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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1년 2월호)

 

  상반되는 성서 텍스트에 대한 책임 있는 읽기와 공동체적 적용
  『여성, 전쟁, 안식일, 노예제도: 사례 연구를 통한 성서 해석』, 윌라드 스와틀리, 황의무 옮김, 대장간, 2020.

본문

 

성서에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상반된 내용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노예제도는 지금과는 달리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당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로 과부, 고아, 나그네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남편 없는 여성은 아내 없는 남편과는 처지나 위상이 달랐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하거나 공공연하게 대상화하고 차별한 성서 본문의 예는 오랜 시간 여성에게 억압적인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세밀히 살펴보면 성서안 에는 노예나 여성을 억압하는 구절이 있는가 하면, 해방과 자유를 외치는 구절도 엄연히 존재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애매도형이론을 통해 한 그림에서 오리 혹은 토끼를 발견할 수 있음을 말한다. 같은 그림이지만 관찰자가 어디에 방점을 찍고 보는가에 따라 해석이나 판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성서 해석은 그러한 관점을 반영하여 다양한 읽기와 해석을 통해 성서 텍스트에 있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내용을 정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저자 윌라드 스와틀리(Willard M. Swartley)는 메노나이트대학에서 오랜 시간 신약학을 가르친 교수이자 목사이다. 스와틀리는 특별히 성서의 어려운 주제들을 연구하는데, 매우 세심하고, 공정하며, 분별력 있는 성서 해석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과거에 저술한 여러 권의 책은 이미 우리말로 번역되어 소개된 바 있다.1 이 책은 몇 달 전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책인 동시에 1983년 미국에서 발간된 38년 전 책이기도 하다. 열린 태도로 진지하게 주어진 주제의 의미를 추적해가려는 저자의 연구와 분석은 오랜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돋보인다. 아나뱁티스트로서 그는 각 이슈를 선정하고 비교·분석해 통찰력 있는 읽기와 공동체적 적용을 보여준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부록으로 4개의 주제가 수록되어 있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 네 개의 주제(노예제도, 안식일, 전쟁, 여성)를 1-4부에 서 나눠 다루고, 5부는 성서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안내한다.2
각각의 주제에 따라 전개 방식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논쟁될 사안을 중심으로 성서의 본문을 찾아 근거를 제시하며 이를 설명하고 새로운 이해로 이끄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어진다. 노예제도를 다룬 제1부에서 하나님은 족장들에게 노예제도를 허락하셨고, 이스라엘 국가에서 법 제도로 있었으며, 예수 시대에서조차 그것은 비판받지 않았다는 찬성론자들의 논지를 소개한다. 반면에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과거 성서에 나오는 노예제도를 오늘날 정당화할 수 없는 근거로 이스라엘을 애굽의 종에서 해방시킨 하나님을 주목한다. 이스라엘 역사에서는 압제적인 노예제도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만약 그랬다면 하나님의 준엄한 책망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예수, 사도들도 노예제도를 정당화하지 않았다는 논지를 편다. 저자는 양측의 주장에 대한 각각의 반론을 정리한 후, 이에 대한 해석학적 대안을 제시한다. 나아가 해석할 때 필요한 7개의 원리를 설명한다.
제2부에서는 안식일과 주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설명하고 주의 날인 일곱째 날은 모두 거룩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리글레(G. M. Riggle), 윌리 로르도프(Willy Rordorf), 폴 쥬엣(Paul K. Jewett), 카슨(D. A. Carson)의 책과 주장을 인용하며 뒷받침한다.
제3부에서는 사랑과 용서를 말하는 기독교인이 전쟁에 나가 싸워야 하는가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노예제도와 마찬가지로 전쟁 참여를 지지/허용하는 입장과 평화주의자/비저항 입장의 주요 논지가 먼저 소개된다. 찬성론자들은, 하나님은 전쟁을 통
해 싸워 이길 것을 명령했고, 신약성서의 많은 본문도 전쟁을 지지했으며 사도들 역시 권위에 복종할 것을 가르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화주의자가 성서를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용사로서의 하나님은 유대와 기독교 신학의 근간이 되고 타락한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윤리가 절대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혁명과 해방에 대한 내용을 성서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전쟁을 통해 이뤄낸 결과가 되기도 한다. 반면 평화주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전쟁은 인간의 타락에 기원한 것으로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 구약과 신약의 증언을 통해 예수의 가르침이 평화적이며 그리스도인의 윤리 역시 전쟁이 아닌 평화로 이끄는 삶을 부여받았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제4부에서는 여성에 대해 특히 계급구조적 해석자들과 해방주의적 해석자들의 주장을 각각 소개한다. 창세기에서의 창조와 선악과 이후 여성에게 주어진 결과에 대해 비교한다. 나아가 구약과 예수 시대, 바울 시대의 여성에 대한 인식을 비교해 알려준다. 여성이 성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남성에 비해 평등하거나 존중받지 않았다 해도 해석자의 논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 가능하며, 여성에게 힘을 부여할 수 있는 성서적 근거를 보여준다. 한 예로, 로마서 16장에서 27명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 중 10명이 여성이다. 엘리자베스 피오렌자(E. S. Fiorenza)는 “여성이 초기교회 선교운동에 탁월한 역할을 했으며 바울이 사용한 제한적 용어는 오히려 그의 선교사역보다 앞선 발전에 대한 반응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미 바울은 여성을 선교동역자, 가정교회의 지도자, 바울보다 먼저 된 동료 사도, 바울이 존중히 여기는 자, 주 안에서 수고한 자로 언급하며 당시 여성의 지위와 사역을 제한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제5부에서는 성서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앞의 네 가지 주제를 상호 연관지어 설명하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성서 비평의 기능은 교회가 성서의 역사적, 문화적, 언어적, 문학적 배경을 통해 오늘날 교회의 삶에 대한 성서의 의미를 분명히 하는 지속적인 작업이다. 저자는 바람직한 성서연구방법의 핵심 요소와 절차를 간략하게 제시한다.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는데 첫째, 텍스트 안에서 주의해서 듣기(관찰), 둘째, 텍스트의 배후에서 유익한 도움을 얻기(의미), 셋째, 텍스트 앞에서의 자유로운 삶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가 단순한 단계적 연결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의 공동창조적 사건을 형성하게끔 기대한다. 그가 서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성서해석의 차이를 다룰 바른 관점을 얻기 위해 말씀의 힘이 해석자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텍스트를 주체의 자리에 두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어떻게 사용되면 좋을지 실제로 강의나 소규모 독서 그룹 운영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부록 “교회의 삶 속에서의 성경 해석”은 1977년 메노나이트 총회에서 채택되었을 정도로 그의 연구는 권위 있고 폭넓게 인정받는다.
책을 통해 상반된 견해를 가진 그룹이 매우 논리적이고 진지하게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는, 마치 공개토론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이기적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성서를 제시하고 귀를 닫을 것이 아니라 성실하면서도 겸허하게 성서를 통 해 들려지는 소리를 들어야 하겠다. 때로 상반된 입장에 서 있다면 대화 와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보다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실천적인 한 예로, 메노나이트 교단의 대표적 평화신학자 존 하워드 요더(John Howard Yoder)를 들 수 있다. 그는 저명한 학자였는데, 그 가 수십 년간, 많게는 100명에 가까운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3 역사적으로 메노나이트 교회는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교회에서 발생한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세상 법정에 서는 것을 수치로 여겨왔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의 성범죄를 드러내고 피해 여성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힘쓴 교단과 신학교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는 책임 있는 성서 읽기와 공동체적 적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교회와 교단 현실과 많이 비교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책 판매량도 증가했다고 한다. 이 책은 단순한 성서 해석을 넘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고 공동체에서 어떻게 본문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세심하게 인도해줄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권력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해당하는 이들의 경험과 이를 위한 다양한 성서 해석 역시 필요하다. 책에서 다루지 않은 상반된 입장의 주제들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책임 있는 성서 읽기는 이를 적용하고 확장시키는 공동체적 실천을 요청한다는 것도 기억하자.


주(註)

1 현재 번역되어 있는 스와틀리의 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의 성경전승과 공관복음서: 신구약의 성경 신학적 관계』(대서, 2010), 『동성애: 성서적 해석과 윤리적 고찰』(대장간, 2014), 『당신의 빛을 비추소서』(대장간, 2016), 『요한복음: 모든 이를 위한 신자들의 교회 성서주석』(대장간, 2016).
2 한글판 책 제목에서는 여성이 가장 먼저 언급되지만, 본문의 구성은 원제목인 Slavery, Sabbath, War, and Women: Case Issues in Biblical Interpretation의 순서를 따랐다.
3 「뉴스앤조이」의 2018년 기획기사 “평화신학자의 두 얼굴 ①~⑤”를 참고하라. 요더의 성범죄와 학교 및 교단의 대처와 그 과정을 다룬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대장간, 2018)가 출간된 것도 의미 있다.



최은영 | 계명대학교에서 구약학을 전공하였다. 저서로 『주변을 살피며 경계를 넘다: 상생을 꿈꾸는 탈식민주의 여성신학적 성서해석』, 『성서에서 만나는 다문화이야기』(공저) 등이 있다. 현재 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1년 3월호(통권 7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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