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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0년 8월호)

 

  시공에 가득 찬 생기를 호흡하다
  송철규・민경중의『대륙의 십자가: 중국 5대 제국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그리스도교 역사』메디치미디어, 2020

본문

 

시공을 관통하며 눈에 보여주는 역사 이야기
스마트 시대를 산다는 건 한편으로는 책을 읽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두꺼운 책, 게다가 역사책, 그리고 우리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는다는 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어려움을 깨는 일이 필자에게 벌어졌다. 750쪽이나 되는 중국 기독교 역사책을 6일 만에 독파했으니 말이다.
필자를 사로잡은 주인공은 『대륙의 십자가: 중국 5대 제국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그리스도교 역사』이다. 하드커버로 고급스럽게 인쇄된 이 묵직한 책을 짧은 시간에 정독할 수 있었던 것은 1,400여 년의 중국 기독교 역사를 머리로 읽는 문장이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눈으로 보도록 펼쳐준 매력 때문이었다.
이런 매력은 결국 저자의 능력에 달렸다. 이 책을 공저한 한국교수발전연구원 송철규 교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경중 사무총장이 바로 그 능력자들이다. 송철규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하얼빈이공대학교와 한중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중국 고전과 문화에 대해 저술해온 학자이다. 민경중 사무총장도 같은 대학교에서 중국학을 전공하였고, CBS 베이징 특파원 등 중국과 뉴미디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중국 전문가이다.
이 책은 당나라부터 현대 중국까지 1,400년 역사를 담고 있다.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과 기독교의 유구한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중국에서 기독교는 수입 종교의 영역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라는 점을 증명”하려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통상적인 방식인 “역사와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시공을 관통하는 전개 방법을 택했다.(7쪽)
책의 부제가 말하듯 당나라 때 처음 대륙을 찾아온 기독교는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 5대 제국의 전성기와 몰락기를 함께했다. 그리고 두 저자는 시안, 베이징, 광저우, 원저우, 상하이, 난징, 전장, 쑤저우, 항저우, 닝보, 허페이, 타이완, 선양 등 거점 도시를 찾아가 기독교 신앙과 함께 정치·사회·경제·과학 등 각 영역의 서양 문명이 중국에 전파되면서 발생한 양대 문명의 충돌과 융합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두 저자는 그렇게 7년 동안 중국 13개 도시, 1만 킬로미터를 발로 뛰며 집필해온 과정을 생중계하듯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시공을 관통하여 여행한다.
두 사람은 각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고대·중세·근대 선교사들의 유물과 유적, 그리고 현대에 발생한 교회당의 파괴 현장까지 책 속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어쩌면 도시와 도시 사이의 이동으로 인해 시공의 관통에 간격이 있고 균열이 생겨 일맥상통하기 어려울 법도 한데, 저자들은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요소요소마다 생기를 넣어주어 하나로 융합되게 하였다.

생기의 호흡
우선 각 장 말미에 별면으로 구성한 도시별 ‘현장 탐방기’는 이 책에 생기를 불어넣고 하나 되게 하는 요소이다. 저자는 기자 출신답게 현장 실사, 분위기 리뷰, 현지 목회자 인터뷰 등을 통해 역사가 생기로 호흡하게 하였다. 특히 중국 목회자 현지 인터뷰는 기존의 큰 사건 중심이나 인물 중심의 역사 기술 방식을 탈피하여 역사와 현재가 호흡하여 미래를 전망할 수 있게 하였다.
현재 중국교회가 직면한 문제에 관하여 이 책은 “<종교사무조례> 수정안이 확정 시행됨으로써 중국 내 미등록교회의 활동과 신앙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것을 넘어 탄압과 박해 단계에 이르고 있다. 미등록교회뿐 아니라 등록교회 역시 중국공산당의 통제 아래 심한 견제와 감시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179쪽)라고 깊은 날숨을 몰아쉬는가 하면, 중국교회가 부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교회가 정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211쪽)라는 깊은 들숨도 쉬고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중국교회에 “돈 많은 부자 회장님처럼 다가와서 재정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자신들의 이름을 높이려” 했고, “마치 대학교 교수처럼, 학교 선생님처럼 다가와 가르친다는 명분 아래 지적하고 훈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중국 목회자의 담담한 한숨 소리에(268쪽), 과연 “우리는 누구란 말인가? 중국을 정말 잘 아는가? 그리스도교인이지만 신이 보시기에 충성된 종이라 할 수 있는가? 이런 우리가 중국의 그리스도교를 다룰 자격이 있는가?”라는 절규로 화답하는 저자의 탄식 소리도 들려온다.(270쪽)
생기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기본이다. 한국교회가 중국 선교에서 개선해야 할 점들을 시종 고민하고 점검하는 저자는 “이번 계기로 중국교회에 대한 무지와 오해와 염려를 많이 해소하게” 되었고, “믿음의 동지로서 중국교회의 상황을 한국교회에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이며, “한중 교회의 상호 우호적인 교류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결의에 찬 심호흡을 하였다.(320쪽) 이는 분명 독자들에게도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생기로 다가오리라.

단상의 순간들
책의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 <종교사무조례> 전문까지 모두 읽고 책장을 덮으니 새벽 4시, 새벽기도회를 갈 시간이 되었다. 열세 곳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시공을 관통하며 펼쳐 보인 1,400년 중국 기독교 역사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서 드러나는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에 대한 저자의 생기 있는 호흡은 필자의 가슴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살아 있는 중국 기독교 역사와 오늘날 중국교회에 관한 『대륙의 십자가』는 분명 한국교회의 모든 교인이 읽어야 할 귀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역사학적으로 저술된 중국 기독교 통사가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이러한 특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필자는 그래서 “중국에서 그리스도교는 수입 종교의 영역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었다.”(7쪽)라는 저자의 자평이라든가 “그리스도교와 중국의 조우와 충돌이 시간보다 공간에 큰 영향을 받았고…, 자연히 그리스도의 역사도 시간보다 공간을 축으로 움직여왔다.”(7-8쪽)라는 다소 난해한 결론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였다.
중국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이 책에 담기 위해 방대한 사료를 수집하고 이를 정리하기 위해 쏟았을 노력,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학자의 입장에서 종교를 다루는 것으로 자각하려 하면서 문장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한 점에 감탄과 경하를 보낸다. 기왕 이처럼 경이로운 대작을 작업하면서 각주에 출처를 밝히는 수고까지 더하였더라면 중국교회사 연구자들을 위한 학술적인 업적으로 더 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면 저자가 지향하는 “새로운 역사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이 책에서 요긴한 정보를 풍성하게 얻어갈 수” 있는 기여를 대폭 증대할 수 있었으리라.(12쪽)
750쪽에 이르는 대작에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 아쉬운 지점들을 몇 가지 언급하며 서평을 마친다.
― 93쪽에 수록된 초상화는 ‘미켈레 루지에리’가 아니라 분명 ‘마테오 리치’이다.
― 295쪽에 사진까지 수록한 주요 인물인 ‘쉬즈모’의 한자 이름(徐志摩, 1897-1931)이 표기되어야 할 듯하다.
― 300쪽에 등장하는 리즈(李贄)를 “양명학 좌파 사상가이자 이슬람교인”이라고 소개했는데, 리즈가 무슬림이라는 주장은 소수 학자들의 추측일 뿐 다수의 학자는 거부하는 내용이다.
― 396쪽 중간 문단에 가톨릭의 항저우 선교에 관한 최초의 기록을 소개하는데, “이후로도 포르투갈인 펠리스와 피에를… 등이 속속 항저우에 와 선교 활동을 이어갔다.”라는 문장에서 ‘이후’는 ‘1612년’이고, 펠리스의 중국 이름은 ‘林裴禮’가 아니라 ‘林斐理’이며, 포르투갈 이름은 ‘Felicien da Silva’이고 생년은 ‘1578-1614이다.
― 102, 232, 397쪽 등에 여러 번 등장하는 ‘남경교안’[1616, ‘교안’(敎案)은 중국 각지에서 일어난 반기독교 운동을 뜻함]의 주동자는 ‘심관’(沈灌)이 아니라 ‘심각’(沈㴶)이다.


문영걸 | 목원대학교(Ph.D.)와 북경대학교(Ph.D.)에서 교회사와 종교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제주반석감리교회 담임목사이며, 미도(美道)중국선교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지식계층의 기독교 이해”, “벽사위정–한중 반기독교 비교 연구”, “서광계의 조선선교계획 전말”, “6・25전쟁과 중국교회”, “조선 남감리회의 시베리아 선교(1920-1931)”, “중국 지식계층의 마르틴 루터 이해”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2020년 8월호(통권 7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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