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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0년 7월호)

 

  한국사와 교회사를 생각한다
  이삼열의『정의로운 사회를 향하여: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동연, 2020

본문

 

이삼열 선생이 쓴 『정의로운 사회를 향하여』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매우 귀중한 이 책에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며칠 동안 이 책을 집중해 읽고 나서 이 제목과 부제가 책 내용에 비해서 너무나 정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이 한국의 현대사와 교회사에 육박해 온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깊은 내용을 담고 한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비추어주는 책이 지금까지 있었는가 할 정도로 나는 압도되었다. 그것은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풍부한 학문과 경험의 결과이겠지만, 정말 한국의 고난 많은 교회사가 그 안에 녹아 흐른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다가 제3부 끝에 가서는 “기독교와 회교도의 갈등과 화해”라고 해서 ‘인도네시아의 사례 연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마지막 제4부에서는 “독재와 분단시대의 독일교회”라고 해서 분단된 민족사를 고민하는 독일교회의 경우마저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지 않는가.

한국사의 흐름에서
저자는 머리말에서, 조선조 말기에 이 땅에 들어온 개신교는 “짓밟힌 인권을 계몽하고 가난한 자들의 구제와 병든 자들의 치료, 무식한 자의 교육을 사회적 책임으로 여겼고”, 곧이어 다가온 “일제식민지 시대에는 민족의 자주독립과 나라를 이끌 인재양성을 우선적 과제로 삼았다.”(6쪽)라고 말한다. 이어서 “해방 후 분단과 전쟁으로… 폐허가 극에 달했을 때… 사회봉사의 손길을 펴는 것을 교회의 사회적 책임으로, 우선적 과제로 삼았다.”라며 교회의 역사를 상기시키고, “70-80년대의 한국 기독교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였다.”라고 회상한다.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루어졌으나 분단의 고통과 민생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오늘의 한국에서 기독교가 짊어진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것은 “분단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고 평화체제를 실현하는 일과 빈부격차를 극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발전시키는 양대 과제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면서 바로 여기에 이 책을 출간하는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제1부 기독교 사회 발전의 신학과 실천”, “제2부 한국 사회 발전과 교회의 과제”, “제3부 기독교 신앙과 이데올로기 문제”, “제4부 독재와 분단시대의 독일교회”를 다루게 된다. 이 모두를 어떻게 이 짧은 글에서 모두 소개할 수 있겠는가. 다만 한마디만 하자면, 제3부 1장 4절 “이데올로기 개념의 새로운 이해”에서 저자가 한 말을 여기에 인용하고 싶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이데올로기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내용의 진실성 여부 때문에 비판적인 검토를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의 지배와 영향을 받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 의해서 검토되고 평가되어야만 한다.(263쪽)

책에 담긴 여러 귀중한 말 중에서 내가 여기에 밑줄을 치고 기억하려고 한 것은 다름 아니라 여기에 한국 사회가 도달해 있다고 느끼면서 사실은 동북아시아의 역사에서 한국 사회의 선진성을 강조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말 앞에 동북아시아나 그 주변 여러 나라와 지역을 놓고 생각할 때 나는 솔직한 심정에서 한국이 그간의 고통을 통하여 가장 전진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나라는 시민에 의하여 국가와 국민이 나아갈 길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아시아의 현대사에서 한국이 지금까지 가장 심한 진통의 험준한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점에서 한국은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을 앞에 놓고 오늘 새롭게 결단하려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가장 험준한 정치적 과정을 겪으며 한국은 단지 한국만의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남북 문제에서도 놀라운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독일의 경우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군사적 앞날에 대한 불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이제는 남북화해의 시대를 찾아야 하고 그리하여 남북이 다시 결합하여 잃었던 내 가족과 동족을 되찾아야겠다는 정신이 살아 꿈틀거리는 한국의 정치를 보면 ‘시민정치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각성한 시민의 양식과 심성, 그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정신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중요한 과제로서 “제3부 기독교 신앙과 이데올로기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제3부의 마지막 4장 “기독교와 회교도의 갈등과 화해–인도네시아의 사례 연구”(308쪽 이하)를 매우 귀중한 자료로서 우리 앞에 제시해주었다. 이것은 저자만이 제시할 수 있는 상황보고일 것이다.
그것은 인도네시아 서쪽 지역에 있는 ‘술라웨시와 말루쿠’라는 섬에 관한 생생한 보고이다. 그 섬에서는 “1998년부터 3-4년간 회교도와 기독교도들 간에 살육과 방화”가 일어나 “한때는 시민전쟁을 방불케 하는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졌다.”(311쪽) 자세한 것은 저자의 글을 읽어보라고 하는 수밖에 없지만, 정말 나로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교라면 그 옛날에 전해져 이제는 토착화된 인도네시아의 종교가 아닌가. 거기에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삼았던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서 새로운 종교인 기독교가 전래되고 세워지지 않았는가. 회교도와 기독교도들 사이에 갈등, 살육과 방화, 파괴라는 유혈 폭동사태가 있었다니! 동족 간에 이런 가혹한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기독교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긴 교회사 이야기를 여기에 다 할 수는 없지만, 일제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교회는 민족주의적인 경향을 짙게 나타냈고, 이미 전래된 지 오래된 이른바 토착종교와 함께 일제 지배에 저항한, 아시아에서는 아주 드문 예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교회, 그래서 우리 교회는 토착종교와 함께 3・1운동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해방 후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는 북에서 수난을 당해야만 했고, 남으로의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던 교회, 그래서 남에서는 지배자의 종교처럼 비추어진 교회, 이제는 이 교회가 남북 간에 전쟁마저 일어났던 역사 위에 서서 어떤 민족 이념을 내걸고 전진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하므로, 이렇게 문제만 제기하면서 결론적으로 내 부족한 생각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그에 앞서서 이 책의 마지막 “제4부 독재와 분단시대의 독일교회”에 대하여 몇 마디 더 언급해본다. 동독과 서독의 경우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국토가 분단되었다고는 해도 우리와는 아주 다른 상황이었음을 전제해야만 한다. 우선 정치적으로 동서로 분열될 수밖에 없었던 독일이지만, 동독과 서독 양쪽의 교회가 하나의 독일교회(EKD)에 속해서 고난을 함께했다는 기독교적 슬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오랜 역사를 지닌 독일교회는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엄청나게 달랐다고 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북 문제는…
해방 후 북에서는 모든 기독교적 것들을 그 흔적마저 말소하려는 역사를 걸어왔다. 그리고 남에서는 그러한 북에 대한 적대의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어떠한 세력도 존재할 수 없었다. 이제 남쪽에 있는 교회는 이 분열된 조국을 앞에 놓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나는 남달리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고 할까, 그런 경험에서 이삼열 선생의 이 책을 읽고 크게 계발된 측면이 있다.
왜 우리는 남북으로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적대관계에서 인생을 끝내야 하는가? 어떠한 속단을 써서라도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정치란 말인가? 그렇게 잔인한 것이 정치란 말인가? 그런 악한 정치의 힘이 사라지고 이제는 시민이 함께하는 평범한 생활이 보장되게 해주는 것이 정치여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남북정치였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교회는 더욱이 이런 인간적인 요청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방법은 다양해도 좋다. 분단의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향하는 노력이라면 어떠한 시도에라도 힘을 모아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 이런 시민사회의 외침이 바로 자유를 향유하고 있는 남쪽에서부터 일어나 남북을 압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여기에 이제 우리 교회의 현대적인 활동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귀중한 책을 읽고 난 뒤 내 마음에는 그런 꿈이 사무쳐 왔다. 이런 마음으로 회귀하게 해준 저자 이삼열 선생에게 깊은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2020년 7월호(통권 7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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