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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0년 10월호)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바라본 츠빙글리의 종교개혁
  페터 오피츠・정미현・한스 스투룹 지음, 정미현 옮김의『츠빙글리의 종교개혁,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2020

본문

 

『츠빙글리 종교개혁,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는 183쪽 분량의 작은 책자이다. 하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나 그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취리히신학대학 페터 오피츠 교수가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에 관한 핵심 내용과 주제를 평범한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풀어 설명하는 21개의 질의와 응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2부는 연세대학교 정미현 교수가 용병제도라는 렌즈를 통해 츠빙글리 종교개혁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규명하는 학술 논문이다. 3부는 스위스 개혁교회 목사인 한스 스투룹이 쓴 “츠빙글리 종교개혁 이야기 12마당”이라는 연극 대본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면 3종 선물 세트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중적 Q&A, 학술 논문, 연극 대본으로 구성된 츠빙글리 알아가기가 무척 매력적이다.
츠빙글리는 16세기 종교개혁 운동에서 루터와 함께 프로테스탄트 진영을 이끈 지도자이다. 그는 1484년 스위스 빌트하우스에서 태어나 바젤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1506년 사제가 되어 글라루스와 아인지델른에서 사목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1519년 취리히의 목회자로 부임하면서 개혁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었고 취리히를 개혁교회 종교개혁의 중심지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531년 47세의 나이로 카펠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는 24년 목회 사역 가운데 12년은 로마가톨릭의 사제로, 취리히에서의 12년은 개혁교회 지도자로 일했다.
츠빙글리가 중심이 되어 스위스에서 출발시킨 개혁교회는 독일에서 루터가 시작한 루터교회와 더불어 16세기 프로테스탄트 운동의 두 흐름이었다. 2017년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루터를 주제로 한 기념식이나 학술대회가 풍성하게 열렸고, 많은 이들은 루터와 관련이 있는 현장을 방문하는 행렬에 앞다투어 나섰다. 그러나 2019년 츠빙글리 500주년은 국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일각에서 기념행사가 있었을 뿐이다. 그만큼 츠빙글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중에게는 생소한 인물이다.
이 책의 1부는 취리히의 개혁자 츠빙글리를 한편으로는 멀리서 조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까이에서 세밀히 관찰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다시 말해, 망원경으로 츠빙글리 종교개혁의 배경과 전체 그림을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현미경으로 츠빙글리에 관한 구체적 사실과 세밀한 부분에 주목할 수 있도록 만든다.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츠빙글리와 그의 종교개혁을 전방위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1부에서는 왜 취리히에서 로마가톨릭의 성직자 가운 착용을 금하였는지, 목회자들이 작은 선물조차 받지 못하게 금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취리히의 목회자로 청빙될 당시 그의 여성 편력이 어떻게 문제가 되었는지, 미술과 음악에 대한 그의 태도는 어떠했는지, 그가 얼마나 유머와 익살이 풍부한 사람이었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2부는 용병제도가 스위스의 만성적 부정부패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말하는 1부 14장과 연결된다. 정미현 박사는 용병제도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밝힘으로써 츠빙글리 종교개혁의 성격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츠빙글리의 애국주의가 그의 신학사상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1차 자료를 통해 밝혀주는 좋은 논문이다. 3부의 연극 대본은 츠빙글리가 연극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1부의 21장과 연결된다. 12마당의 제목만으로도 츠빙글리 생애의 중요한 순간마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해주는 이 대본은 독자들이 그를 가슴으로 만날 수 있도록 이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 가지 성격의 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오랫동안 츠빙글리는 루터와 칼뱅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려 그 진면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동시대인이었던 루터의 명성과 후배였던 칼뱅의 명망 때문에 ‘개혁교회의 아버지’ 츠빙글리는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온 것이다. 이 책은 츠빙글리 종교개혁의 면모를 다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종교개혁 역사에서 츠빙글리가 갖는 중요성과 영향력을 가감 없이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 츠빙글리를 만나게 될 것이고, 종교개혁 운동을 보다 균형 잡힌 관점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박경수 | 종교개혁사를 전공하였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인물로 보는 종교개혁사』, 『스코틀랜드 교회치리서』, 『교회사클래스』, 『종교개혁 핵심톡톡』 외 다수가 있고, 역서로 『츠빙글리의 생애와 사상』, 『스위스 종교개혁』 등이 있다.

 
 
 

2020년 10월호(통권 7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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