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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20년 7월호)

 

  조우, 변혁, 형성: 1910년 이전 한국 기독교의 ‘형성’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한 역작
  옥성득의『한국 기독교 형성사: 한국 종교와 개신교의 만남 1876–1910』새물결플러스, 2020

본문

 

지난 40여 년간 한국 기독교사라는 오직 한 우물을 파면서, 한국 기독교사 초기의 원전 자료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선한 해석을 담은 연구서들을 출간해온 옥성득 교수(UCLA)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종합한 대작 『한국 기독교 형성사: 한국 종교와 개신교의 만남 1876-1910』을 출간했다. 이 책의 직접적인 기원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이다. 저자는 2002년에 보스턴대학교(BU)에서 선교역사 분야의 전문가인 데이나 로버트(Dana Robert)의 지도를 받아 “The Indigenization of Christianity in Korea: North American Missionaries’ Attitudes towards Korean Religions, 1884-1910”이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 논
문을 썼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북미 선교사들과 한국 종교들과의 다면적인 접촉을 통해 한국에서 기독교의 토착화, 즉 한국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옥성득 교수는 이미 2002년 논문에서, 한국 기독교가 전수자인 미국 선교사들이 전해준 미국 기독교의 단순한 복제물이 아니라, 한국 전통과의 적극적인 만남과 대화 속에서 형성된 창의적이고 토착화된 산물임을 보여주었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은 약 10년의 추가 연구와 보완 끝에 2013년에 베일러대학출판부를 통해 The Making of Korean Christianity: Protestant Encounters with Korean Religions, 1876-1915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베일러대학출판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세계 기독교 연구 시리즈’(Series of Studies in World Christianity)의 제1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전문 연구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해에 Christianity Today의 자매지로 기독교 분야 최대 서평 잡지인 Books and Culture: A Christian Review의 편집장 존 윌슨(John Wilson)은 이 책을 ‘올해의 책’(Book of the Year)으로 선정했다. 이듬해 2014년에는 권위 있는 미국 선교학 전문지 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가 본서를 “2013년에 발간된 탁월한 선교학 서적 15권” 중 하나로 뽑았다. 이 외에도, 이 책은 발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독교 역사를 가장 꼼꼼하고 치밀하게 다룬 연구로 전 세계 학계 연구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옥성득 교수는 영어권 독자들을 위해 발행한 이 책을 다시 7년간의 번역 및 확대 개정 작업 끝에 2020년에 우리말로 출간했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영어판 출간 후 그간의 시기에 그가 주로 선교사들이 남긴 1차 자료를 재해석해서 한국에서 예비 단계로 출간한 두 권의 연구서 『첫 사건으로 본 초대 한국교회사』와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의 내용과 주장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2016년에 내놓은 이 두 권의 책은 저자 특유의 능수능란한 사료분석 능력을 과시하지만, 대상 독자는 일반 대중이었다. 그러나 2013년 영어판을 편역한 2020년 한국어판은 새로운 사료를 소개할 뿐 아니라, 기존에 소개된 사료를 동아시아 기독교와 세계 기독교의 역사, 종교학, 인류학의 틀에서 재해석했다. 한국교회사 전문가들의 기존 해석과 관념에 도전함으로써 한국 기독교사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연구사의 새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옥성득 교수가 본서 전체에서 반복해서 주장하는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1910년대 이전의 북미 출신 초기 재한 개신교 선교사들이 근본주의자, 청교도 도덕주의자, 백인우월 인종주의자, 기독교 문명주의자, 문화제국주의자, 현실도피 전천년론 세대주의자, 영육 이원론 분리주의자, 타종교 극단적 배타주의자였다는 기존의 주장은 오류이다. 신학적 보수 진영에서는 이런 해석을 자기 진영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보하는 기제로 활용하였다. 반면에 신학적 진보 진영이나 민족주의 진영은 보수 북미 선교사를 비판함으로써 우리나라 민족 및 민중, 교회, 신학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자신들이 이 과정을 이끌었고 지금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얻어내려 했다. 그러나 이런 단선적 평가는 한국에서 활동한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이 가진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역사적・신학적・문화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려진 성급한 결론이다. 오히려 1880년대부터 1910년대에 활동한 초기 선교사들은 미국 주류 개신교의 온건하고 총체적인 복음주의를 유산으로 전수받은 이들이었다. 따라서 1920년대에 세대주의적 이원론을 통해 전투성을 띠게 되는 근본주의자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이들은 당대 주류 선교학이 보여준 보수적 방법론과 진보적 방법론을 통합했다. 북미 주류 개신교(장로교, 감리교) 해외선교부 총무들에게서 온건하고 포괄적인 선교관, 문화관, 정치관을 배우고, 이들의 중용적 정책하에 감독을 받았다. 개인구원과 사회개혁, 개인 성화와 사회적 성결, 임박한 재림을 강조하는 전천년주의가 일으킨 구령의 열정과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려는 후천년주의의 낙관적 세계관, 정통교리(orthodox)와 정통실천(orthopraxis)을 결합하고 통합하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한국 주요 종교를 그저 파괴하고 박멸해야 할 사탄에 속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완성된 기독교로 가는 길을 예비하고 성취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수단이자 과정으로 이해했다. 이런 개방적인 선교관을 가진 선교사들의 활동, 개종, 전도, 번역, 집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한국 기독교인의 기여, 한국의 풍성한 종교문화, 한말 및 일제강점기 초기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중국에서 오랜 기간을 통해 중국화된 기독교 문헌이 역동적으로 융합되어 고유한 ‘한국 기독교’가 형성되었다.
이 논지를 증명하기 위해 옥성득 교수는 선교사들이 전해준 19세기 말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300여 년간 한문으로 작성된 문서를 통해 전파된 중국 기독교,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 기저를 형성한 한국 토착 종교들과의 만남과 대화, 재해석과 전유, 변혁과 변화를 통해 탄생한 한국 기독교를 세심하게 연결 짓고 분석한다. 핵심 논지를 증명하는 세부 주제들은 각각 하나님(신명 채택), 구세주(십자가), 성령(귀신과 축귀), 조상(제사와 추도회), 예배당(근대성과 토착성), 서적(한문 문헌과 성서 및 찬송가), 부흥(선도와 부흥)이다. 각 사례를 통해 저자는 미국-중국-한국, 세 나라에서 기독교 전파, 조우, 수용, 전유, 변화, 변형, 형성이 이루어진 과정을 보여준다. 선교학에서 흔히 말하는 문화화, 상황화, 토착화가 한국에서도 한국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고 고유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책이 한국 기독교 학계와 교계에 기여한 점은 상당하고 분명하다. 우선 초기 한국 기독교 및 선교사들이 제국주의, 인종주의, 신학적 보수주의에 찌든 근본주의자라는 획일화된 이미지 및 역사 해석을 교정한다. 진영 논리에 함몰되거나, 연구자가 참고한 문헌이 파편적이거나, 문헌을 체계적으로 독해할 능력이 부족할 때, 단선적이거나 편협한 입장만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북미 선교사 및 초기 한국인 기독교인이 생산한 사료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포괄적으로 읽고 연구한 전문 연구자로서, 옥성득 교수의 재해석은 현시점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고 권위적이다.
둘째, 세계 기독교학 및 선교역사학계 최고 권위자들이 합의한 이론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적용한다. 앤드루 월스, 라민 산네, 데이나 로버트, 브라이언 스탠리 등은 특정 지역, 특정 시기, 특정 문화에서 형성되어 뿌리 내린 기독교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때 여러 다양한 ‘번역’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그들의 연구서에서 보여주었다. 옥성득 교수의 연구는 한국에서 일어난 그 ‘번역’ 과정의 고유성을 보여주는 사례연구
이다.
셋째, 한국 기독교 형성에 끼친 중국 기독교의 공헌을 체계적으로 보여주었다. 한국 기독교 역사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복음을 전수한 서양 기독교 역사뿐만 아니라, 해외선교 시대에 하나의 문화권이자 선교 구역으로 묶여 있던 동아시아 기독교 역사를 함께 연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최근 들어 크게 형성되었다. 특히 한자와 종교(유교, 불교, 도교, 무교)를 공유하고 문화교류가 빈번하게 일어난 한국과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연구는 필수적이다. 옥성득 교수는 본서의 각 장에서 한국 기독교의 거의 모든 요소에 중국 및 중국 기독교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논증한다.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한 연구의 전형과도 같은 이 책도 비판을 받을 만한 주장과 내용이 있다. 예컨대, 저자는 초기 재한 북미 선교사들을 반문화적 근본주의자가 아니라 선교지 문화와 종교에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복음주의자라고 주장하면서, 신학적 비교종교학의 주제인 성취론을 자주 끌어온다. 그러나 과연 1910년 이전 선교사들을 엄밀한 성취론자들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신학적 비교종교학에서 정의하는 성취론에 다양한 층위가 있기 때문이다. 1910년 에든버러선교대회가 타종교에 대한 성취론을 확정한 대회였다는 주장 역시 논란 중이다. 여러 초기 재한 선교사들이 한국 문화와 종교에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을 저자는 사료로 충분히 증명했지만, 이들의 일반적인 합의 안에 세부적인 다양성과 차이가 존속했다는 사실을 다른 연구에서 추가로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재근 | 교회사를 전공하였다. 저서로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종교개혁과 정치』 등이 있다. 광교산울교회 협동목사이며, 광신대학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0년 7월호(통권 7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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