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책마당 > [책마당]
책마당 (2022년 4월호)

 

  하나님 나라 축제의 회복을 위하여
  유성희, 『한국YWCA 100년의 여정: 축제의 회복을 위하여』(대한기독교서회, 2021)

본문

 

오는 4월 20일은 한국YWCA 창립 100주년이다. 3·1운동이 일어나고 3년 뒤인 1922년에 한국YWCA가 창립되었으니 올해로 꼭 100년이다. 100년! “천년이 하루 같은”(벧후 3:8) 하나님 앞에서는 찰나 같은 세월이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100년은 서너 세대가 이어진 긴 삶의 이야기다.
2004년에 36살의 나이로 한국YWCA연합회 최연소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어 이후 15년간 한국YWCA연합회와 유지재단, 복지재단 등 총 3개 법인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유성희가 『한국YWCA 100년의 여정』이라는 책을 펴냈다. 참고문헌까지 500쪽에 가까운 두터운 책이다. 부제로는 “축제의 회복을 위하여”가 달려 있다. 무슨 축제를 말하는 것일까? 유성희 사무총장은 재임 중 「시사저널」이 선정한 한국의 차세대 리더십 100명 중 시민운동 분야에서 3년 연속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 시절 내내 “전공이 YWCA이고 부전공이 학과”라고 소개할 정도로 YWCA 활동에 열심이었던 저자는 어느새 기독교를 넘어 이 나라 시민운동의 큰 지도자로 우뚝 성장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역사책이 아니다. 한국YWCA가 공식 발간한 역사서는 『YWCA 40년사』, 『한국YWCA 반백년』, 그리고 『한국YWCA 80년사』가 이미 있다. 이 책은 유성희의 한국 기독교 여성운동 100년 백서(白書)다. 백서란 본래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문제에 대하여 그 현상을 분석하고 ‘장래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발표하는 보고서다. 이 책은 한국YWCA의 지난 100년을 회고하고 기록하는 데 주목적이 있지 않다. 저자는 한국YWCA가 걸어온 100년을 성찰하면서 ‘앞으로 걸어갈’ 새로운 100년을 모색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 스스로 밝히듯이 “역사책으로서가 아니라 YWCA 활동가들과 시민사회 현장에서 운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토론의 화두 또는 논제가 되는 단초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 12:30) YWCA를 사랑한 사람 유성희는 오랜 현장경험을 통해 이 나라의 교회가, 크리스천 여성이, 그리고 시민운동이 붙잡고 씨름해야 할 묵직한 질문과 논제를 던지고 있다. 그게 무얼까?
첫째는 ‘사람’이다. YWCA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많이 듣는 말이 있다고 한다. “YWCA는 건물도 아니고 사업도 아니고 사람입니다”라는, 해방 후 한국YWCA 고문총무를 지낸 박에스더의 말이다. 이 책은 100년 전 척박했던 이 땅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꿈꾼 한국YWCA 설립자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들의 이름은 김필례, 김활란, 유각경이다. 책을 펼치면 김활란과 유각경의 삶과 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쏠쏠하지만, 두 사람과 달리 회장직을 맡지 않고 총무로 일한 김필례와 그녀에게 가르침을 받은 조아라의 이야기가 왠지 더 빛난다. 사실 한국YWCA의 창설을 가장 먼저 발의한 사람은 김필례라고 한다. 그는 한국YWCA의 초대 총무를 맡아 실무를 총괄하고 지역YWCA 창립을 주도하는 등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일제하에 창립된 조선YWCA가 일본YWCA의 소속 지회가 아니라 독립국의 지위를 갖게 된 배경에도 김필례의 활약이 컸다고 한다. 김필례의 어머니는 황해도 소래에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교회의 여전도사였고, 일본에서 유학한 김필례는 거기서 한국인 최초로 YWCA 활동을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김필례에 이어 연합회 총무를 맡은 사람은 조아라다. 저자는 제2장에서 초창기 어려웠던 시대를 함께 살았던 두 대표적인 여성운동가로 김활란과 조아라를 조망한다. 김활란은 명실공히 한국 여성의 대표다. 한국 최초의 여자 박사이며, 그가 한국YWCA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조아라는 광주와 나주의 어머니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현대사의 모순에 계속 항거하며 살았기에 계속해서 정권의 감시를 받았고 또한 평생 지역 운동가로 머물렀기 때문에 한국 여성운동사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저자는 아쉬워한다. 하지만 조아라는 스승 김필례에 의해 YWCA에 입문하고 활동하면서 평생을 ‘지역의 어머니’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일했다.
유성희는 평생을 YWCA 지도자로 산 이 두 사람의 역사가 곧 YWCA의 역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길은 달랐다.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이나 이념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초기 YWCA의 지도자들은 그들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YWCA 안에서 공존하고, 협력하며, 함께 일했다는 사실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것은 에큐메니컬 정신이다. 물론 이 두 사람뿐 아니라 한국YWCA 역사에 영향을 끼친 사람은 수없이 많지만, 유성희는 YWCA의 역사를 통해 이 두 사람을 만나면서 “YWCA는 사람이다”라는 박에스더의 통찰이 옳았음을 다시 강조한다. YWCA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고 걸었는지의 역사다. 그러므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오늘 이 시대의 여성들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저자가 이 책에서 두 번째로 던지는 화두 혹은 논제는 ‘현장’이다. YWCA는 기관이나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생각 뒤에는 기독교의 평등주의적 인간관이 자리하고 있다. 박에스더의 말대로 “예수님이 죄인의 구세주가 되고 친구가 되신 것같이 YWCA도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다 받아들였다.” 따라서 YWCA는 다양한 사람이 평등한 회원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또 지도자로 훈련을 받는 공동체임과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깨진 사회 현장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했다.
해방을 맞아 한국의 여성운동이 새롭게 출발하는 과정에서 한국YWCA도 재건을 하고 당시 좌익과 우익의 대립 속에서도 독립된 여성운동 조직으로서 활동을 재개했다. 좌우로 나누어진 여성운동 진영에서 한국YWCA는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현장의 활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여성운동을 펼쳐나갔다. 6·25전쟁으로 한국YWCA가 부산으로 옮겨갔을 때 그곳에는 수많은 난민과 전쟁고아, 이재민과 무의탁 소녀들이 있었다. YWCA는 거기서 여성들과 고아들을 위한 복지운동을 전개한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수많은 여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직업 교육도 실시한다. 가족을 잃은 소녀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교육을 실시한다.
복지만이 아니다. 전후 복구와 재건 과정에서 YWCA는 여성들이 받는 차별대우와 부당한 법적 지위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 여성의 복지 문제 해결만이 아니라 여성의 ‘권리’ 회복도 우선 과제로 선정한다. 사실 YWCA는 일제시대부터 사회문제연구부를 설치하여 여공 문제나 여성노동, 여성해방 문제에 앞장서온 역사가 있는데, 6·25전쟁으로 지방 조직이 타격을 입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신민법 제정운동을 필두로 가족법 개정운동을 전개하였고, 축첩폐지운동과 혼인신고운동을 강력히 전개하였다. 그때만 해도 남성들은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첩을 두는 것을 예사로 여겼다. YWCA는 “아내를 짓밟는 자는 나라도 짓밟는다”라는 구호로 유권자들에게 그런 지도자를 뽑지 말자는 강력한 운동을 벌였다.
1970년대 고도 경제성장기에도 YWCA의 현장 지향 정신은 이어졌다. 저자에 의하면 1970년대 들어 YWCA 운동은 여성 노동자의 인권운동, 여성의 능력 계발과 교육 활동, 그리고 여성의 법적 지위 향상 운동 등 ‘여성의 인간화’로 확장되었다. 이 시기 YWCA 활동의 초점은 가장 소외된 여성 계층의 문제였다. 그 결과 인권운동으로서의 소비자운동과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그리고 저소득층 여성들을 위한 직업개발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때 주목을 끄는 것은 회원YWCA의 활동과 도시산업선교회의 만남이다. 여성 노동자가 고도 경제성장의 주역이면서도 이들의 임금이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주YWCA가 영등포산업선교회와 협력한다. 한국YWCA연합회의 대학생위원회는 청계 피복 공장녀를 중심으로 중등 기초 과정을 위한 야간학교인 평화교실을 개강한다. 이후 YWCA는 남영나일론, 동일방직, YH노조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세상에 알리고 노동조건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역사의 가장 낮은 곳을 향했던 한국YWCA가 우리나라에서 ‘파출부’ 교육사업을 최초로 시작한 조직임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파출부 이전에 이들을 부르던 이름은 ‘가정부’였다. YWCA는 비공식 노동 분야에서 이미 존재하던 ‘식모’ 역시 파출부로 명칭을 바꾸는 동시에 유급 일자리의 개념으로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게 했다. 이 과정에서 사적이고 개별적인 영역에서 개체화되어 있던 돌봄 노동자들을 공적인 관계로 연합했고, ‘돌봄노동의 사회화’라는 중요한 의제를 이끌어내었다. 그리고 ‘돌봄정의’라는 새로운 운동 의제를 발굴하고 한국 사회에 돌봄운동의 모델로 “모두를 위한 정의와 사회복지 서비스 모델”(Justice based on Welfare, JW)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수께서 갈릴리라는 지역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듯이, 한국YWCA도 언제나 이 나라의 갈릴리 현장을 찾아 끊임없이 내려가는 운동을 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한국교회와 시민사회에 세 번째로 던지는 화두 혹은 논제는 ‘지역’이다. 이는 곧 운동 현장으로서의 지역이다. 이 책에는 지역으로 간 YWCA 청년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다시 지역으로 간 청년들-로컬프렌들리 군산”이라는 소제목의 글은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청년들의 탈교회 현상이 가속화되고 대학이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제 발로 지역으로 찾아 들어가 창업을 한 YWCA 청년들이 있었다. “우리는 왜 군산을 갔는가”라는 글에서 연합회의 김수진 간사는 “YWCA 활동이 삶의 문제에서 멈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이 될 수 없는지”를 물으면서 YWCA의 가치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사회를 변화시킴과 동시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익까지 내기 위한 대담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당시 사무총장으로 있던 저자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청년들이 자기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 그 도전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이 YWCA의 역할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2019년에 시작한 이 ‘로컬프렌들리 군산’ 프로젝트는 세 명의 청년 활동가가 스스로 제안한 사업을 한국YWCA가 지원한 사례다. 군산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재미있게 모여 살 수 있도록, 또한 외지인들이 군산을 찾을 수 있고 더 나아가 계속해서 군산에 올 수 있도록 ‘즐거운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 운동은 한국 사회와 시민운동의 미래를 위해 눈여겨보아야 할 중요한 프로젝트다.
그런데 ‘지역’을 향한 YWCA의 노력은 두 번에 걸친 한국YWCA의 심각한 ‘정체성 논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시민사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또한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여성운동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전문화하면서 한국YWCA는 ‘1차 정체성의 위기’를 맞이한다. 독점적으로 누리던 자리와 역할은 더 이상 YWCA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YWCA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이때 YWCA는 목적에 나타난 대로 자신이 ‘기독교 운동’이고, ‘청년운동’이며, ‘국제운동’이고, ‘회원운동’이라고 고백한다. 이후 30년 동안 한국YWCA는 지역의 양적 확장과 위탁시설의 증가로 인해 놀라운 성장을 경험한다. 특히 위탁시설의 증가는 놀라운 것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2018년 한국YWCA의 실무활동가 중 80% 이상이 부속시설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시설 위탁 속에서 ‘2차 정체성 논쟁’을 경험한다. 늘어나는 위탁시설을 통해 YWCA는 지역운동을 전개하려 노력했고, 그 방법은 부속시설에 한국YWCA의 목적사업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공시설의 경우 위탁법인의 정체성을 강요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YWCA의 정체성과 사회서비스 영역을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가? YWCA는 다시금 YWCA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체성에 따라 운동하는 ‘현장’은 어디인지 분명히 결정해야 했다. 이 진통의 과정에서 “YWCA는 지역공동체운동입니다”라는 고백이 나왔음을 유성희는 증언한다. 그리고 회원YWCA가 지역운동체로서 책임을 갖는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YWCA는 과감한 ‘재구조화’를 단행한다. 지역 중심의 여성운동체로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것을 위해 거버넌스의 구조를 바꾼 것이다. 창립 100주년쯤 되면 이미 이루어놓은 시스템에 안주할 만도 한데, YWCA는 뼈를 깎는 자기쇄신의 길을 걸었다. 쉬운 길이 아니라 “좁은 문”(마 7:13)을 선택했다.
책에는 2021년 사순절 기간에 YWCA의 활동가들이 고백한 ‘한국YWCA의 미래를 위한 95개 논제’ 전문이 실려 있는데, 이를 읽다 보면 감동적이다 못해, 이렇게 자신을 철저히 쇄신하고 끊임없이 YWCA의 존재 이유를 물으며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복음으로 돌아가려는 이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95개조’를 닮아 YWCA의 활동가들이 선언한 95개의 논제는 단지 YWCA만이 아니라 한국의 교회와 시민운동이 깊이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묵직한 질문이자 논제다. 그중 일부만 읽어본다.

08. 한국YWCA는 한국YWCA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존재한다. / 21. 한국YWCA의 주체는 젊은 여성이다. 마음이 젊은 여성이 아니라, 나이가 젊은 여성이다. / 22. YWCA에서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 큰 사람이다. / 38. 한국YWCA는 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 시민운동단체이다. / 39. 한국YWCA는 사랑이 없는 말, 사랑이 없는 지식, 사랑이 없는 믿음은 인정하지 않는다. / 46. 한국YWCA의 목적은 지금 여기에 정의의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 49. 하나님의 정의는 약자를 존중하는 것이다. / 50. 하나님의 정의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YWCA는 자본의 지식과 사회적 위치와 경력에서 오는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 52. 한국YWCA는 약자를 무시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지 않는다. / 56. 한국YWCA의 목적은 지금 여기에 평화의 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 68. 한국YWCA의 목적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것이다. / 80. 한국YWCA연합회는 회원YWCA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 81. 예수께서는 중앙이 아니라, 지역인 갈릴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 82.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에 처음으로 가신 곳은 중앙이 아니라, 지역이었다. / 94. 신앙은 나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YWCA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다.

저자 유성희는 한국YWCA 지난 100년의 역사를 ‘실천적(praxiological) 기독여성운동의 역사’라고 이름 지었다.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관통하는 핵심어다. ‘실천적’이라는 말은 영어의 ‘프락시스’(praxis)를 잘 담지 못한다. 고심 끝에 저자는 이 단어를 ‘생각하는 실천’이라고 잘 번역했다. 프락시스란 ‘생각-실천’이 하나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 둘은 불이(不二)다. YWCA는 명실공히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운동단체다. 한국의 역사에서 어떤 사회단체가 30년 이상 가는 걸 보기 힘들다. 그런데 무슨 비결로 한국YWCA는 격동의 민족사 100년의 부침 속에서도 오늘까지 이어왔는가? 유성희는 그 비결이 바로 ‘실천적 기독교여성운동’이라고 답하는 것이다. 저자가 대학생부터 ‘전공’으로 만난 YWCA운동은 “약자를 향한 끊임없는 사랑의 실천”이었다. 예수께서도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라고 묻는 사람에게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드시며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반문하셨고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 말씀하셨다.(눅 10장) 한국YWCA 100년의 역사는 바로 한국 기독교 여성의 이 ‘실천적 이웃-되기’의 운동의 역사다. ‘사람’의 중요성을 알고, 끊임없이 ‘현장’으로 내려가, 갈릴리 ‘지역’으로 돌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헌신하면서 그 운동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새로 창조해온 역동적인 역사가 바로 한국YWCA가 지난 100년 동안 걸어온 길이며 또 앞으로 100년 동안 걸어갈 길인 것이다.
그런데 왜 ‘축제’인가? 이 책의 부제는 “축제의 회복을 위하여”이다. 저자 유성희가 활동가로 시작하면서 처음 맡은 업무가 “창립 70주년 기념 청소년 축제”여서 축제를 좋아하는 것일까?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YWCA가 ‘무섭게’ 변화했다. 옛 구조를 버리고 새 구조를 갖추었다. 법인의 의사결정 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겨 지역 조직과 청년이 이사회에서 각각 3분의 1의 자리를 갖게 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청년 부회장 제도가 생겼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오래된 조직이 이렇게 ‘혁명적’인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유성희에 의하면 그것은 100년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바람 속에서도 기독운동, 여성운동, 시민운동으로서 때론 용감하게, 때론 유연하게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정신을 살아낸 여성의 힘 때문이다. 한국YWCA는 ‘하나님의 나라’, 곧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세상을 위해 존재하면서, 국가와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 제3의 자율적 영역으로, 청년과 지역이 주체가 되어 일상에서 “식민지과 자본, 권력에 의해 빼앗긴 축제를 되찾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YWCA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본질이다. 이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축제다.
유성희는 평생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막 12:30) YWCA를 사랑한 사람이다. 연탄처럼 자신을 다 불태워 한국의 기독여성운동, 시민운동에 헌신한 사람이다.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물었다. 사무총장직을 내려놓은 저자는 이제 어디서 무엇을 또 어떻게 뜨겁게 사랑하며 살까 궁금하다.

장윤재|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기독교 신학』, 『포스트휴먼 신학』 등의 저서가 있다.

 
 
 

2022년 4월호(통권 760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