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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1년 4월호)

 

  서학비상(瑞鶴飛翔): 고고하고 도도한 아시아 기독교 역사와 신학 연구를 위한 길라잡이
  Cranes ever Flying: Introductions to Asian Christian History and Theology, John C. England, ISPCK, 2020

본문

 

1. 이 책은 아시아 기독교 역사나 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존 잉글랜드(John C. England)의 작품이다. 뉴질랜드 출신인 그는 아시아 기독교 역사와 신학 연구를 위해 평생 헌신한 학자이며, 사별한 그의 부인 리타(Rita)도 이 분야에 함께 헌신한 학문적 동역자였다. 그는 20세기 중반 아시아 신학의 재기 혹은 현대 아시아 신학의 탄생 과정에서 아시아 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토대를 놓은 선구자 중 하나였다.
본격적인 서평에 앞서 그의 이름을 빛나게 한 과거의 저술을 언급하자면, 1981년에 편집한 Living Theology in Asia(아시아의 생동하는 신학), 1996년에 저술한 The Hidden History of Christianity in Asia: The Churches of the East before the Year 1500(아시아 기독교의 숨겨진 역사), 2001년에 리타와 공동 저술한 Ministering Asian Faith and Wisdom: A Manual for Theological Librarians in Asia(아시아 신앙과 지혜를 섬기기)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은 그가 대표편집자로 내놓은 Asian Christian Theologies: A Research Guide to Authors, Movements, Sources (아시아 기독교 신학들)라 말할 수 있다. 그는 아시아기독교협의 회(CCA), 홍콩 도풍산 에큐메니컬 센터(Tao Fung Shan Ecumenical Centre, Hong Kong), 아시아 신학 및 문화 프로그램(Programme for Theologies and Culture in Asia) 등 아시아 에큐메니컬 신학 연구 운동이라는 배경 에서 신학 작업을 해나갔다. 그가 평생 모은 자료는 뉴질랜드 더니든 에 있는 녹스 칼리지 헤윗슨 도서관(Rita Mayne England Asian Studies Collection, Hewitson Library)에 기증되어 오늘날 후학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의 제목과 이 글의 제목을 눈여겨본 독자라면, ‘학’(鶴)이라는 글자가 공통적으로 들어 있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영어로 쓰인 이 책의 제목을 직역한다면, ‘학의 지속적인 비행: 아시아 기독교 역사와 신학 개론’이다. 좀 더 세련된 제목을 붙인다면, ‘서학비상(혹은 학의 도도한 비 상): 아시아 기독교 역사와 신학 개론’ 정도가 되겠다. 책 표지는 이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저자는 ‘감사의 글’에서 책 제목과 표지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했다. 아시아 종교와 문화에서 학은 유구한 세월 동안 특정한 것을 연상시키는 역할을 했는데, 바로 이 강력한 상징성 때문에 학의 비상을 제목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학이 도도하게 나는 모습은 분명한 목적과 추구를 상징한다. 심지어 학은 천상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여겨졌으며, 따라서 장수와 영생을 표상하고, 나아가 순결과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를 상징하여 정의와 평화의 상징이 된다는 것이다.1전통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학은 귀하게 여기는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 학은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고, 선비를 연상시키는 고고한 존재이며, 나아가 상서로운 존재라는 의미에서 ‘서학’(瑞鶴) 혹은 신선의 경지를 표상하여 ‘선학’(仙鶴)이라고 불린다.
아시아 신학은 현장의 문제에 응답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치열함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고고함을 잃지 않고 도도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의 제목과 필자의 바람을 담아 이 글의 제목을 “서학비상: 고고하고 도도한 아시아 기독교 역사와 신학 연구를 위한 길라잡이”라고 붙였다.
이 책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외서(外書)이다.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에 의해서 속히 번역·출간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2.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기존 글들 가운데서 아시아 기독교 역사와 신학 개론에 요긴한 것들을 추려 수정·보완한 것으로, 개론서이면서도 논문집의 성격을 지닌 독특한 책이다. 다시 말해 개론서를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새로 쓴 것이 아니라 개론서에 포함될 만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개론서와 논문집 그 중간 정도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저술 목적을 충족한다면 글의 내용이나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지, 어떤 부분은 다듬어지지 않은 채 메모에 가까운 내용을 그대로 대범하게 노출하기도 한다.
이 책의 몇 가지 특징을 간추려보자. 첫째,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그의 대표작 『아시아 기독교 신학들』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현대 선교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보쉬(David J. Bosch)의 『변화하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 Paradigm Shifts in Theology of Mission)가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스탠 너스바움(Stan Nussbaum)이 입문자를 위해 요약본 『변화하는 선교 가이드북』(Reader’ s Guide to Transforming Mission)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관계가 연상되었다. 필자는 지금도 아시아 신학 연구에서 최상의 지름길은 (사실 시간이 많이 걸려, 지름길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3권으로 이루어진 『아시아 기독교 신학들』을 통독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이 책은 한편으로 아시아 신학 연구의 핵심을 소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아시아 기독교 신학들』의 내용을 요약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책을 먼저 읽는다면, 마치 지도를 가지고 여행을 하듯이 『아시아 기독교 신학들』을 읽을 수 있고, 반대로 『아시아 기독교 신학들』을 먼저 읽는다면 충실하게 복습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시아 기독교 신학들』 출간 이후에 나온 연구들도 다수 소개하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둘째, 저자는 평생을 아시아 기독교 연구에 바친 대가답게 아시아 기독교 역사와 신학을 두루 망라하여 다룬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주로 아시아 기독교 연구에 관해 역사적으로 접근한 글을 담고 있으며, 2부는 아시아 기독교 연구를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총 8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1부에서 저자는 아시아가 세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라면서 아시아 기독교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1장), 아시아 기독교의 에큐메니컬 운동이 현대 에큐메니컬 운동만이 아니라 초창기 에큐메니컬 운동부터 존재했음을 드러내면서 그 역사를 개관한다.(2장) 그리고 아시아 문화와 아시아 신학에서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3장), 아시아 기독교 문헌에서 볼 수 있는 아시아 문화와 서구 기독교의 조우를 다루며(4장), 아시아 신학 곧 아시아 상황화 신학이 창조성과 연속성을 통해 서구 기독교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사례연구를 통해 소개한다.(5장) 아시아 기독교 역사 서술 방법론으로 교리 위주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 구현을 추구하는 선교적 관점에서 기술하는 역사를 제시(6장)한 저자는 아시아 신학이 서구 신학과 차이가 많기 때문에 그런 차이를 염두에 두고 신학화를 할 것을 제안하며(7장), 대표적인 아시아 신학자 8명을 소개한다.(8장)
1부에서 몇 가지 주목할 내용을 간추려보자. 2장이 다루고 있듯이, 오이쿠메네(oikoumene)가 전 세계 교회를 가리키기 이전에 인간 세상을 가리켰던 것처럼, 아시아 에큐메니컬 운동은 처음부터 인간 세상에 관심을 가졌고 또한 상호 협력을 중요한 특징으로 한다. 특히 7장은 아시아 신학 방법론을 잘 요약·정리하고 있어, 일독을 권한다. 그는 7장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제시한다. 먼저 아시아 신학은 서구 신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아시아 신학의 고유성을 강조하면서, 교리보다 실천적 측면을 내세우기 위하여 신학(theo-logy=theos+logos) 대신 동아시아적인 신도(theo-dao) 혹은 남아시아적인 신법(theo-dharma)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또한 아시아 신학은 경험에서 출발하고, 따라서 이야기가 중요하며, 현장에서 시작하여 신학적 성찰을 거쳐 하나님의 미래에 동참하기 때문에 ‘현재-과거-미래’의 순으로 진행된다. 8장에서는 여덟 명의 아시아 신학자를 소개하는데, 그중 두 명이 한국인으로, 김재준과 이선애이다.(이선애는 박상증의 부인이기에 저자는 ‘Sun-Ai Lee Park’이라는 영어명을 사용한다.) 김재준은 잘 알려졌지만, 이선애는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학자이다.2 그런데 저자가 이선애를 8명 가운데 포함시키고 있어, 한국 신학이 아시아 신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하나의 장처럼 연결되어 있다.
2부에서는 1부에서 언급된 내용을 일부 반복하면서, 아시아 기독교 연구에 필요한 방향을 설정하고 자료와 연구 동향 등을 제시한다. 특히 서지, 학자 등에 대하여 방대한 내용을 주마간산 식으로 소개하고 있어 그 것들을 좇아서 읽노라면 숨이 가쁠 정도인데, 이를 통해 아시아 신학의 계보를 파악하도록 도움을 준다.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소개하면서 아시아 기독교를 연구할 때 사료가 부족하여 장애가 된다는 통상적인 언급에 대해 실제로는 관련 사료가 많으니, 학자들이 원어 해독 등을 통해 연구에 분발해줄 것을 촉구한다. 아시아 기독교 연구는 아직도 많은 이에게 미지의 세계처럼 낯설게 보이는데, 이 책 2부는 연구자를 위한 디딤돌과 지도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우구스티누스가 스스로의 연구를 돌아보면서 교정했던 Retractationes(재고록)도 생각났고, 최후작을 의미하는 ‘swan song’(백조의 노래)라는 단어도 생각났다. 저자는 책 군데군데에서 ‘우리’ (we)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 신학을 제3자의 객관적인 입장이 아닌 아시아인으로서 연구했다. 사실 아시아는 20세기에 에큐메니컬 운동을 비롯한 기독교 권역(regional) 운동의 진원지였고, 아시아기독교협의회가 구성될 때 호주와 뉴질랜드가 참여하면서 아시아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아시아 교회가 에큐메니컬 교회였다면 아시아 기독교 연구도 에큐메니컬 연구가 되어야 한다. 즉 ‘그때 거기’를 지향하면서도 ‘지금 여기’에서 ‘함께’하는 연구 말이다.
교정할 몇몇 부분이 눈에 띄는 점은 옥의 티라 할 수 있다.(특히 다수의 사진이 실린 5장에 많다.) 역설적이지만, 아시아 신학은 현대의 공용어라고 하는 영어에 빚을 지고 발전하고 있다. 이 책은 인도의 ISPCK(Indian Society for Promoting Christian Knowledge)에서 출간되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기독교 출판사들이 영문 서적을 출간·보급하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을 곧잘 해낼 번듯한 출판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운 마음이 든다.


주(註)

1 John C. England, Cranes ever Flying: Introductions to Asian Christian History and Theology (Delhi: ISPCK, 2020), ⅹⅳ.
2 「기독교사상」 2021년 2월호 62-80쪽에 실린 “안상님 목사 인터뷰”에 이선애가 간단하게 소개된다.(74-75쪽) 그녀는 In God’s Image(하나님의 형상으로)라는 잡지를 장기간 발간하면서, 아시아 여성 신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안교성 | 교회사를 전공하였다. 『한국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4월호(통권 7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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