2.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하면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그동안 그림을 지도해 주신 분, 기꺼이 추천사를 써주신 분, 격려해 주신 분들, 출판사 담당자 분들, 그리고 아내와 딸에게 주님의 은총이 임하시길 기원하는 것으로 맺고 있다. 또 이 책을 출간한 목적은 단연코 한국교회가 본질을 바르게 회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에 관해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추천사를 통해 72곳 교회를 담아내는 작업은 교회에 대한 엄청난 애정이며 그림을 자세히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각 교회마다 기도와 찬송, 숨죽인 채 흐느끼던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이 서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윤경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은 이 책에 대해 이들 72곳 교회가 엄혹했던 지난 100년간 교회와 사회에 기여한 역사성을 현재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글이며, 한국교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그리고 「한겨레」의 조현 기자는 저자가 젊은 시절 사역했던 영등포 산업선교회에서의 노동자 목회를 떠올리면서 한국교회의 양적 팽창의 상황에서 잃어버린 예수님의 겸손과 헌신, 약자 사랑과 돌봄의 따스함이 스며 있다고 언급하며 저자의 아내 사랑과 자랑을 저자 대신 끼워 놓고 있다.

3. 이 책에 수록된 72곳 교회 중에서 몇몇 교회를 선택하는 일은 전적으로 서평을 쓰는 이의 주관적 선택이다. 교단 안배와 교회의 역사성, 그리고 건축물의 문화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몇몇을 선별해 보았다. 이 책의 특성과 한정된 지면으로 인해 필자도 이를 다시 요약하여 소개하는 방법으로 내용을 전개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교회는 저자가 젊은 시절에 섬겼던 서울의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성문밖교회(60-63쪽)이다. 한국 노동운동사에 길이 남을 영등포산업선교회와 민중교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성문밖교회의 의미를 담은 글이 실렸다.
•구세군중앙회관(20-22쪽)은 1928년에 완공된 르네상스식 벽돌조 문화재로 구세군을 상징하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해에 구세군은 ‘자선냄비’ 활동을 시작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새문안교회(32-35쪽)는 1887년 원두우 선교사를 중심으로 시작한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이다. 영락교회와 함께 통합 측을 대표하는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2018년 현대적 건축물로 다시 태어난 새문안교회가 과거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였던 것처럼 다시 사회변혁의 등불로 부활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복음교회(36-38쪽)는 1924년에 태동한 한국 자생교단이다. 최태용 목사의 복음과 생명신학을 기저로 오늘날까지 사회혁신 운동에 적극적인 교단이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39-40쪽)은 서울시 문화재 건축물로 1926년에 벽돌조 로마네스크 건물로 세워졌고, 내부 제단은 비잔틴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주교좌성당은 강화읍 한옥성당과 함께 성공회를 대표하며, 과거부터 교회의 사회참여 및 교회 일치, 이웃 종교와의 관계에 앞장서 오고 있다.
•한국정교회를 대표하는 성니콜라스대성당(42-44쪽)은 1968년에 비잔틴 양식으로 건립되었다. 1897년 러시아정교회를 통해 한국에 정교회가 전파되었다가, 한국전쟁 이후 그리스정교회가 선교를 다시 시작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건축물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54-56쪽)는 예장 통합 측과의 이단 시비를 거쳐 1996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등록 절차를 마치고 이단 시비를 극복하였다. 이 교단은 곧 조용기 목사를 의미했고 한국교회의 대형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정동제일교회(64-66쪽)는 감리교의 상징적인 교회로서 1897년 벽돌조 네오고딕풍으로 건립된 문화재이다.
•중앙루터교회(70-72쪽) 건물은 1967년에 건축된 것이다. 1832년 귀츨라프가 루터교를 처음 한국에 소개했고 1958년에 미국 루터교회가 본격적인 선교를 시작하였다.
•중앙성결교회(73-75쪽)는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출발한, 성결교회를 대표하는 교회이다. 1974년에 예수교대한성결교회에서 기독교대한성결교회로 복귀함으로써 성결교단의 어머니와 같은 교회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오늘날의 건물은 2017년에 신축된 것이다.
•1900년에 전통적인 한옥 구조로 건축된 성공회 강화읍성당(112-114쪽)은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성당이다. 오늘날까지 한옥 성당의 대표적인 건물로 자리하고 있다.
•강경성결교회(138-140쪽)는 1924년에 완공된 한옥 교회로 신사참배를 거부한 역사를 갖고 있다.
•‘ㄱ’자 교회로 널리 알려진 김제의 금산교회(150-152쪽)는 예장 합동 측에 소속된 교회로 1908년에 한옥으로 건축되었다. 민족의식 교육과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교회이다.
•광주에는 세 교단의 양림교회(162-166쪽)가 있는데, 장로교 분열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통합, 합동, 기장에 속한 세 교회가 연합 행사를 하면서 교회일치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목포에 있는 양동교회(170-172쪽)는 1898년 석조로 건축된 건물인데, 1929년에는 목포 인구의 20%가 출석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컸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해 있으며, 3·1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진보적인 지역교회이다.
•전주 서문교회는 합동 측 교회로서 1893년에 건축한 벽돌조 예배당을 갖고 있다. 예수병원과 신흥학교를 설립하고 농촌 부흥운동을 주도한 교회였다.
•경주제일교회(197-199쪽)는 통합 측 교회로서 본당은 1951년에 석조로 건축되었다.
•중국 지린성에 세워진 명동교회(209-211쪽)는 용정교회와 마찬가지로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를 배출한 항일운동의 본산과 같은 교회이다.
•경북 안동교회(224-226쪽)는 이화여대를 설계했던 보리스가 설계한 석조건물로 1937년에 준공되었다. 항일운동을 전개하고 신사참배를 거부했던 교회이기도 하다.
•통합 측 제주 성안교회(236-238쪽)는 주일 3,500여 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이다. 제주4·3사건, 강정의 해군기지, 난민 등 여러 분야에서 약자들과 함께하는 교회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교회이다.
•합동 측 부산 초량교회(245-247쪽)는 주기철 목사와 연관이 깊은 교회로서 항일운동을 했던 교회이다.

4. 학창 시절에 영어단어를 암기하려고 새 단어를 연습장 위에 무수하게 썼던 기억이 있다. 이를 달리 적용해보면, 한 사물을 섬세하게 관찰하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실물을 그려보는 것이다. 저자는 교회의 벽돌 하나하나에 선 하나 점 하나씩, 그리고 거기에 채색하는 산고의 과정을 통해 대상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평소 안 보였거나 못 보았던 풀 한 포기까지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한 순간에 찍어 그 결과가 드러나는 사진과는 완전히 다른 이해 방식이다. 또 각 교회마다 그 교회의 역사를 수집하여 분리, 분석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은 역사가로서도 벅찬 일이다.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감상하다 보면, 저자의 수고와 사회인식이 한 점 허물없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책은 아무나 쓰고 편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가치는 무궁토록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한정된 부피에 많은 교회를 담다 보니 각 교회의 특징과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간단한 기술일지라도 교회마다 그 교회의 역사를 공부하는 데 부여한 시간은 한 교회를 그리는 수고보다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예배당 내부를 섬세하게 관찰하지 못하고, 울릉도와 백령도 등에 있는 교회를 찾아가지 못했다며 책의 서문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아직 다루지 않은 국내와 해외의 교회까지 탐사를 이어가며 우리가 사랑하는 교회 이야기가 더 확장해나갈 것을 기대한다.

이정구|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공회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교 회건축의 이해』, 『성상과 우상』 등이 있다.

 
 
 

2022년 11월호(통권 7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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