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책마당 > [책마당]
책마당 (2020년 12월호)

 

  우리 곁에 성소수자가 있다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박경미, 한티재, 2020

본문

 

박경미 교수의 책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는 흔히 ‘동성애 반대 구절’로 이해되는 성서 본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미 이러한 주제에 대해 서양 학자들의 저서가 무수히 나왔고 적지 않은 책이 번역되었지만, 본서는 우리 학자에 의한 글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그 존재의 의미가 크다. 오래전의 독자와 청중을 대상으로 기록된 성서가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의 쟁점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성서학을 공부하는 이들의 마땅한 과제일 것이다. 협소하고 옹졸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네 개신교 풍토에서는 ‘동성애 논쟁’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이단 시비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을 생각하면, 본서와 같은 논의는 더욱 필요하다.
본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1부는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1장), 성소수자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2장), 반동성애 운동(3장)과 성소수자 운동(4장)의 전개와 현황, 그리고 역사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인식이 있었는지를(5장) 차례로 다룬다. “성소수자와 성서”라는 제목의 2부는 본격적으로 성서에서 문제가 되는 본문을 다룬다. 당연히 성서해석의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6장에서 먼저 다룬 후, 성소수자와 관련된 성서 본문인 창세기 19장과 사사기 19장,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 고린도전서 6장 9절,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마서 1장 26-27절을 각각 7-10장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본서의 내용을 모두 개괄하는 대신, 다른 책들에 견주어 특징적인 지점을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 번째 특징으로, 저자가 1장에서 어떻게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다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군사독재, 민주주의, 노동운동과 같이 한국 사회 전반을 둘러싼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생태 문제나 성소수자 인권 같은 문제는 1세계 사람들이나 가질 한가로운 문제라 여겼던 저자는 실제로 모욕을 당하고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치는 성소수자들의 소리로 인해 이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부분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사람들은 권위주의적인 권력과의 싸움에 맞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며 이 와중에서 우리 사회의 성차별이나 성소수자 차별과 같은 문제를 기본적인 민주주의 회복 이후에나 다룰 문제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남녀평등, 성소수자의 인권과 같은 일상의 정의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민주주의나 민족자주는 실상 무의미하다.
두 번째로 본서는 성소수자를 둘러싼 쟁점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도 간략히 싣고 있어 이 문제를 좀 더 크게 바라보도록 한다.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보다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50-54쪽), 동성애는 질병이나 비정상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54-62쪽),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잘못된 견해와 이를 둘러싼 오해에 대한 설명(62-69쪽)이 차근차근 다루어진다. 그와 더불어 한국 개신교의 반동성애 운동의 논리와 전개, 성소수자 운동의 현황에 대한 설명도 상황을 파악하는 데 유익하다. 특히 역사 속에서 이성애가 당연하고도 타당한 본질적 질서가 아니었으되, 12세기 이래 가족제도의 강화와 더불어 이성애 중심주의가 확고해졌다는 본서 5장 내용 역시 흥미롭다. 이에 대해서는 훨씬 정밀한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오늘과 같은 이성애에 기반한 가족제도의 강화가 건강한 노동력 확보와 노동계급의 안정적 재생산 유지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이와 연관해 이상적인 가족 개념과 성 역할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는 설명은 주목할 만하다.(158-178쪽) 이를 생각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는 가족과 가족 내에서 남녀가 맡아야 하는 젠더 역할에 대한 논의와도 결부되는 중요한 주제임을 깨닫게 된다.
세 번째로 이 책의 특징적인 점은 본론에 해당하는 성서해석 부분이다. 저자에게 성서해석의 최소한의 기준점은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적 이해로부터의 탈피”이다.(17쪽) 성서가 제시하는 관념을 고대의 문화나 가치관과 연관된 것으로 보아 오늘 우리가 극복해야 할 편견으로 볼지, 아니면 지금도 적용되는 무시간적으로 타당한 명령으로 볼지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라 보면서, 저자는 인간의 성적 지향과 관련된 과학적 지식, 그리고 개별 성서 구절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잣대로서 성서 전체의 핵심 메시지, 이렇게 두 가지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다.(196쪽) 이와 연관해서 저자는 안식일 계명이나 할례 명령의 재해석처럼 이미 성서 안에서 과거의 전통을 재해석하거나 자기갱신하는 사례들이 무수함을 보여준다.(199-205쪽) 이러한 해석 원칙에 기반하여 저자는 쟁점이 된 본문들을 다룬다. 대체로 기존의 서적에서 제시된 내용과 겹치지만, 곳곳에 저자가 주목하고 부각시킨 눈부신 풀이를 볼 수 있다.
저자가 보기에 창세기 19장과 사사기 19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본문의 논지는 ‘동성애’가 아니라 ‘낯선 자들에 대한 폭력’이다. 두 본문은 거의 비슷한데, 차이가 있다면 사사기 19장에 등장하는 레위인의 첩은 윤간을 당하고 죽임당했다는 점이다. 결국 같은 나그네라 하더라도 남자는 모욕당하기 전에 살지만 여성은 죽는다는 점에서, 저자는 이 같은 본문에서 “자기 의지대로 행동한 여자”, “당돌한 여자”에 대한 가부장 전통의 강력한 낙인 찍기를 발견한다.(230-232쪽) 본문에 대한 새롭고 창조적인 관찰은 소금 기둥이 된 롯의 아내에 대한 진술에서도 볼 수 있다.(238-239쪽) 멸망당하는 타인의 불행에 대한 연민으로 인해 마음이 움직여 뒤돌아본 여성에게 재앙이 내렸듯, 성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연민을 가진 목회자나 신학자 역시 소금 기둥이 될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저자의 토로(239쪽)는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동성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정죄하는 레위기의 두 본문에 대한 설명에서 저자는 두 본문 모두에 ‘여자와 교합하듯’(레 18:22), ‘여자와 동침하듯’(20:13)이라는 굳이 없어도 될 표현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동성 성행위 자체라기보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 침범, 경계의 침범임을 보여준다.(260-263쪽) 이렇게 “삶의 전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명확히 하려는 이러한 경향은 실질적으로는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남성의 우월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지닌다.”(264쪽)
동성애를 반대하는 주장의 가장 강력한 논지로 여겨지는 로마서 1장 26-27절에 대해 그리스-로마의 나이 어린 남자아이와의 동성 성관계에 대한 규탄이라거나 사회경제적 착취에 기반한 관계 비판이라 보며 이 본문을 동성애 반대로 보지 않으려는 견해와는 달리, 바울이 동성 성행위뿐 아니라 동성 사이의 성적 열망까지도 창조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저자의 견해는 인상적이며 설득력 있다.(339-345쪽) 저자는 바울이 이렇게 주장하게 된 배경으로 구약성서와 더불어 바울이 사용하는 ‘순리’ 혹은 ‘본성’ 개념에서 볼 수 있는 당대 스토아 철학을 언급한다.(346-352쪽) 저자에 따르면, 바울이 사용하는 ‘본성’ 혹은 ‘순리’로 표현된 창조질서 이해는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그 시대의 젠더화된 이해에 기반해 있다. 1세기 로마의 젠더 관념과 오늘날의 이해가 확실히 달라졌음을 생각하면, 바울의 표현은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필연적이다. 이와 연관해 저자는 남자와 여자, 종과 자유인, 헬라인과 이방인 모두 주 안에서 하나임을 선언하는 갈라디아서 3장 28절이야말로 초대교회의 개방성과 급진적 포용주의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임을 말한다.(356-366쪽) 교회는 그 구성원의 범위를 유대인에서 시작해서 이방인으로, 노예로, 여성에 이르기까지 확대해왔고, 이제 마지막으로 확대될 구성원은 성소수자이다.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인 저자의 논지는 책 전반에 걸쳐 매우 설득력 있다. 굳이 몇 가지를 지적하자면, 우선 음식물 규정과 성에 관한 규정이 모두 거룩한 삶의 영역으로 결합된다는 점을 말하지만(250-252쪽), 두 규정이 ‘너희는 거룩하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레 11:44-45, 20:25-26)을 좀더 명확히 진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저자의 논지가 서로 충돌되어 보이는 지점이 있다. 로마서 1장 26-27절을 다루면서, 저자는 남녀의 성 역할이 무엇이건 동성을 향한 욕망과 행동 자체가 남녀를 지으신 방식에 위배되기에 바울이 문제시한다고 서술했는데(342-343쪽), 다른 곳에서는 남녀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반대되기 때문에 바울이 동성 관계를 규탄한다고 설명한다.(340쪽) 바울의 동성 관계 정죄에 스토아 철학의 자연법사상이 깔려 있으며, 거기에는 젠더화된 성 이해가 있다는 점은 저자의 주된 논지이기도 하다.(346-352쪽) 저자의 논지가 일관되도록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몇 가지 비판적 지점을 언급했지만, 근본적으로 본서는 평가할 책이라기보다는 읽으면서 함께 격분하고, 안타까워하며, 함께 다짐할 책이다. 저자의 관심을 이끌고 성서를 해석하는 데 출발이 된 것은 성소수자라는,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구약의 명확한 규례에도 불구하고 이방인 그리스도인에게 할례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엄청난 결정(행 15:1-29)이 성서 본문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들 가운데 존재하는 이방인 그리스도인이라는 존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네 교회는 성서를 붙든다면서 정작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사람을 부정하려고 하지만, 존재하는 사람을 인정하며 우리가 알아왔던 성서를 다시 읽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시대에 따라 성서를 달리 읽으면 성서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 성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드러나게 된다. 보편타당한 무시간적인 말이 아니라 이렇게 시대에 제약된 내용이 성서에 가득하다는 것은 도리어 은혜이다. 이러한 성서를 통해 후대의 신앙공동체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본질을 찾아가게 되기에, 그것은 은혜이다.

김근주 |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구약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D.Phil.)를 받았다. 저서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복음의 공공성』 등이 있다. 현재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전임연구위원, 일산은혜교회 청년부 지도목사로 일하고 있다.

 
 
 

2021년 2월호(통권 746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