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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2년 3월호)

 

  십자가의 길을 걷는 중국 가정교회
  왕이, 느헤미야 옮김, 『십자가를 짊어지고: 중국가정교회역사(1807-2018)』(서로북스, 2021)

본문

 

중국교회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다루기 민감한 영역은 지금 교회의 모습일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가 연관되어 있고 또한 아직도 이에 따라 각각의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뒤로 미룬 생각도 있었다. 마침 중국 가정교회의 역사를 다룬 책에 대한 서평을 맡게 되었다. 조금은 머뭇거림이 있었지만 뒤로 미뤄놓았던 생각을 다시금 정리할 기회라고 여겨 책을 손에 들었다.
마침 지난날 중국에서 살면서 피부로 느꼈던 삼자와 가정교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두 교회는 분명히 하나님께서 쓰시는 교회인데, 어느 것은 맞고 어느 것은 틀렸다는 시각보다는 각각의 교회가 어떤 진정성을 갖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교회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우리의 자세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중국의 가정교회는 오랫동안 정부의 탄압을 받으면서 지하교회, 미등록교회 등 다양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 때문에 가정교회에 대한 이해나 연구는 부분적으로 있더라도 가공된 표현이 많아 실체적 모습에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이 워낙 영토가 큰 나라이다 보니 각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일관성 있게 논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었다. 윈 형제의 간증을 다룬 『하늘의 속한 사람』(홍성사, 2004)은 한국교회의 관심을 불러올 정도로 흥미로웠는데, 어떤 지역은 이와 같은 은사주의적 교회를 지닌 곳도 있고, 또 어떤 지역은 이런 은사주의와는 달리 복음적인 교회의 모습을 지니는 곳도 있다. 이런 다양한 모습에 대해 외부자의 입장에서 섣부른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있는 모습 그대로 이해하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에 따라 이런 다양성이 드러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아직도 중국에서 이 모습을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왕이 목사의 가정교회에 대한 고백은 잔잔한 울림을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왕이는 중국 쓰촨성의 중심 청두에 설립된 이른비성약교회의 목사로, 현재 가정교회의 한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도시 가정교회를 이끄는 리더이다. 그는 가정교회의 역사를 1807년 런던선교회 모리슨이 중국에 들어온 것부터 시작해 그 뿌리를 찾아 나가고 있다. 물론 그는 역사학자가 아니기에 편향적으로 서술한 부분도 있지만, 현장 목회자답게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그 길이 가정교회가 걸어가야 할 모습이라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학술적 가치를 논하기보다는 가정교회가 진정 담고 싶어 하는 교회다움의 길이 무엇이며 어느 곳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고백이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서 근본주의적 기독교와 자유주의적 기독교에 대한 구분을 통해 가정교회의 뿌리가 근본주의 신앙과 복음주의 및 개혁주의 신앙 전통에 근거하고 있다고 여기는 모습이다. 역자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이분법적 구분은 중국교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은 될 수 있지만 유일한 관점이 아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교회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기에 저자가 밝힌 이 구도는 이해하되 그 안에 담긴 의도가 어떤 신앙의 모습을 지향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이에 저자의 의도를 밝혀 보고자 한다.
저자가 의도하는 가정교회는 “가정교회의 전통, 계승과 미래”(10장)에서 결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성경의 길, 십자가의 길, 곧 근본주의 신앙 전통 노선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신앙 전통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복음주의, 개혁주의의 길을 모색한다고 말한다. 신중국 성립 이후 국가가 주도하는 종교 개편에 따라 삼자와 가정교회로 양분화되면서 가정교회는 고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국가 주도에 순응하는 삼자에 가입하지 않았기에 받는 고난이었다. 이것은 공산주의 무신론에 대한 저항이고, 종교를 통제하려는 국가에 대한 저항이었다. 바로 이런 저항을 가져오게 한 힘이 신앙 전통, 즉 근본주의에 있다고 보았다.
이에 저자는 근본주의의 내력을 개신교 초기 선교과정에서 찾았다. 복음 전파와 중국 사회에 대한 연민,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된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으로 복음을 상실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여겼다.(52쪽) 복음을 상실한 자유주의를 ‘다른 기독교’로 표현할 정도로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사회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을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저자는 이런 자유주의 신학과 이들이 만들어낸 공산주의 무신론에 순응하는 삼자를 반대하며 겪은 고난은, 그들이 복음에 더 중요한 생명력을 두게 만드는 이유라고 보았다. 물론 여기서 겪는 고난은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가정교회의 선배들이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성서와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근본주의 신앙 전통은 공산주의가 가져오는 혼탁한 사회에서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보았다. 마치 청교도 신앙처럼 국교를 따르지 않고 복음의 힘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의도를 볼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은 저자가 왜 가정교회의 신앙이 근본주의 신앙 전통에 기초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전통을 중시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고 본다. 중국 사회의 환경에서 그들이 나가고자 한 결단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 것은 이런 근본주의 신앙에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 변화에 맞게 근본주의도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혼탁한 사회에서 자유주의와 싸우면서 근본주의는 성서와 십자가의 길만을 강조하면서 결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리는 세상과의 분리를 자초했다고 보았다.(150쪽) 여전히 근본주의 신앙은 고난받는 가정교회 입장에서 중요한 근간이지만, 시대 변화에 대한 무관심은 근본주의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는 인식이다. “만약 모든 세상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어떻게 영혼을 돌볼 수 있겠는가?”(186쪽) 더 이상 세상 문제에 대한 무관심으로 숨는 교회를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로서의 본래적인 역할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다. 이에 가정교회는 복음을 새롭게 인식해야 하고 시대의 환경과 절박성 가운데서 복음의 사명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저자는 문화대혁명과 천안문 사태를 이런 근본주의 사고가 변화한 지점으로 여겼다. 민주화의 실패가 불러온 정신적 공황이 기독교의 복음을 다시금 일어나게 한 기회로 본 것이다. 인간성이 상실되고 도시와 지식인, 그리고 청년층이 사회 변동(천안문 사태)으로 인해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리고 이 절망 속에서 ‘89세대’의 각성이 있었고 이런 각성에 복음이 부응한 것이다.
저자의 서술에서 아쉬운 점은 어떻게 복음이 이런 지식인의 각성과 조우하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저서에서는 선교사나 해외 망명자들을 통해 기독교를 접하는 모습에 대한 서술만 있다. 어쨌든 저자는 복음이 사회 변동을 겪으면서 시대에 대한 응답을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되었음을 논했고 이는 분명 과거 근본주의 신앙에 주는 변화였다. 시대에 맞는 신앙의 변화뿐만 아니라 가정교회도 농촌에서 도시로 바뀌었고 정부의 종교에 대한 정책도 변화했다. ‘아편론’에서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일원으로 종교를 대하고자 했다.
또한 저자는 가정교회의 특성을 기도와 평신도운동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점은 이 책이 갖는 중요한 특징에서도 부각되는데, 저자는 2000년대 이후 중국 사회의 변화가 어떻게 기독교에 영향을 주는지 되돌아보고 있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등으로 인해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종교정책이 다시금 변화했는데,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교회, 즉 등기 문제가 발생한다. 교회가 사회 구제활동에 나서는 것을 권장할 정도로 가정교회를 용인하면서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동종 협회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즉 삼자교회에 가입해야만 등기가 가능한 것인데, 가정교회는 신앙적 확장성을 지향하면서 교회의 공개화를 바라고 있는 가운데 복병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이 복병은 다시금 교회에 대한 핍박으로 되돌아왔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과거에 중국에서 생활할 때 가정교회 형제들을 통해 들었던 어렴풋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과거에 가정교회의 고난이 그들을 성숙하게 했듯이 오늘날 겪고 있는 고난도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할 것이다. 그들에겐 기도만이 답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그리고 과거의 가정교회 지도자와 같이 지금의 지도자도 고난을 겪고 있는데, 이 고난은 지도자를 단단하게 하면서 동시에 평신도의 신앙을 성숙시키고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게 한다고 주장했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한 가정교회 지도자의 고백적인 역사 회고를 통해 그들 신앙의 진정성에 한발 더 다가간 느낌이다. 저자는 복음에 뿌리를 내리고 시대에 타협하지 않는 모습으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했다. 여전히 고난 가운데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는 교회가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어 세상에 알리고자 한 교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왜 삼자에 가입하지 않고 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으려 하는지에 대해 경청했다. 이런 외침이 중국 사회 전체에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신앙의 순수성이 외부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리들에게도 작은 울림을 주길 바란다. 복음은 살아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가정교회는 학자들에 의해 학문적으로 많이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중국교회를 이해하는 한 측면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본다. 더 이상 숨어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주고받듯이 들려주는 교회 역사가 아니라, 분명하게 자신의 신앙과 나라를 사랑하는 모습 등 이 모든 신앙적 모습을 드러내어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에 다시금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설충수|장로회신학대학교와 숭실대학교, 베이징대학을 졸업하였으며, “토착화신학 입장에서 본 19세기 God 신명논쟁 연구” 논문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숭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과 중국 학생들에게 기독교를 가르치고 있다.

 
 
 

2022년 4월호(통권 7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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