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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1년 12월호)

 

  성서 언어, 상징 연구의 새로운 계기가 되길
  송병구, 『상징: 성경을 보는 눈을 뜨다』(kmc, 2021)

본문

 

32개 주제 낱말, 200여 개 상징물 사진

구약성서에 사용된 히브리어 낱말은 4만 186개, 신약성서에 사용된 그리스어 낱말은 1만 7,327개로, 이 둘을 합하면 성서에 나오는 원어 낱말 수는 물경 5만 7,513개이다. 『상징: 성경을 보는 눈을 뜨다』를 펴낸 저자 송병구 목사는 그중에서 다음과 같은 낱말 32개를 선택하여 이것들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탐구한다.

빵(번역에 따라 ‘양식’) / 소금 / 물 / 해 / 발[足] / 항아리 / 올리브(번역에 따라 ‘감람’) / 문 / 달 / 구유 / 등불 / 손 / 지팡이 / 나귀 / 독수리 / 멍에 / 어린양 / 피 / 불꽃 / 성전 / 십자가 / 열쇠 / 나팔 / 신부(新婦) / 옷 / 그물 / 장막 / 소 / 비둘기 / 포도나무 / 무지개 / 문자

이 책을 펴는 독자들은 책 안에 32개의 주제 낱말만이 아니라, 그 낱말을 설명하는 200개가 넘는 화려한 컬러 자료들이 표지에서부터 216쪽의 본문에 간단한 캡션과 함께 쫙 깔린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독자들은 32개 낱말의 상징적 의미를 품은 32개의 십자가 이미지를 비롯하여 그 의미를 시각적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각종 그림, 만화, 사진, 조각 작품 등의 상징물을 무려 200점 이상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독자가 상징을 만나면

만일 이 책이 어렵거나 독자 자신의 관심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본문을 읽지 말고 책 속에 들어 있는 200여 점의 상징물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아도 뜻밖의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가 우연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혹시라도 이 여러 상징물 중 어느 하나와 교감이 이루어지는 소통을 체험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상징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필자가 욕심을 조금 더 부려본다면, 우리가 ‘사도신경’(使徒信經) 혹은 ‘사도신조’(使徒信條)라고 부르는 고백을 “신자가 믿어야 하는 신앙의 조목(條目) 혹은 교리(敎理)”라고만 이해하던 독자가 사도신경이 라틴어로 “사도의 심벌”(symbolum apostolorum)로 불리며 다름 아닌 “사도들이 사용한 상징”이었다는 저자의 설명(216쪽)을 수긍할 수 있게까지 된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온 사명을 다했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탈문자주의의 필요성

이 책은 독자에게 문자주의(文字主義)의 한계를 깨우쳐주고, 탈문자주의(脫文字主義)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며, 낱말이 지닌 상징(象徵)의 의미에 눈이 뜨이게 한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성서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된 새로운 상징적 의미를 무시하고 옛 문자적 의미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이름이 주어진 대상에 이미 폐기된 종교적 용어의 문자적 의미를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큰 폐단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대표적으로 ‘성전’이라는 용어를 들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성전’을 직접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상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자주의의 폐해(弊害)가 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성전’ 용어의 남용이요 오용이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교회’를 ‘성전’이라고 즐겨 부른다. 교회의 예배실이나 예배당 등 예배 처소를 일컫는 표현으로 보통 사용한다. 특히 문자주의를 고집하는 쪽에서 이런 경향은 더 농후하다. 그런데 이것은 성전 종교를 박차고 나온 기독교에 대한 배반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대교 역시 성전이 무너진 이후 제사 종교의 종언을 고하고 ‘회당’(시나고그) 중심의 랍비 유대교가 되면서 성전 종교를 떠났는데, 하물며 랍비 유대교와 기원을 같이하는 기독교가 그 자체의 기원인 교회를 일컬어 ‘성전’이라고 부르면서 복고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성서를 자세히 살펴보아도 마찬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리말 개역개정 성서의 경우, ‘성전’이라는 말은 구약에서 389회, 신약에서 102회, 총 491회 나온다. 주목할 것은 신약에서는 예루살렘 성전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 외에는 ‘성전’의 문자적 의미가 늘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상징적 의미만 용납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과 같은 구절들을 예로 들 수 있다.

‐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유대인들이 이르되 이 성전은 사십육 년 동안에 지었거늘 네가 삼 일 동안에 일으키겠느냐 하더라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 2:19-21, 이하 새번역)
‐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하나님의 성전은 거룩하니 너희도 그러하니라(고전 3:16-17)
‐ 성 안에서 내가 성전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는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와 및 어린 양이 그 성전이심이라(계 21:22)


만일 ‘성전’이라는 말을 쓰려면 신약에서처럼 ‘상징적’ 의미로 써야 한다. 상징적 의미로 쓰면 그 대상도 바뀌었다는 점에 착안하게 된다. 이것이 필자가 송병구의 『상징』을 읽으면서 배운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성전’으로 회귀하는 것 말고도, 이스라엘이 광야 시대에 가지고 있던 ‘성막’(聖幕)을 복구하여 마치 기독교와 성막 사이에 어떤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혹은 그 관계를 새롭게 강조해야 할 어떤 새로운 신학적 이해가 있는 것처럼 양자 사이에 밀착 관계를 맺게 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는 박물학적 관심이 아니라면 기독교가 자제해야 할 일이다. ‘성막’이라는 말은, 번역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말 개역개정 성서 전체에서 96회 나오는데, 구약에서만 나올 뿐 신약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고려해볼 만하다.

문자도 상징이다

이 책 마지막 장 “문자는 살아있다”(206쪽 이하)에서는 여러 조합의 문자들이 여러 매체 속에서 지닌 상징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인리): ‘유대인의 왕 나사렛 사람 예수’라는 뜻. 라틴어 의 머리글자 조합
‐ (키로): ‘그리스도’를 표현하는 단어. 그리스어 (그리스도) 앞 두 글자
‐ (예수 그리스도 니카):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뜻. 그리스어 의 줄임말
‐ (예수스): ‘예수’를 표현하는 단어. 그리스어 의 앞 두 글자와 끝 글자의 조합
‐ (알파 오메가): 그리스도가 모든 것의 시초이며 완성이라는 의미. 그리스어 알파벳 첫 글자와 끝 글자의 조합


저자가 끝내 놓치지 않고 소개하는 상징 문자 언급 구절이 있다. 놀라운 본문 중 하나다. 하나님의 시온에 대한 사랑이, 하나님 스스로 하나님의 손바닥에 예루살렘이라는 문자를 새기고,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 지도를 손바닥에 그려 넣는 문신(文身) 이미지 구절이다. 이 본문과 함께 독일성서공회의 관주해설을 인용해본다.

14 그런데 시온이 말하기를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고,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는구나. 15 “어머니가 어찌 제 젖먹이를 잊겠으며, 제 태에서 낳은 아들을 어찌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비록 어머니가 자식을 잊는다 하여도, 나는 절대로 너를 잊지 않겠다. 16 보아라, 예루살렘아, 내가 네 이름을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네 성벽을 늘 지켜 보고 있다. 17 너를 건축할 사람들이 곧 올 것이니, 너를 파괴하는 사람과 황폐하게 하는 사람이 너를 곧 떠날 것이다.(사 49:14-17)

하나님이 자기 성읍(시온)을 잊어버리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어머니의 사랑이 그치리라고는 거의 생각할 수 없는데, 그 어머니의 사랑을 넘어서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나님은 예루살렘의 이름을 손바닥에 새기고 예루살렘 약도(略圖)를 손바닥에 그려놓으셔서 그것을 볼 때마다 그 성읍을 기억하신다. 이런 비유의 말씀에 이어 17절에서는 성읍 재건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나온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성서에 녹아 있는 상징 언어들의 풍성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성서 언어와 상징 연구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민영진|구약학을 전공하였다.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대한성서공회 총무를 역임하였으며, 아태지역성서공회연합회 의장으로 활동하였다.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00주년 기념 성서주석 출애굽기』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2021년 12월호(통권 7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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