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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0년 9월호)

 

  한국교회를 각성시킬 두 권의 책
  유관지의『북녘교회 이야기』대한기독교서회, 2019 / 김병로 외 3인의 『그루터기』박영사, 2020

본문

 

북한교회에 관한 두 권의 책 『현행 행정구역에 따라 재구성한 북녘교회 이야기』(이하 『북녘교회 이야기』)와 『그루터기』가 연이어 출간되었다. 이 책들이 다루는 내용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생소하고 인기 없는 주제이지만, 통일선교와 북한교회 연구에는 더없이 귀중한 책이다. 『북녘교회 이야기』는 2019년 유관지 박사의 저술로서 “현행 행정구역에 따라 재구성한”이라는 제목이 앞에 달렸다. 그리고 『그루터기』는 평화나눔재단에서 올해 발간한 것으로 “북한종교인 가족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찾아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북한선교 혹은 통일선교를 공부하는 학생들, 북한선교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분들, 특히 탈북민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는 탈북민교회 사역자들과 관련자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필자는 북한선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두 저자의 기억이 쇄진되기 전에 이런 기록을 남기고 구술을 받아 연구, 분석한 것에 감사드린다.
놀라운 점은 두 책이 동일하게 ‘북한’을 ‘북녘’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라는 용어는 정치적 의도로 주로 사용되는 단어이기에 필자들은 정치적 색을 뺀 ‘북녘’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책은 공통적으로 저자들의 신앙이 녹아 있는 신앙고백서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저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한국교회를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들의 외침을 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

『북녘교회 이야기』
남한 성도들 중 북한교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추측컨대 북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월남한 분들 외에는 그리 관심이 없을 것이다. 즉 남한 성도들은 북한교회에 관심이 없다. 이런 가운데 『북녘교회 이야기』는 현행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북한에 세워진 교회에 관한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기독교사상」 2017년 6월호부터 2018년 5월호까지 1년간 연재한 글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유관지 박사는 한때 심장에 문제가 생겨 요단강 문턱에 서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필한 책이 『북녘교회 이야기』이다. 이 책을 저술하면서 그는 한국교회가 북녘교회 회복에 미력한 힘을 보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두 가지 질문을 해본다. 첫째, 북한에서 신앙생활을 했던 남한 거주 성도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다니던 교회에 편지를 보낸다면, 과연 그 편지가 정확한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분단 직후부터 행정구역을 조금씩 개편하다가 1952년 12월에 ‘군면리 대폐합’을 시행하여 기본 체계를 바꾸었고, 북한 내부 체제를 위해 시, 구역, 군의 이름을 변경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이 개방되었을 때 북한 출신 성도들이 어려서 다니던 교회당을 찾아간다면, 과연 그곳은 원형 그대로 남아 있을까? 전쟁으로 인해 붕괴되었거나 북한 정부가 몰수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변형시켰다면 기억 속의 교회당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의문을 품고 평양직할시부터 시작하여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분단 이전에 있던 교회와 그 이후 변화된 교회들과 교회당이 가진 특별한 이야기들을 총 12장으로 구성하여 들려준다.
이 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선교학으로 보는 북한교회사’이다. 각 장마다 선교사들의 선교행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역사로 보는 한국 기독교’이다. 지역마다 교회가 세워진 배경, 독노회, 선교지 분할정책, 제2의 예루살렘, 조선족 교회의 역사적 배경, 한국인 최초의 교회당, 신천사건 등 한국 기독교의 역사적인 배경을 기술했기 때문이다. 셋째, 저자가 감리교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타 교단의 역사적 배경과 교회를 균형 있게 서술했다. 넷째, 행정구역에 따른 각 장마다 부제를 달아 자신의 신앙적 고백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제1장 “평양직할시: 우리 모두의 ‘시온’”이라 한 것은 이스라엘이 바빌론에서 포로 생활을 하던 중 시온을 보며 울었다는 말씀에 기초한 것으로, 저자는 ‘평양이 한국교회의 시온’이라는 자신의 신앙고백적인 부제를 달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운 점은 저자의 연세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1차 자료를 토대로 집필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는 점이다.
그 흔적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다가 균형 잡힌 한국교회사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이 책은 아주 귀한 자료를 책 말미에 부록으로 실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로동신문」에 실린 종교 관련 기사를 정리하여 제공한 것이다. 이 자료는 북한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1차 자료가 되기에 더욱더 감사의 마음으로 책을 받아보게 된다.
우리가 여행할 때, 보통은 가이드북을 한 권씩 가지고 다닌다. 북한이 개방되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왔을 때, 그곳을 방문하는 기독교인의 손에 이 책이 한 권씩 들려 있기를 바란다.

『그루터기』
『그루터기』는 에릭 폴리 목사가 한국전쟁 이후 북녘의 신앙인 가족에 대해 추적하고 연구해서 내놓은 『믿음의 세대들: 북한지하교인의 후손들』 이후에 쓰인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책에서 나오는 북한 성도들의 배경은 다르다. 『믿음의 세대들』에 나오는 조선족 배씨 가정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으로 들어가 살던 성도인 반면, 『그루터기』는 북한에서 나고 자란 성도들의 후손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평화나눔재단에서 출판한 것으로 평화나눔재단의 상임대표 윤현기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공동대표 김병로 교수(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원 이원영 목사(민주평통 자문위원), 연구원 천지혁 목사(통일부 통일교육 전문위원) 등 네 명이 공동으로 참여해 집필했지만, 실제로는 김병로 박사의 연구작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주제는 지난 2003년에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북한연구소와 한동대학교 연구팀이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연구 프로젝트인 ‘북한종교인 가족 추적연구’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김병로 박사는 ‘북한종교인 가족 추적 조사’ 일부는 마쳤지만, ‘그루터기 성도들에 대한 연구’는 17년이 지난 올해에 이 작업을 마친 것이다. 김병로 박사는 럿거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회학자이면서 신학을 공부하였으며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신앙인이다. 이 책은 이런 신앙인으로서 북한 사회의 단면을 추적 조사한 것으로 이해된다.
현재 북한에 존재하는 기독교회는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관제교회(이 책에서는 ‘공인교회’라고 불렀다.)로 북한 정부가 인정한,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산하에 있는 공식적인 교회이고, 둘째는 고난의 행군 이후에 생긴 지하교회이며, 마지막 셋째는 그루터기 교회이다. 이 책은 세 번째 형태인 그루터기 교회를 다루고 있다. 김병로 박사는 그루터기교회를 “한국전쟁 이후, 특히 1958년 이후 교회에 대한 북한 공산정권의 조직적인 탄압으로 공개적인 교회 활동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형교회를 떠나 개별적으로 흩어져 존재하게 된 신앙인들의 집합체”로 설명한다.
이 책은 ‘공산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의 종교인과 기독교인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의 남은 가족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었으며, 북한 안에서 신앙을 유지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김병로 박사는 단순히 학자로서 가진 호기심을 넘어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이 글을 썼다. 북한을 연구하는 신앙인이 가진 일종의 부채로서 평양대부흥운동의 유산을 물려받은 한국교회가 그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그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돌아보지 못했다는 빚진 자의 심정으로 그루터기들을 찾아본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북한 그루터기들의 생존 역사를 보여준다. 이 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2부에서는 북한에서 3대 이상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기독교인 가족 10명(목사 가족 3명, 장로 가족 3명, 그 외 4명)을 심층 인터뷰하여 신앙인 가족이 공산 정권에 의해 당한 처형과 투옥, 추방과 사면, 협력과 은둔의 경험이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세대를 넘어 어떻게 신앙을 전수할 수 있었는지 혹은 어떤 과정을 거쳐 신앙을 상실하였는지와 그루터기 가족에 전해 내려오는 신앙의 내용은 무엇인지, 개인은 어떻게 신앙을 유지하였는지 등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분석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그루터기들의 생존 그 이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특히 그루터기 가족 역사로 북한교회사를 보았다. 북한교회사 연구에 지금까지 이런 연구는 없었다.
이 책에는 더 자세히 검토해야 할 내용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이 책은 저자의 경험으로 북한의 가정교회의 실체를 인정하지만, 탈북민 대다수는 가정교회의 실체를 알지 못하거나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둘째, 이 책은 관제교회(봉수교회, 칠골교회)가 비록 조선그리스도련맹의 지도하에 있고, 사상검증이 끝난 성도로 구성되어 있어 진짜 교회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현재 두 교회는 나름대로 교회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탈북민 단체에선 공인교회(관제교회)는 가짜 교회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셋째, 조선그리스도교련맹 2대 위원장이던 김성률 목사의 손녀 K 자매의 증언이 있는데, 김성률이 목사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넷째, 북한 당국이 1959년에 조직적인 반종교정책을 전개했을 때 펴낸 정하철의 『우리는 왜 종교를 반대하는가』라는 책 제목이, 김흥수 교수는 『우리는 왜 종교를 반대하여야 하는가』라고 하였다.
위와 같이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요소들이 있지만, 이 책이 주는 의의는 크다고 본다. 먼저 이 책을 통해 북한 기독교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또한 현재 북한에 존재하는 기독교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특별히 이 책에서 그루터기를 통한 남한교회의 변화를 촉구한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눈부신 성장과 부흥을 구가한 한국교회가 풍요로움과 물질주의에 매몰되어 생명력을 잃고 있는 이때, 혹독한 시련과 고난을 통과한 북녘의 남은 자들이 한국교회를 각성하게 하는 광야의 외침이 되지 않을까 하는 한 가닥 희망을 말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교회가 북한의 그루터기 성도들이 겪은 고난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나누며, 격려하는 일이 통일이며 선교라고 결론을 맺는다.


정종기 | 서울 도봉동에 있는 영신교회의 담임목사이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선교대학원 북한선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기독교통일포럼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선교개론』, 『통일목회를 위한 디딤돌』 등의 저서가 있다.

 
 
 

2020년 9월호(통권 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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