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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0년 9월호)

 

  코로나19 시대에 구약학자가 준 고마운 선물
  월터 브루그만 지음, 신지철 옮김의『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IVP, 2020

본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20년 1월 30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3월 11일에는 뒤늦게나마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8월 2일 기준으로 세계 누적 확진자는 1,802만 명, 사망자는 68만 8,000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인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이 쓴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 코로나 시대 성경이 펼치는 예언자적 상상력』은 이러한 현실을 신앙의 렌즈로 해석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언약 관계에 신실하신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그 바이러스는 우리의 가장 나쁜 관습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창조세계의 속도에 보조를 맞춘 느긋한 삶으로 우리를 초대할 수도 있다. 갇힌 자들을 더 관대하게 대하고 뒤처진 이들에게 더 관대하게 베푸는 삶으로 이끌 수도 있다. … 우리의 마지막 단어가 전염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라고 감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69쪽)
이를 뒷받침하고자 저자는 출애굽기, 레위기, 신명기, 열왕기상, 역대하, 욥기, 시편, 이사야, 예레미야 등의 말씀을 일곱 장에 걸쳐 살펴보았다. 각 장 끝에는 성서와 현실에서 우러나온 기도문이 있다. 여기에는 진지한 기도를 위한 매우 풍부한 영감이 들어 있다.
이 책의 원제는 Virus as a Summons to Faith: Biblical Reflections in a Time of Loss, Grief, and Uncertainty(믿음을 향한 소환장인 바이러스: 상실, 슬픔, 불확실 시대의 성서적 반향)이다. 이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다. 지금 인류는 국가와 민족을 불문하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로 위협당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교회는 신앙생활의 내용과 양식을 이전과 다르게 개발하여 펼쳐나가라는 도전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약성서에서 하나님 심판의 세 가지 요소인 칼(전쟁), 기근, 전염병이 언급된 말씀을 살펴보며 세 가지로 해석했다.(21-55쪽) 첫째는 언약에 충실한 ‘동등 보응의 방식’(quid pro quo), 곧 말씀대로 하는 자에게 복을, 악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방식이다. 둘째는 하나님께서 특별한 목적을 이루는 방식이다.(예: 출애굽) 셋째는 하나님의 거룩함이 온전히 드러나는 방식이며, 하나님의 신비이다.(예: 욥의 고난)
이 책에는 현대사회와 오늘날의 상황을 특징짓는 낱말들이 들어 있다. ‘세계화를 추진해온 인간의 오만, 천연자원의 남용, 약자들을 착취함, 소비중심주의, 슬픔의 계절, 근대 합리성의 한계, 소비자 나르시시즘, (심리)치료 문화, 착취를 일삼는 세상, 미래 없는 탄식–탄식 없는 미래, 세계화와 진화론적 세력’ 등이 그것이다. 기독교 신앙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용어들도 있다. ‘축소·환원적인 신앙, 틈새의 신, 순진한 신앙주의, 안전한 종교, 낙천적 종교의 긍정적 사고, 사소한 도덕주의적 순종의 종교, 승리에 도취한 크리스텐덤, 탄식의 행렬’ 등이 그것이다. 더 나아가 신앙과 신학의 적용과 방향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있다. ‘언약적 제재, 신학적·예언자적 상상력, 하나님의 영속적인 헤세드, 해석학적 대안, 대안의 세계, 끈질기고 타협 없는 신앙, 탄식의 공공훈련, 헤세드·하난·라함의 자유로운 하나님’ 등이 그것이다.
과학기술이 그려내던 장밋빛 미래를 구가·확신하던 세상은 오늘날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 자신이 믿던 막강한 힘은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위협 앞에 무기력해졌다. 풍요로운 소유도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관혼상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저자는 예레미야에 네 번(7:34, 16:9, 25:10, 33:11) 특징 있게 쓰인 낱말 ‘하탄’(!tx' ,' 신랑)을 분석했다.(73-78쪽) 결혼식조차 열리지 못하는 현실을 세 차례나 언급한 뒤 예언자는 네 번째로 신랑신부가 다시 기뻐하며 춤추게 될 날을 바라보았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가운데 더 생산적이고 포괄적인 미래, 곧 ‘이웃과 함께하는 새로운 일상’(new neighborly normal)을 꿈꾸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이 바라시는 이웃사랑에 걸맞는 역사적 가능
성을 표현할 도덕적 상상력이다.”(127쪽)
모든 사람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 저자는 지난날 안전하고 확실했던 것을 다시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하나님이 가능하게 만드시는 일은 관대하고 우호적인 긍휼의 세상”(128쪽)이라고 믿었다. “징벌적 조처를 내리고, 인색하게 대하며, 약탈을 일삼는 이전의 길” 대신 “하나님이 선물하실 새로운 정상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는 하나님이 세우실 미래를 품은 탄식의 영역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런 뜻에서 번역자가 이 책 제목을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라고 붙인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책 내용 가운데 한 가지만 짚고 가자. 예레미야 15장 2절의 번역에 관한 것이다. 게제니우스(Gesenius) 사전(18판, 651쪽)은 히브리 성서(BHS)에 쓰인 ‘마붸트’(tw저자(역자)는 “전염병에 걸려 죽을 자는 전염병에 걸려 죽고, 칼에 맞아 죽을 자는 칼에 맞아 죽고, 기근을 당할 자는 기근으로 죽고, 포로로 끌려갈 자는 포로로 끌려갈 것이다.”라고 했다.(26쪽) 이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마붸트’를 코로나19의 현실에 걸맞게 전염병이라고 의역했다. 둘째, 마붸트의 본뜻을 그대로 받아들여, 죽을 자는 죽는다는 전제 아래 예레미야 15장 2절에서는 그렇게 되는 구체적인 상황을 칼, 기근, 포로로 예시했다.
지금의 목회사역에서 우리는 ‘타협하지 않는 소망을 끈질기게 붙드는 것’과 ‘전염병 가운데서도 끊어지지 않는 하나님의 영속적인 헤세드를 증언하는 것’이 필요하다.(80-81쪽) 이런 기본 바탕 위에 서더라도 우리는 이 책의 내용을 설교나 성서연구에 있는 그대로 적용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으리라. 그렇더라도 저자가 보여주는 통찰력과 안내는 지금 당황하고, 상실을 슬퍼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한 우리에게 샘솟는 소망을 불어넣어 준다. 이 책은 일곱 번이 아니라 그 몇 배로 늘려 적용할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코로나19 시대에 주어진 참 고마운 선물이다.


정현진 | 독일 마인츠의 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학교에서 구약성서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Dr.Theol.)를 받았다. 저서로 『다윗도 사무엘도 몰랐다』, 『다시 시작이다』, 『세상 안에서 세상과 다르게』 등이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수도교회 담임목사이며, 한신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9월호(통권 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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