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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0년 9월호)

 

  유가 사상과 신정통주의 신학의 만남- 왕양명의 수신론과 바르트의 성화론
  김흡영의『왕양명과 칼 바르트: 유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예문서원, 2020

본문

 

한국 신학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대한예수교장로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신학,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민중신학, 기독교대한감리회의 토착화 신학이다. 토착화신학은 1957년 창간된 「기독교사상」을 통해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독교와 불교의 대화를 위해 노력한 변선환 학장, ‘성(誠)의 신학’을 개진한 윤성범 학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며, 『도와 로고스』라는 책을 쓴 유동식 교수의 풍류신학, 기장에 속한 김경재 교수의 ‘한국적 문화신학’과 한(韓)의 신학 및 상생의 신학, 생명신학 등 여러 이름으로 토착화신학이 전개된 바 있다.
이에 관하여 김흡영 교수는 자신의 신학이 기존의 토착화신학과는 결을 달리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토착화신학은 서구 신학의 전통을 표준으로 삼아 한국의 종교문화를 재단하고 있는 반면, 그의 신학은 서구에서 형성된 ‘로고스’ 신학의 패러다임을 유교적 ‘도’로 재구성하려 한다. 초월적 영성의 기독교적 인간과 내재적 영성의 유교적 인간 사이의 접점을 모색한 것이다.
그는 기독교와 유교의 대화를 이끌어오며 최근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신학자이다. 참 인간성이 부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동양사상에 바탕을 둔 생태신학적 전망과 유교와 함께 도교와 대화하는 그의 신학은 서구의 학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된 『왕양명과 칼 바르트』는 저자가 버클리에 있는 연합신학대학원(GTU)을 졸업(1992)하면서 쓴 박사학위 논문을 재정리한 것이다.1 이 책에서 그는 중국 명나라의 신유가 철학자 왕양명(王陽明, 1472-1528)2의 수신(修身) 사상과 스위스의 신정통주의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성화론 사이의 대화를 시도했다. 아마도 신론이나 구원론 등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가 아니라, 인간론에 바탕을 둔 수신과 성화의 개념을 비교한 것이므로 서로 대화하기가 보다 수월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최근 중국에서 주목을 받는 왕양명의 사상을 검토하여 계시를 강조하는 바르트의 신정통주의 신학과 비교하였다는 것에 우선 큰 의의가 있다.
저자는 현대 해석학(hermeneutics)의 논점들을 살피면서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전개한다. 다시 말해, 현대 해석학에서 주관과 객관의 순환적 통합, 초월과 내재의 극복, 보편과 구체, 이론과 실천의 하나 됨, 말씀(존재)과 행위, 존재론적 지식과 윤리적 실천, 마음과 몸의 연관성에 관해 두 학자의 주장을 분석하며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왕양명의 수신론을 정리하였다. “왕양명은 만물의 일체와 우리의 모든 행위의 표준인 마음이 곧 이(理)라고 하는 ‘심즉리설’과 이른바 도(道)이며 천리(天理)인 양지(良知)를 우리의 본성으로 자각해야 한다는 ‘치양지설,’ 물(物)과 심(心)이 서로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지(知)와 행(行) 또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는 ‘지행합일설’을 주장하였다.”3
2부에서는 그리스도의 인성(humanitas Christi)을 중심으로 하는4 칼 바르트 신학의 성화론을 요약하였으며, 이어 3부에서는 이 두 가지 입장을 과제(수신과 성화), 근거(마음과 하나님 말씀), 패러다임 전환(심즉리와 복음과 율법), 출발점(입지와 신앙), 이론과 실천(지행합일과 신학과 윤리의 합일성), 근본-패러다임(양지와 그리스도의 인성), 인간성 패러다임(인과 하나님의 형상), 악의 문제(사욕과 태만), 방법(치양지와 성령의 인도), 근본-메타포(성과 아가페) 등의 주제를 통해 비교하고 있다.
저자는 유교를 인간 중심적, 주관적, 자력적인 종교라고 말한 반면, 기독교를 신 중심적, 객관적, 타력 구원적인 종교로 대비한다. 왕양명은 근본적으로 맹자의 전통에 따라 성선설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기독교가 말하는 전적 타락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유가가 말하는 인(仁)이나 양지(良知), 그리고 성(誠), 성인(聖人) 사상 모두에 보편과 내재적 초월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이런 내용을 기독교의 역사적 ‘초월성’과 연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기의 여러 비교를 마친 저자는 규범-구성적 통합을 3부의 마지막 ‘결론’에서 개진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통합을 ‘유교적 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설명한다. 신-역사적 비전을 갖고 있는 기독교와 인간-우주적 비전을 갖고 있는 유교를 결합하여 신-인간-우주적 그리스도론을 제창한 것이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라는 요한복음 14장 6절의 말씀을 주목하고 있는데, 이 본문에서의 길(way, 헬라어 ‘호도스’)이란 한자어 ‘도’(道)를 신유가 사상가 왕양명의 입장에서 서술하여 성서에 대한 기존 신학의 해석을 보강하고자 한 것이다. 독자들이 3부를 먼저 읽는다면 아마도 더 편하게 책 전체의 내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추구하는 방법론을 두 단계, 곧 ‘서술-비교적 단계’와 ‘규범-구성적 단계’로 설명한다. 먼저 종교 간 대화의 목적은 서로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으로서 보편 종교에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들 자신의 문화-언어적인 맥락에서 그들을 통찰함으로써 상호 간의 무지와 오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양자가 내는 서로 다른 소리를 정확히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의 단계는 이러한 차이성 비교를 바탕으로 두 전통의 지평 융합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양 전통 사이에 공명하는 일의성을 찾기 위해 후험적인 검증을 하는 단계로, 여기에서 저자는 두 종교 간의 공명 대화를 통해 더 나은 구성적 통합을 이뤄내야 함을 강조한다.
이에 관하여 저자는 이러한 대화의 방법론을 위해 탈자유주의 신학자인 린드백(George Lindbeck)의 저서 『교리의 본성』5을 참조했다. 린드백은 19세기의 자유주의 신학의 극복을 시도하면서 교리의 상대적 변화를 무시하여 명제적(propositionalism) 진리를 강조하던 전근대적(premodern) 신학의 경향과, 경험을 신학의 근거로 삼은 경험-표현적(experiential-expressivist) 근대 자유주의 신학 양자를 극복하는, 문화-언어적(cultural-linguistic) 교리 이해를 제창한 바 있다. 린드백은 기독교인이 믿는 진리를 비기독교인에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논증할 필요가 없으며 논증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의 의무를 느끼지 않는다. 어떤 문화-언어적인 사회에 있는 사람이 그의 판단 기준을 다른 공동체에 적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에 그는 ‘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이라는 명제를 강조했다. 저자는 경험의 검증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신학과 언어-문화적 전거를 강조하는 탈자유주의적 신학의 방법론을 동시에 한 방법으로 묶어서 쓰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저자는 결론부에서 기독교 신학자로서 인류 구원에 있어서의 예수 그리스도 중심성을 견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인간화에 관한 유교의 이야기가 예수 그리스도의 실재와 의미를 훨씬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하면서, 기독교의 그리스도론을 보강하는 유교적 패러다임을 거론하고 있다. 곧 예수의 그리스도 됨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언급에 따르면, 조선 말기 유가의 사상이 우리 민족의 마음속 깊이 있었고, 우리 민족은 기독교 사상과 두터운 유사성이 있는 왕양명 등의 사상으로 인해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쉬운 상황에 있었다. 그리고 이는 오늘과 같은 교회를 이루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교 사상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복음을 잘 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유교 사상의 핵심을 이해해야 하며, 그 사상을 기독교와 연관하여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함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기독교의 성화론과 유교의 수신론 모두 우리가 어떻게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으로, 기독교의 ‘하나님 형상’ 교리와 유교의 ‘인’(仁) 사상을 통해 공동-공존적이며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1 Heup Young Kim, “Sanctification and Self-cultivation: A Study of Karl Barth and Neo-Confucianism(Wang Yang-ming)”, Ph.D. Dissertation(Berkley: Graduate Theological Union, 1992).
2 본래 이름은 ‘왕수인’(王守仁)이고, ‘양명’은 그의 호이다.
3 “양명학”(陽明學), 『문학비평용어사전』(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
4 칼 바르트는 성화론에서 칼뱅의 사상을 많이 따른다. 칼뱅은 성령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와 신비적으로 하나 됨으로써 성화가 가능해진다고 언급하며 성화의 중심을 그리스도의 인성에 둔다. 다시 말해 칼뱅은 인간이 성령에 의해 그리스도의 신성이 아니라 인성과 연합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그리스도의 인성과 연합함으로, 그 인성을 통해 그리스도의 신성과 교제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스도의 인성은 그분의 신성의 충분한 거처가 되어, 우리의 구원에 유용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5 George Lindbeck, The Nature of Doctrine: Religion and Theology in a Postliberal Age(Philadelphia: The Westminster Press, 1984), 30-45.



노영상 | 기독교윤리학을 전공하였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장, 호남신학대학교 총장, 한국기독교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숭실사이버대학교 이사장, 백석대학교 교수, 총회한국교회연구원 원장, 바이블아카데미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미래목회와 미래신학』, 『경건과 윤리』, 『기독교 생명윤리 개론』 등의 저서가 있다.

 
 
 

2020년 9월호(통권 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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