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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2년 9월호)

 

  공들여 살아온 이들의 공들인 화보집: 사진으로 엮어낸 두 기관의 오랜 역사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30주년 기념 화보집』(대한기독교서회, 2021); 『한국YWCA 창립 100주년 기념 화보집: 변화를 향해 우리, 횃불을 들다』(한국YWCA연합회, 2022)

본문

 

그럴듯한 생일 축하

몇 년 전 직장 동료의 조촐한 생일축하 자리에서 기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하나님, 죽은 날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태어난 날이 없는 사람은 없는데, 뭐 한다고 축하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으로 기도를 시작한 적이 있다. 웃자고 한 기도였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시간이 발생하기 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신이 아닌 다음에야 누구든 또는 무엇이든 태어난 또는 만들어진 날이 없는 경우는 없다. 너무 딱딱한 생각일지 모르나 누구에게나 있는 것을 굳이 축하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몇 번째 생일의 ‘몇’이 100을 넘어가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100년 이상 살아남는 것은 모두에게 허락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렇지만 기관도 마찬가지다. 매일 수많은 기관이 조직되고 사라져간다. 우리는 사람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어떤 기관이나 조직도 언젠가는 반드시 문을 닫는다는 사실은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는다. 기관이 문을 닫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 돈이 없거나, 사람이 없거나, 조직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여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때. 따라서 기관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이야기는 돈과 사람, 그리고 할 일이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자면 존재할 만한 가치를 증명한 기관만이 100년을 넘긴다.
한국 기독교에도 100년이 넘는 시간에 돈과 사람, 그리고 할 일이 마르지 않았던 에큐메니컬 기관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기독교서회는 올해 132년이 되었고, YMCA는 119년, YWCA는 100년이다. 그리고 내후년이면 NCCK도 100주년이 된다. 이런 기관들은 100년 넘게 한국 교회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때로는 충분하게, 때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며 소임을 다해왔다.
1890년에 창립된 대한기독교서회는 130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작년에 화보집을 출간하였다. 그리고 1922년에 창립된 YWCA는 올해 100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화보집을 출간하였다. 이런 화보집 출간은 세상에 ‘저는 이렇게 살아왔습니다.’라고 알리는 일이다. 물론 역사서가 더 풍성한 역사적 사실과 해석을 담고 있겠지만, 특별히 관심을 갖고 해당 기관의 역사를 탐구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좀처럼 손에 들기 쉽지 않다. 심지어 이런 기관사(史)는 대체로 재미없기 마련이다. 성서를 통독하겠다고 마음먹고 창세기부터 읽어가다 족보 부분에서 지루해져 던져버리는 사람이라면 기관사는 정말 읽기 힘들다. 하지만 화보집은 편하게 사진을 구경하는 심정으로 넘겨보는 책이라 진입장벽이 낮아 오히려 대중적으로 자신의 역사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이 두 화보집은 모두 꽤 잘 만들어진 화보집이다.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30주년 기념 화보집』

먼저 대한기독교서회의 화보집을 보도록 하자. 출판하는 책의 표지마다 “최고(最古)의 출판사”라는 문구를 당당하게 박아 넣는 이 출판사는 한국 기독교 문서선교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화보집은 한국 기독교의 문서선교가 변화하는 한국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했는지 알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물론 「기독교사상」을 출간하는 대한기독교서회의 화보집을 서평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좋게 말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이 말을 타이핑하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있다. 아마 진심인가 보다.
화보집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째는 “키워드로 보는 기독교서회 130년”이고, 둘째는 “도서로 보는 기독교서회 130년”이다. 키워드로 선정된 16개 항목은 ‘창립, 건축, 이름과 엠블렘, 인물, 찬송가, 한글, 서회주일, 옥중문고, 권서인, 최초의 책, 정기간행물, 주석, 기획/시리즈 도서, 우수학술도서, 창립기념, WCC 부산총회’이다. 항목별로 기대 이상의 다양한 사진들을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각의 사진에 대한 제법 상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인물’ 항목에서는 이 기관이 그동안 거쳐간 모든 사람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유명한 선교사 혹은 목사에 대한 설명보다 ‘최초의 한국인 유급 직원, 이용균’의 내용과 분량이 풍부한 점이나 ‘한국인 조사’ 항목에 단일 항목으로는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점, 그리고 ‘권서인’을 별도의 키워드로 선정한 것은 드러나 보이지 않는 이들의 헌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화보집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는 살짝 감동해도 좋겠다.
그리고 ‘한글’, ‘옥중문고’는 기독교 선교 초기 조선의 시대상황과 기독교의 문서선교가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한글의 보급과 민족운동에 미친 서회의 기여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이 중 옥중문고와 이승만 등의 개종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글의 보급과 서회의 관계, 해방 이후 문맹퇴치운동과 기독교 서적의 관계 등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라 하겠다. ‘최초의 책’이나 ‘정기간행물’, ‘기획/시리즈 도서’ 같은 항목은 단순한 책 소개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실제 내용에 들어가면 한국의 시대상에 대한 기독교의 대응을 큰 흐름이나마 알 수 있다. 「새벗」, 「새가정」, 「기독교사상」과 같은 정기간행물이 한국 사회의 발전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시리즈 도서’의 첫 세 항목은 ‘현대신서, 현대총서, 현대사상총서’인데 이 시리즈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문명 속에서 종교의 역할을 찾고자 하는 한국 기독교의 지성적 노력을 대표하는 사례이다.
크게 보았을 때 두 번째 파트인 “도서로 보는 기독교서회 130년”은 한국의 역사를 6개의 항목으로 시대에 따라 구분하고 각 시대에 출판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시대 구분은 1890년부터 1909년까지의 조선성교서회 시기, 1936년까지의 일제강점기, 1945년까지의 일제 말기, 1960년까지의 광복, 한국전쟁 전후 시기, 1987년까지의 군사정권 시기, 2020년까지의 민주화 이후 시기를 다루고 있다. 역사와 관련된 책의 목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대 구분인데, 이것은 역사를 인식하는 출판 편집자의 시각을 반영한다. 서회가 창립 130주년을 맞이하여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진리를 읽다, 시대를 잇다”가 어떤 의미인지를 이러한 시대 구분으로 이해한다면 화보집을 훨씬 재미있게 뜯어볼 수 있다. 각 장의 앞부분에는 그 시대의 상황과 기독교의 활동, 그리고 출판된 책들에 대한 아주 간략한 소개가 있으며 뒤이어 각 시대의 연표가 제시되어 있다. 이 연표에는 한국사의 중요한 사건이 왼쪽에, 그리고 서회의 역사가 오른쪽에 제시되어 있어 시대의 흐름과 서회의 활동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쯤 되면 이 화보집을 손에 넣고 싶은 독자들이 즐비할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화보집은 각종 기념행사에서 배포하는 양을 기준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발간 1년이 지난 지금 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좌절은 하지 않도록 하자. 보통 각종 행사에서 배포된 책들은 2-3년이 지나면 중고서점에 스멀스멀 나오기 마련이다. 이 화보집은 나오기까지 130년의 시간이 걸렸다. 2-3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애교에 불과하다.

『한국YWCA 창립 100주년 기념 화보집: 변화를 향해 우리, 횃불을 들다』

한국YWCA연합회가 얼마 전 발간한 이 화보집은 일단 그 두께가 압도적이다. 무지막지한 무게와 두께에 놀랄지 모르나 안심하자. 페이지는 400쪽이 되지 않는다. 보통의 화보집보다 더 두꺼운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볼륨이 클 뿐이다. 한국YWCA라는 기관의 목적을 생각하면 화보집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한국 기독여성운동의 흐름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은 한국 기독여성운동이 어떻게 확장되어 갔는지를 살펴보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화보집의 목차는 총 10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록에는 초기 역사 관련 신문기사와 서신, 연혁, 역대 지도자, 전국의 회원YWCA의 창립일과 주요 지도자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연혁은 서회 130주년 화보집과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즉, 왼쪽에는 한국사, 기독여성운동사의 주요 연혁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한국YWCA연합회의 연혁이 있어 한국의 역사 및 기독여성운동사와 YWCA의 관련성을 살펴볼 수 있다. 지도자들의 사진에는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 이름과 임기가 간략하게 포함되어 있다. 이 화보집은 특정 인물이 아닌 YWCA의 전반적인 조직과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런 편집 방향이 책 전체에 걸쳐 잘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화보집의 본문에 해당하는 10개의 장은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해당 시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제목을 통해 상징화하였다. 이 제목들만 보아도 YWCA의 전체적인 역사에 대한 감각을 깨울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기획이다. “횃불을 들다”(설립 초기), “불씨를 이어가다”(일제 말), “다시 세우다”(해방과 재건기), “손을 내밀다”(1960년대), “함께 맞서다”(1970년대), “한계를 넘어서다”(1980년대), “더불어 살다”(1990-2004), “생명의 바람을 일으키다”(2005-2013), “정의를 외치다”(2014-2018), “100년을 넘어 희망을 꿈꾸다”(2019-현재)로 이어지는 각 장의 제목은 시기별 주요 활동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60년대의 “손을 내밀다”는 당시 YWCA의 중심 사업이 소외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한 활동이었음을 상징하고 있고, 1980년대의 “한계를 넘어서다”는 그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이해되어 온 직업에 여성의 진출기회를 만들고 국가가 담론을 독점하고 있던 평화통일에 민간의 참여를 도모했던 YWCA의 주요 사업을 상징화한 것이다.
이처럼 YWCA는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조직의 방향을 재설정하였다. 그것을 기준으로 화보집 각 장의 시대를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각 장이 다루고 있는 기간은 일률적이지 않고 볼륨도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런 점이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이다. 기획과 편집은 YWCA의 회원과 직원 등 내부 인사들이 대부분 맡았는데, YWCA 운동의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는 편집자들이 고민을 거듭한 결과물이 이 목차라 하겠다.
각 장의 앞부분에는 해당 시기의 약사를 기술하였고 “주요 사업 살펴보기” 코너를 두어 각 사업의 목적과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 다음 관련된 사진의 수록 페이지를 적어놓았다. 여타의 화보집에 비해 친절한 구성이 돋보이며, 실제로 이 내용들은 뒤이어 나오는 사진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친절함은 사소해 보이지만 귀찮음이라는 인류 최대의 적을 무력화시킨 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편집진의 성실함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기 사진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제 시기인 1장과 2장은 거의 전부가 각종 행사의 단체사진이다. 행사 장소를 배경으로 계단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몇 줄로 늘어서 있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재미는 덜한 편이다. 하지만 ‘일상 사진’ 촬영이 가능해진 것이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된 이후라는 것을 상기하면, 일제 시기의 사진이 단조로운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3장부터는 조금씩 다양한 모습과 구도의 사진을 볼 수 있으며,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된 이후인 7장부터는 다채로운 사진을 즐길 수 있다.
3장에 수록된 1960년 전국여성계몽대회 가두시위 사진은 그야말로 이 화보집의 백미이다. 단언컨대 해방 이후 축첩반대운동에 관한 글을 100번 읽는 것보다 이 사진을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우리 여성은 축첩자에게 투표하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앞세운 여성 유권자의 행렬을 보는 경험은 정말 짜릿하다. 글이 우리에게 전달해 주지 못하는 현장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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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화보집을 통해 시대에 따른 여성 옷차림의 변화도 볼 수 있어서 부수적인 즐거움을 얻었다. 패션의 변화가 너무 당대 멋쟁이 중심으로 소개되는 것에 대해 옷 못 입는 사람으로서 불만이 있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옷차림은 당시의 평범한 옷차림이라 반가웠다.
이 화보집을 보고 싶은 사람은 책을 구매하는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YWCA는 훌륭한 온라인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으며, 화보집은 이 아카이브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https://ywca.or.kr/ebook/100years) 여러모로 친절한 YWCA이다.

손승호|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교회사를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유신체제와 한국기독교 인권운동』이 있다. 명지대 객원교수, 한국기독교역사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2년 11월호(통권 7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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