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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1년 9월호)

 

  평화를 몸소 실현하려는 하나님 나라 운동가
  『그리스도인의 직무유기: 평화를 위한 순종』, 송강호, 대장간, 2021.

본문

 

감옥에 있는 저자에게 헌정하는 책

이 책의 저자 송강호는 지금 제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17개월째이다.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세워질 때인 2011년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벌이다가 수감된 이후 두 번째 감옥생활 중이다. 송강호의 행동은 비폭력 저항운동이었다. 자연 생태계가 아름다운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만들어지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유산이요 제주도와 강정마을의 상징과 같은 구럼비 바위가 폭약으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송강호는 구럼비 바위에서 기도하며 저항했다. 이것이 죄가 되어 송강호는 첫 번째로 감옥에 갇혔다.1
2020년 3월 7일 구럼비 바위 발파 8주년을 맞이하여 송강호는 현장에 들어가 기도하고자 시도했다. 해군 당국에 출입 허락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불복종 저항행동을 단행하다가 체포됐다. 죄목는 군용시설 손괴죄이다.
송강호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무죄 석방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징역 2년의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선고가 있던 그날 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는 대법원 정문 앞 현장에 있었다. 그날은 대법원이 송강호를 심판한 날이 아니라, 평화운동가 송강호가 대한민국 대법원을 심판한 날이었다. 대법원의 웅장하고 높은 빌딩이 예루살렘 성전처럼 무너져버린 날이었다. ‘예루살렘 성전을 허물라, 내가 3일 만에 다시 세우리라.’ 『그리스도인의 직무유기: 평화를 위한 순종』은 대법원의 판결은 왜 최후의 심판을 받을 판결인가, 송강호 박사가 왜 지금 제주 감옥에 갇혀야만 하는가, 갇힐 수밖에 없었는가를 잘 설명해주는 책이다.
송강호는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신학자의 길보다는 평화운동가의 길을 선택했고, 국내와 해외의 분쟁과 갈등 현장에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아체 등 낯선 타국 땅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 지내면서 친구가 되었고 생명을 보살폈다. 그리고 2011년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 움직임이 본격화될 때부터 강정마을로 이주해 평화운동을 하고 있다. 그가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그의 친구들은 책을 출판했다. 평화운동 친구들이 보는 「개척자들」이라는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이다.

하나님 나라 신앙 운동으로 전개하는 평화운동

이 책은 총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천국의 노숙자들”에서는 평화운동가 송강호의 신앙고백과 신학이 잘 나타나 있다. 송강호의 평화신앙은 평화를 위해 죽어서 ‘우리를 조문하러 오는 이들이 우리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해주자.’고 하는, 죽음을 불사하는 부활신앙이다. 송강호에게 평화운동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증거하는 운동이다.
무모하게 보이는 그의 과감성은 구약성서의 예언자적 평화영성에 기인한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다시는 전쟁도 군사훈련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대의 예언이 내 마음에 전율을 일으켰다. 이 평화의 묵시는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의 예언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오늘 우리의 현실 속에서 살아내야 할 지금의 과제다.”(28-29쪽)
송강호는 경기도 양평 시골 마을에 ‘개척자들’이라는 이름의 공동체에서 살면서, 분쟁지역에서 평화활동을 하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왜 그는 그렇게 행복한가? “살고 싶다고 늘 고백한 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48쪽) 우리는 기독교인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길로서 송강호가 제안하는 가난, 비난, 고난의 삼난(三難) 세례론에 귀기울여 볼 만하다. 이것은 성자의 삶을 추구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신실한 믿음의 삶을 살고자 하는 기독교인에게 해당하는 조언이다. 송강호는 공동체 생활에서,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아체와 같은 위험한 분쟁지역 한복판에서 평화활동을 하면서 겪은 체험을 통해 역설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복론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난과 비난과 고난, 이 삼난을 각오하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상수훈의 행복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2부 “붉은 십자가들”은 현실 제도교회의 문제점을 다룬 송강호의 교회 비판이다. 필자의 판단으로, 송강호가 교회를 비판하는 것은 교회에 대한 그의 애정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의 눈에 대형 교회를 건축하는 일은 바벨탑을 쌓는 인간의 오만이다. 사랑의교회는 자본주의에 무릎을 꿇은 대표적인 교회일 뿐이다. 송강호는 민족 복음화, 성시화 운동을 ‘한국교회를 맴도는 그릇된 환상들’이라 비판하며, 민족 복음화에 앞서 교회 자정이 더 시급하다고 충고한다.
송강호는 최근 한국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전광훈을 한국교회가 낳은 괴물이라고 말한다. 한국교회를 망치고 추락시키는 전광훈 현상을 보면서 송강호는 제주 감옥에서 이른 새벽잠을 설치면서 한국교회 괴물들의 행태에 분노하며, 그 역사적 계보를 고발한다. 그는 한국교회의 괴물이 서북청년단, 이승만, 한경직, 박정희를 위한 국가조찬기도회, 한국대학생선교회(CCC), 한기총, 김홍도 등으로부터 기원했고 이들이 그 성장을 도왔다고 말한다.
교회가 본연의 자리와 역할을 회복하는 길은 무엇일까? 교회가 다시 상식이 통하는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 순종과 겸손, 무소유와 단순한 삶의 회복, 세상을 위한 피스메이커(peacemaker)라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송강호의 교회 사랑과 기대는 탕자의 귀가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 같다.
3부 “군대 귀신 들린 나라”에서 송강호는 기독교인의 바람직한 국가관을 토론한다. 신앙 양심과 국익이 충돌하는 경우 기독교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초대교회 이래 기독교인에게 끊임없이 던져진 질문이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 땅의 국가 모두의 시민권자로 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교회는 이미 국가에 종속되어 버렸고, 기독교인은 충실한 국가 시민이 되는 것을 신앙 양심으로 삼고 있다. 그들의 신앙 양심은 국익과 일치하고, 만약 충돌하는 경우에는 국익을 따른다. 이것이 오늘 기독교인과 교회의 모습이다.
송강호는 이런 현실 교회와 기독교인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기독교인은 세속 국가보다 하나님 나라를 우선으로 해야 하고, 국익보다 신앙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애국심보다 중요한 것이 정의와 평화를 따르는 신앙 양심이다. 이런 입장은 기독교 평화주의자들이 고수하는 입장이다. 국가보다 우선하는 것은 하나님 신앙이다. 기독교인은 국익에 반한다 하더라도 정의와 평화의 길을 따라야 한다. ‘자기 부인의 신앙은 국가 부인의 신앙으로’ 진보하여 국익에 반하더라도 신앙 양심에 따르는 기독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런 신앙 입장을 분명하게 실천하는 송강호는 ‘하나님 나라 운동가’라고 불려야 한다.
4부 “평화 복무”는 송강호의 평화실천 이야기이다. 이 땅에서 평화운동을 하며 산다는 것은 가난과 오해, 그리고 각종 비난과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송강호가 함께하는 평화운동 공동체 ‘개척자들’은 한 달 용돈 30만 원, 의식주 비용 30만 원, 그리고 가족이 있는 경우 약간의 비용을 더 받는다. 월급으로 60만 원쯤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송강호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 평화운동가로서의 삶을 결단했을 때를 이렇게 적고 있다.

생계가 막막했지만, 교회에서 성미라도 얻어 살 생각을 하고 아내에게 거지가 될 준비를 하자고 말했다. … 다행히 구걸하지 않고도 뜻한 바대로 살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거지가 될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평화 활동을 시작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233쪽)

송강호의 평화운동은 분쟁과 갈등 현장에서 하는 실천 운동이다. 그래서 그의 평화 이야기는 체험 이야기이다. 송강호의 평화학은 현장의 평화학이요, 그의 평화사상은 체험에서 다져진 단단한 확신이자 신념이다. “온갖 풍상과 시련 속에서도 강인하고 끈질기게 자라나가는 들풀처럼 평화도 폭력과 억압으로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에서 자라나는 생명이다.”(237쪽)

체험적 평화신앙 증언록

필자는 이 책을 기독교 평화운동가에게, 예수 정신을 따르는 목회를 꿈꾸는 목사와 신학도들에게 권하고 싶다. 기독교인이지만 신앙의 의미를 잃고 허무해진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 신앙적 삶을 사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고 기쁜 일인가를 발견하고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송강호의 신앙 증언서이다. 하나님 신앙을 증언하지만, 그렇다고 설교집은 아니다. 또한 하나님 나라가 어떤 곳인가, 어떻게 해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체험하는 길은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신학서적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신학적 언어들은 송강호의 체험에서 나온 확신에 찬 권면이요, 생생한 증언이다. 반전 평화 운동의 꿈을 하나씩 실현해 온 체험의 증언록이다.
필자는 철원에서 국경선평화학교를 통한 남북한 평화운동을 하는 목사로서, 송강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공감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평화운동의 실천 현장에서는 갈릴리 예수의 심정이 느껴지고, 예수의 말씀이 살아 내 삶의 말씀으로 깨달아지는 체험이 있다. 송강호는 그것을 매 순간 체험하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고생이고 미친 짓인데도 도리어 기쁘고 행복하다는 고백을 한다. 이 땅에서 평화운동을 하려고 나선 사람들은 단단하게 발 딛고 설 정신적 받침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신앙이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평화운동에 인생을 던지는가? 막연하고, 손에 잡히지 않고,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평화운동에 계속 투신하는 삶에 대한 궁극적이고도 흡족한 답변은 ‘신앙’이다. 이것이 송강호의 책에서 증언하는 요체이다.
지금 송강호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제주 감옥에서도 행복한 평화계획(Peace Plan)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주(註)
1 구럼비 해안바위는 4.5m 깊이의 구멍을 뚫어 8t과 35t의 화약을 두 번 넣고 폭파되어 사라졌다. 많은 제주 도민들이 반대한 일이었다. 그러나 2012년 3월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발파 작업은 강행되었고, 구럼비 바위는 무너져 내렸다.


정지강|평화신학자이다. 저서로 『퀘이커리즘으로의 초대: 펜들힐 일기』가 있다. 국경선평화학교 대표로 일하고 있다.

 
 
 

2021년 9월호(통권 7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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