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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1년 10월호)

 

  1세기 바울 공동체는 매력적이었을까
  『1세기 기독교와 도시 문화: 바울 공동체의 사회 문화 환경』, 웨인 믹스, 박규태 옮김, IVP, 2021

본문

 

1. 신약 성서학은 보통 예수와 바울에 대한 신학적 설명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역사적 예수는 어떤 인물이었나?’, ‘바울은 그리스도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한다고 생각했는가?’, ‘최초의 기독교인에게 믿음이란, 신앙 공동체란 무엇이었나?’ 이는 모두 신앙고백에 관한 신학적 질문들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서학자들은 성서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초기 기독교인들이 기록한 문서인 성서에 그 대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성서학자는 성서를 읽고 원어를 분석하고 정리하여 결과물을 생산한다. 그렇게 태어난 결과물을 ‘예수의 신학’, ‘바울의 신학’ 또는 ‘초대 교회의 신학’이라 부를 수 있다. 결국 성서학의 목표는 초대 교회의 신학을 신약성서를 이용하여 재구성하는 것이 된다. 20세기 후반, 특히 1980년을 전후하여 성서학의 한 분과라 할 수 있는 바울신학 분야에 기념할 만한 연구물이 출판되었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이전과는 차이점이 있었다. 20세기 중반에 인문학을 휩쓴 구조주의 이론은 인간의 언어와 문화를 더욱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제공했다. 이 책은 그 세례를 충실히 받은 결과물로서 전통적인 성서학 외부의 이론을 지혜롭게 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잘 보여준다.

2. 이 책의 원서명은 The First Urban Christians: The Social World of the Apostle Paul(최초의 도시 기독교인들: 사도 바울의 사회적 세계)이다. 1992년 황화자의 번역으로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고, 이번에 『1세기 기독교와 도시 문화: 바울 공동체의 사회 문화 환경』이라는 더 적절한 제목으로 새로운 판이 나왔다. 바울을 둘러싸고 있던 도시 사람들의 활동, 조직, 그리고 문화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최초의 기독교인들에 대해 알아보려는 저자의 연구 목적을 충실히 담은 제목이다. 번역자와 출판사는 책과 한국 독자들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저자 웨인 믹스는 이 책이 초기 기독교가 무엇인지를 묻는 시도라고 말한다. 2판을 위해 새로 쓴 서문에서 저자는 처음부터 자신은 초기 기독교 운동의 발생을 설명한 어떤 특정한 사회 이론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그의 연구를 비판한 많은 성서학자들은 저자가 특정한 사회 이론으로 그의 연구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며, 이 책을 읽은 다른 많은 사회학자는 믹스의 혼합 절충주의(eclecticism)가 보통의 사회학적 연구에서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18쪽)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성서의 여러 다양한 글들을 하나의 통일된 신학으로 환원하는 과거의 연구에는 난색을 표한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관한 초기 연구들은 기독교가 기독교 안팎의 유대주의자들의 공격을 극복하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울서신에 드러난 여러 갈등과 차이는 미시적 시각을 가진 유대주의자들의 음모나 영지주의자들의 공격으로 환원시켰다. 또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에게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그야말로 공산주의의 이상과 같은 곳이었다. 즉 하나의 관점이나 이론에 치우친 연구는 언제나 비슷한 하나의 결과로 환원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30-31쪽)
믹스는 인간 사회의 공동체는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상징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어 가는 것이라는 입장을 붙잡는다. 종교 또한 이 상호작용 속에서 특정 사회의 주류 문화와 여러 하위 문화들이 영향을 미쳐 구성되는 것이라 본다.(36쪽) 현대 교회를 보자. 한 목회자의 신학적 입장만으로 복잡한 도시 문화 한복판의 세속 교회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여러 종교사회학적 관점들이 활용되어야 한다면, 1세기의 신앙 공동체를 연구할 때에도 비슷한 방법을 써야 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저자는 이 연구 결과를 1983년에 출판했다. 이후 여러 지엽적인 논쟁이 있었으나, 변함없이 이 책은 1세기 기독교 연구에 성서학이 내놓은 가장 중요한 출판물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3.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텃밭이 된 1세기 로마 도시와 바울 공동체 구성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1-2장), 성서적 근거로 분석한 1세기 바울 공동체에 대한 3-5장의 ‘종교사회학적 분석’(이 책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6장은 1세기 종교적 공동체의 믿음과 도시 사회 현실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방법을 “절충(eclectic) 방식”이라고 표현한다.(35쪽) 자신의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한다는 의미가 강한 이 방식은 사회학적 연구에서는 익숙한 표현이며 사회과학의 방법론을 함께 사용하는 성서학에서도 낯설지 않지만, 1980년대의 영미 성서학을 생각한다면 놀랄 만한 시도이다.
저자는 먼저 고대 로마의 외부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대략적으로 묘사한 후 바울이 공동체를 세운 것으로 여겨지는 로마의 도시들이 지닌 대략적인 특징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바울서신과 사도행전 등에 언급된 여러 등장인물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계급을 살펴본다. 이러한 자료와 관찰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이제까지 시도된 바울 연구는 바울 공동체, 또는 기독교 공동체의 사회적 환경과 구성원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바울의 공동체는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을까? 인간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다면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1세기 로마라는 도시에 살던 사람들의 의식은 하나의 계급구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바울 공동체가 있었던 로마의 도시들이 대부분 활발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진 곳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재산을 증식하여 경제적으로는 부유하나 신분상의 계급은 낮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가문이나 계급은 좋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도시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급변하는 도시 환경과 사회적 지위의 변화 속에서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로마 도시의 가족 공동체로부터 시작하여 유대 회당의 형식에 영향을 받았다. 이 모든 요소가 함께 어우러진 바울의 공동체는 현대의 교회와는 매우 달랐을 것이다.
두 번째, 1세기 바울 공동체에 대한 분석에서 저자는 이전까지의 반유대주의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바울이 유대주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는 신앙고백과 정결법, 그리고 성에 대한 규례, 공동체적 이해 등이다. 다만 바울은 유대 공동체와 헬라 공동체를 구분하는 기준들을 극복했고 메시아와 죽음과 부활에 대한 신비를 이해하고 있었다. 과거의 연구는 바울의 그리스도 신앙이 유대교가 가진 율법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믹스는 오히려 바울의 공동체가 유대교나 로마의 종교와는 다른 특이성을 가지게 된 이유는 도시 유대교와 여러 도시 로마 문화와 종교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났다고 본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전제하고 본 바울의 서신들은 어떻게 하면 공동체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선을 설정하면서도 복잡한 도시 사회 구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온통 채워져 있다. 저자는 과감하게 성서를 공동체의 경계 설정의 시각으로 읽으면서 여러 신학적 진술들의 이면에는 도시 안에 생존하는 공동체의 처절한 고민이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초기 공동체의 믿음에 대한 고백을 형성했던 여러 저술은 여러 현실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왔으며, 이는 헤겔의 말처럼 철학은 언제나 시대의 아들이라는 점을 기억하게 한다. 이 책의 4-5장은 바울 공동체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들과 규칙적으로 행한 의식(ritual)에 대한 연구이다. 기독교 신학에서 바울의 특이성으로 인정되었던 주제들이 사회적 맥락 안에서 재구성되는 것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믹스는 바울 공동체의 신앙 체계가 당시 로마 도시인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 6장은 짧지만 반복해서 읽어볼 만하다. 드러나게 말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자신의 연구 방법론을 통해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바울 공동체는 로마의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물론 전부는 아니지만-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이 점을 바울서신에서 발견한 믿음 패턴과 사회화 패턴을 통해 본 하나의 사회 운동의 특성을 밝힘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442쪽)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바울 공동체가 소유한 신성한 상징들이 당시 도시인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바울 공동체들은 죽음 이후 부활한 메시아 예수를 통해 드러난 한 분 하나님이라는 유일신론을 바탕으로 매우 단결된 독립체로 성장했다. 바울은 이들에게 메시아 예수와의 영적 연합이란 의식을 불어넣음으로 각기 다양한 도시 공동체들이 독립적이면서도 결국 모두가 하나라는 강력한 연대 의식을 불어넣었다. 이는 흩어진 각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강력한 친밀감과 헌신을 이룰 수 있었다.(443쪽) 또한 이들은 외부의 도시 사회와 자신을 구분지을 수 있을 만큼의 강한 경계 의식을 가지면서도 선교를 통한 확장을 계속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사명에 충성스러웠다. 이 모든 것들이 당시의 도시인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왔을 것이다. 게다가 제국의 도시가 가지는 여러 전통과 관계라는 사회적 압박을 버텨낼 수 있는 종말론적 세계관 또한 로마인들에겐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로마 도시 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진 계층 이동과 인구 이동은 도시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삶에 대한 두려움을 주었기에 이들은 위의 특징을 가진 바울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끌렸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들의 모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 사이의 단합과 헌신이 필요함과 동시에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해야 했다. 그래서 바울의 공동체는 도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 문화 밖으로 이탈하지 않으면서 그리스도가 말했던 온전한 평등을 이루어야 했다. 저자가 보는 바울의 리더십은 이에 대해 모호하다. 마치 그가 노예제도를 극복하려 하지만 배격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바울 사후에 1세기 공동체들은 이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이를 바울 제2서신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믹스는 이후의 교회가 제국의 대안이 되기보다 제국을 닮아가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 듯하다.

4. 필자의 생각에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상상이 아닌, 최대치의 도구로 1세기 교회의 현실을 그려낼 때에 얻을 수 있는 많은 결실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역작이다. 독자들은 성서의 여러 신학적 서술들을 현실 사회 안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성서학이 어떻게 현장에서 응용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적 성서읽기가 가지는 필연적인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믹스가 이 책을 출판한 이후, 1990년대가 지나면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면서 세계 곳곳의 분쟁과 전쟁에 관계하는 쉬지 않는 초강대국이 되었다. 이에 따라 성서학에서도 제국의 정치사회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후의 사회학적 연구는 제국의 정치를 포함하게 되었다. 인간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마다 변한다. 필자가 믹스의 연구 결과보다 그 시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러한 태생적 한계보다 훨씬 많은 장점들이 여전히 독자들의 탐사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노파심에서 한 가지만 더 언급한다면, 최근의 바울 연구에서는 1세기의 유대교와 기독교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독교’라는 단어보다는 ‘바울 공동체’, ‘메시아 공동체’라는 말을 선호한다. 이 책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다.
교회의 양적 성장에 관해서 말할 때,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목회자의 영적 능력이나 카리스마로 이해되는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믹스는 이러한 해석에 거리를 두며, 1세기 바울 공동체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로마의 여러 도시민에게 상당히 매력 있게 여겨졌을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관찰은 교회의 성장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만이 아니라 초기 교회가 결국 양적인 성장 이후 타락하게 되었다는 역사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성서만이 아니라 현실 사회와 교회를 연구할 때에도 좀 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고대의 공동체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교회를 더욱 온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수현|시카고신학대학원에서 신약성서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감리교신학대학교,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강의하고 있다.

 
 
 

2021년 11월호(통권 7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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