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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1년 8월호)

 

  예수는 누구인가
  『나는 예수입니다: 도올의 예수전』, 김용옥, 통나무, 2020. 『예수 평전: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예수의 삶』, 김근수, 동녘, 2021.

본문

 

1. 기독교에서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수 시대에도 이 질문은 등장한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던진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은 후대에 추가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후일 예수에 대한 이야기가 팔레스타인을 넘어 로마 세계로 확장되고 교회라는 조직이 형성되면서도 이 질문은 끊임없이 대두되었으며, 초기 공의회의 신학 형성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정도였다.
우리가 알고 있고 확신하는 예수에 대한 교리는 예수의 정체성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기독교에서 예수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은 한 사람의 신앙과 실천적인 삶의 양식을 결정짓는 근본적인 요소이다. 예수를 누구라고 고백할 것인가에 따라서 정통과 이단을 가름하기도 하였다.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교리적 예수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를 비롯하여 지금도 우리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 발간된 두 권의 책이 관심을 끌었다. 한 권은 일명 ‘도올의 예수전’으로 불리는 김용옥의 『나는 예수입니다』이다.(2020년 3월 발간) 또 다른 한 권은 김근수가 쓴 『예수 평전: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예수의 삶』이다.(2021년 2월 발간) 두 책은 주제 면에서 ‘예수는 누구인가’를 다루고 있기에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두 저자는 예수라는 한 인물의 삶을 교리적으로 규정된 그리스도라는 측면을 넘어서서 인간의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런데 각기 다른 형식으로 예수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두 책은 서로 다른 책이기도 하다. 이제 김용옥이 말하는 예수와 김근수가 이야기하는 예수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2. 먼저 김용옥의 책은 예수가 스스로의 삶을 회상하는 자서전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며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마가복음을 중심으로 예수의 삶을 마치 독백처럼 풀어내고 있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당시의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수와 함께 갈릴리 길을 걸으며 예수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예수의 삶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문학적-교리적-종교적 서술로만 한정되지 않고, 이를 넘어 실제 역사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즉 민중의 삶으로 파고 들어간 예수, 자신 또한 민중의 한 사람으로 살아간 인간 예수를 만나게 된다. 이제 예수는 교리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오늘의 삶의 현장에서 나와 함께 숨쉬고 나와 함께 삶을 나누는 이웃과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예수를 신으로 섬기며 우리 인간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그를 숭배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는 오늘의 사람들에게 예수는 이 책을 통하여 한 인간으로 정답게, 그리고 가깝게 다가온다. “나는 예수일 뿐입니다. 나는 사람일 뿐입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 부릅니다.”(김용옥, 68쪽)라고 말하는 예수의 인간 선언도 들린다. 결국 예수는 인간 민중으로 살다가 죽었지만, 마침내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리 민중의 지평 위에서 부활하여(김용옥, 322쪽) 우리에게로 살아 돌아온다.
김용옥의 『나는 예수입니다』는 이처럼 우리에게 인간 예수를 되돌려주고 있다. 하나님의 자리를 버리고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이 되어 인간으로 살다 인간으로 죽고 인간으로 돌아온 예수를 통하여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 책은 아직도 전통적 교리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문자적인 대속의 의미로만 예수를 이해하고 있는 대다수의 한국 교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구원을 천국과 지옥의 틀 안에서 인간의 삶을 벗어난 신적 영역으로의 이동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예수가 말하고자 하는 하나님은 구약에서 말하는 야훼와는 전혀 다른 하나님이라는 설명에 많은 교인들은 당혹감을 넘어 공포에 젖을지도 모르겠다.(김용옥, 51쪽)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넘어 인간 예수에게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한국교회의 희망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나는 하나님에 대하여 일체 신학적 이론을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종교를 만들지 않았습니다.”(김용옥, 51-52쪽) 이 같은 예수의 독백은 오늘 한국교회가 역사적 예수, 인간 예수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할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예수에게 돌아오도록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진정 한국 기독교인들을 위한 선물이다.

3. 이에 반해 김근수의 『예수 평전』은 사뭇 다른 형식으로 전개된다. 김용옥의 예수전이 각주 하나 없이 순수한 이야기 형식으로 인간 예수의 삶을 서술한 반면, 김근수는 다양한 문헌을 활용하면서 보다 학문적으로-이해가 어려운 학술적 서술은 아니다-그리고 조직적으로 인간 예수를 소개한다. 김근수는 우리를 교리 안에 갇혀 있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가깝게 발견할 수 있는 친근한 ‘인간 예수’에게로 인도한다.
이 과정에서 김근수는 예수와 관련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두 가지 신학적 주제를 중심으로 예수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둘은 바로 ‘예수와 하느님 나라’와 ‘예수와 십자가’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근수의 예수전은 ‘예수에 대한 신학적 평전’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김근수는 김용옥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로 숭상되는 예수가 아닌 인간 예수를 조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예수 시대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특별히 예수를 ‘갈릴래아 사람’과 ‘유다 사람’으로 지칭하면서 인간 예수의 역사적 위치를 조명한다. 저자는 여러 문헌들을 활용하면서 예수의 탄생을 보통 인간의 탄생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예수는 인간이기에 인간으로 태어나야만 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역사의 예수는 모든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잉태되고 태어났다.”(김근수, 46쪽) 여기에 더하여 김근수는 예수의 탄생을 신학적으로도 살펴야 한다고 덧붙인다. “신학적으로 모든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잉태되고 태어났다고 말하면 어떨까. 나는 그렇게 비유하고 싶다.”(김근수, 46쪽)
김근수의 예수전은 철저하게 해방신학적 관점에서 쓰였다. 이 책에서 인간 예수의 삶은 가난한 사람의 삶의 현장으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해방신학자로서 가난한 자의 시각에서 성서를 바라보려는 초점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관점을 잘 드러내는 인상적인 몇몇 구절을 곱씹어보자.

• 예수의 하느님 나라 메시지는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관계를 새롭게 하자는 회복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랑과 정의를 부각한다. 종교적 의미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137쪽)
• 하느님 나라는 가난한 사람이 살아가는 자리에서 가능하고, 경험할 수 있다.(137쪽)
• 가난은 경제 문제 이전에 신학 문제다. 가난은 하느님 나라를 지상에 건설하는 데 최우선 주제다.(148쪽)
• 하느님 나라는 가난한 사람의 것이다. 이 말은 하느님 나라는 언제 오느냐 하는 질문보다 몇천 배 중요하다.(157쪽)
• 예수는 모든 인간에게 다가가기 전에 가난한 사람, 굶주린 사람, 우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예수의 모든 행동과 말에 가난한 사람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있다. 예수는 종교적 편파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배경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가난한 사람에 대한 편파성이 있다.(192쪽)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근수의 예수전은 신학적 평전이기에 김용옥의 예수전과는 달리 부활 이전과 이후의 예수를 구분하고 있다. “예수는 그리스도다. 부활 이전 예수는 부활 이후 그리스도가 됐다. 역사의 예수는 믿음의 그리스도가 됐다. 역사의 예수만 알고 믿음의 그리스도를 모르면 예수를 반쪽만 아는 셈이다. 그리스도는 예수다. 믿음의 그리스도는 역사의 예수다. 믿음의 그리스도만 알고 역사의 예수를 모르면 예수를 반쪽만 아는 셈이다. 부활 이후 그리스도는 부활 이전 예수에 기초한다.”(김근수, 349쪽) 이 책은 역사의 예수와 믿음의 그리스도가 반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오늘의 한국교회로 하여금 균형 잡힌 예수 그리스도에 도달하도록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근수의 『예수 평전』은 한국교회를 향한 또 하나의 선물이다.

4. 빌립보서는 예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빌 2:6-7, 새번역) 이 본문은 예수를 믿고 따랐던, 그래서 예수를 통하여 하나님을 알게 된 최초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고백한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예수를 통하여 경험했던 하나님(신)은 높은 자리에 앉아서 사람들을 다스리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 되어 사람으로 살아가는 하나님이었다. 이것은 완전한 혁명, 뒤집힘이다. 신은 늘 신이었다. 신은 인간이 될 수 없다. 신은 모든 것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신을 섬기며 그 신을 중심으로 그 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야만 했다. 사람들은 신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바쳐야 했다. 거대한 신전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것을 본다. 신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인간! 이러한 모습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빌립보서는 이런 생각을 뒤집어놓는다. 하나님이 내려온다. 신의 모습을 버리고 사람의 모습을 취한다. 그리고 사람으로 살아간다. 심지어 사람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린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람이 된 하나님이 말한다. “이제 신 중심으로 살지 말라. 사람은 사람 중심으로 살아가야 한다. 오히려 내가 사람이 되어 사람을 위하여 목숨까지도 버리니, 이제 신을 중심으로 신을 위하여 살던 삶에서 사람을 위한 삶으로 변하라.” 이것이 당시 최초 믿음의 사람들이 예수를 통하여 경험했던 하나님의 모습이다.
그들은 이제 하나님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삶으로 옮겨간다. 그러므로 사실 기독교의 핵심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제 하나님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그 축이 옮겨 갔다. 이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왜 기독교인들이 세월호의 대참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하면서 기득권의 편에 서 있는가? 왜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그치지 못하고 있는가? 그들이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에게 그렇게 소중한 존재인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의 자리를 버리고 사람으로 오신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다른 하나님을 믿는 무신론자들이다. 우리는 사람인 하나님을 믿는다. 김용옥의 『나는 예수입니다』와 김근수의 『예수 평전』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인간 예수를 우리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홍인식 | 아르헨티나 연합신학대학(ISEDET)에서 해방신학을 전공하였다. 쿠바 개신교대학과 멕시코 장로교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서울 현대교회와 순천 중앙교회에서 목회했다. 저서로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다시 읽어보는 사도신조』, 『창세기로 예배하다』, 『욕망 시장 그리고 종교』 등이 있다. NCCK 인권센터 이사장, 인터넷 언론 「에큐메니안」 대표, 순천 예수함께 공동체 지도목사로 일하고 있다.

 
 
 

2021년 8월호(통권 7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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