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책마당 > [책마당]
책마당 (2020년 7월호)

 

  글로벌 시대의 그리스도론
  김동건의『그리스도론의 미래: 글로벌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대한기독교서회, 2020

본문

 

김동건 교수의 새로운 저서 『그리스도론의 미래: 글로벌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가 올해 초에 출간되었다. 이 탁월한 저술은 작년에 영미권에서 영어판으로 먼저 나오고, 저자 자신의 번역으로 올해 우리말로 보급되었다. 먼저 한국 신학계만이 아니라 세계 신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신학자로서 기독교 신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도론의 미래를 밝힌 것은 경축할 일이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적고 있듯이, 21세기 기독교의 위기는 그리스도론의 위기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한국교회도 16세기 루터와 칼뱅, 그리고 18세기 웨슬리의 그리스도론에 머물러 있을 뿐, 19세기 이후 현대 세계의 정신적 도전과 문화적 충격에 대해 교리적 오만과 지적 태만으로 대응함으로써 오늘날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바르게 전하지 못하는 자기기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때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전통적 그리스도론과 연관된 주제들을, 그리고 2부는 그리스도론의 이슈와 연관된 현대의 주제들을 다룬다. 1부의 주제들은 그리스도론의 방법론, 성육신론, 우주적 그리스도론과 역사적 예수 연구의 통합, 구원론의 쟁점들이다. 2부의 주제들은 생명의 위기, 종교다원주의, 역사와 탈역사의 문제, 공적 신학과 포괄적 그리스도론의 위기, 과학적 결정론과 우주 시대의 그리스도의 보편성에 대한 것이다. 조직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현대의 쟁점들을 다룬 2부부터 읽어도 좋을 것이며, 그것이 전통적 그리스도론의 이슈들을 다룬 1부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1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또는 존재에 대한 논의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다루는 구원론을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와 우주적 그리스도론을 통합하려는 관점에서 해명한다. 저자가 선호하는 그리스도론의 방법론은 전통적인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을 예수의 ‘메시아성’을 인정하는 역사적 예수 연구와 결합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신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인성을 향하는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과 그리스도의 인성에서 신성으로 향하는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은 대립하는 방법론이라기보다, 푈만의 지적대로 전자는 그리스도론을 존재론적으로 본 것이고 후자는 인식론적으로 본 것이기에 구태여 분리할 필요가 없다. 참 하나님이자 참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두 본성에 대한 전통적 그리스도론의 존재론적 교리는 계몽주의와 역사비판학의 등장 이후 인식론적인 문제, 곧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의 문제가 되었다.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을 무너뜨리고 20세기 신정통주의 신학을 출범시킨 칼 바르트는 철저한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을 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예수에 대한 학문적 논의를 자신의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으로 수용한 슐라이어마허의 입장을 사도신경의 제3조로부터 시작하는 신학, 곧 성령론적인 신학이라고 공정하게 평가했다. 이것은 저자가 성육신론을 ‘영-그리스도론’(Spirit Christology)으로 전개하면서, 역사적 예수의 선포와 말씀 안에서 독특한 인격과 영을 보려는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슐라이어마허는 예수를 ‘하나님 의식’을 계시하는 원형 또는 ‘원상’(Urbild)으로 보고, 단순히 도덕적 모범을 뜻하는 ‘모상’(Vorbild)과 구별했다.
저자는 역사적 예수 연구사에서 새 탐구(1953-85)로 불리는 입장이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사이의 연속성을 시도했다는 점을 긍정하면서, 옛 탐구(단, 슐라이어마허는 예외라는 것이 서평자의 입장)와 제3탐구(1985-현재)가 공히 메시아성을 부정하는 것을 비판한다. 특기할 점은 슐라이어마허의 노선에서 새 탐구의 에벨링이 예수의 믿음에 주목하며 부활 이후 예수에 대한 믿음으로 전환하게 된 근거로 삼은 것이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제3탐구자들이면서도 샌더스 이후에 바울에 대한 새 관점을 가진 던과 라이트, 그리고 헤이즈가 주장하는 내용을 더 수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바울의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의 일부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성실(pistis)’로 이해함으로써 복음서들이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설화적 구조와 관련을 짓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십자가, 그리고 부활의 이야기가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성실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며, 이는 다시 하나님의 아들을 우리의 구원을 위해 내어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성실을 드러냄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과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생태학적 위기와 종교다원주의, 그리고 확대된 새로운 우주관을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특징으로 보면서 우주적 그리스도론과 만유구원론의 쟁점들을 논의한다. 이 지점이 이 책의 독특한 그리스도론적 기여로 보인다. 저자는 신-인 양성을 넘어 자연과 우주를 매개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제3의 존재양식을 우주성으로 보면서, 그것을 다시 그리스도의 ‘제3의 본성’ 또는 ‘개방적 인격성’으로도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우주적 그리스도론은 초월적 유신론을 포기하고 범재신론에 근거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물론 저자는 인격성과 역사성이 취약한 일반적인 범재신론이 아니라, 성서의 유신론이 가진 장점을 유지하는 ‘성서적 범재신론’을 역설한다. 특히 저자는 샤르댕과 몰트만의 우주적 그리스도론의 구조적 문제가 부활한 그리스도에만 관심하고, 역사적 예수의 선포와 가르침, 그리고 그의 십자가를 믿고 따르는 제자도를 포괄하지 못했기에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전통적 양성론을 유지하면서도 그리스도의 인성을 모든 피조세계를 포괄하는 확대된 개방적 인격으로 재해석하는 보다 온건한 길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의 제3의 존재양식 또는 제3의 본성에 대한 구체화와 정립을 위해서 21세기의 교회와 신학이 시간을 가지고 탐구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브라이언의 요한복음 해석을 인용하면서 그리스도가 물질이 되고, 땅이 되고, 우주가 되었다는 것을 양성론을 넘어서는 삼성론적 발상으로 본다. 이미 중세기의 신비가인 빙엔의 힐데가르트도 성육신에 대한 우주론적 해석을 한 바 있기에, 앞으로 동서방교회의 신비주의 전통에 대한 그리스도론적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주적 그리스도론이 만물을 구원의 대상으로 보기에 타종교와의 대화에도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성육신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벗어난 다원주의적 해석자로 언급한 파니카는 ‘신인우주적 삼위일체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은 그의 우주적 그리스도론이 전통적 삼위일체론마저도 벗어나 있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는 우주적 보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인들의 종교와 영성인 천지인/신인우주적 전통과의 지속적이고 성실한 대화를 통해 보다 과감한 신학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론의 진리 주장은 역사적・우주적 보편성에 대한 추구와 함께 특수성의 스캔들을 감수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은 그리스도론적 주장이지 기독교의 우월성이나 절대성에 대한 주장이 아니다. 오리겐과 함께 바르트, 몰트만이 그리스도의 중심성을 굳게 유지하며 주장한 만유구원과 만유화해에 관한 과감한 발상을 저자가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글로벌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를 명실상부하게 이야기하는 훌륭한 방식이다. 기독교의 무게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로 이동한 시대에 그리스도론의 미래는 아무래도 거대한 문명사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저자가 비서구권의 그리스도론을 상황적이고 실천적인 그리스도론으로 명명한 것은 탈식민주의적 관점의 결여 내지는 한국과 아시아 출신 신학자로서 주체성의 부족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고대 기독교의 오리겐과 아우구스티누스로부터 현대 기독교의 슐라이어마허와 바르트에 이르기까지 서구 교회의 그리스도론은 성서적 기독교가 플라톤주의 문명과 조우하여 생긴 창조적 열매이다. 오늘날까지 보편 교회의 교리적 토대가 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의 삼위일체론과 칼케돈 신조의 그리스도론도 플라톤주의의 정교한 철학적 개념이 없었다면 성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고대 교부들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헌신이 없었다면, 플라톤 철학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동일본질론’과 ‘두 본성의 위격적 연합’과 같은 개념화 과정을 통한 창의적 신관, 인간관, 우주관이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플라톤주의적 기독교와 그리스도론의 선구자였던 위대한 교부 오리겐은 당대의 영향력 있는 철학자 켈수스와의 논쟁을 통해 플라톤주의가 제국의 소수 엘리트와 지배계급의 전유물인 데 비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다중으로 하여금 지적・도덕적・영적 형성을 이루게 했다고 변증했다.
저자가 글로벌 시대의 세속주의에 의해 위축된 기독교에서 공적 그리스도론의 쇠퇴와 사적 그리스도론의 등장을 비판하고, 과학적 결정론과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관련된 쟁점들을 논의하며 그리스도의 보편성을 변호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유익하다. 하지만 부연하건대 글로벌 시대는 동서양 모두의 몫이지만, 여전히 남은 글로벌 기독교의 문제이자 과제는 특히 아시아의 유교 문명과의 조우가 가져올 그리스도론의 미래인 것이다. 일찍이 저명한 역사가 토인비는 사도 바울 시대에 서진했던 기독교가 오늘날 동진하면서 가져올 거대한 문명사적・종교사적・
신학적 전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클레멘트와 오리겐이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 철학을 기독교에 주입하는 작업을 했다면, 이와 유사하게 극동의 어느 도시에서 누군가에 의해 중국철학을 기독교에 주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시험대에 선 문명들』, 1943년) 저자가 관심하는 그리스도의 제3의 본성과 성서적 범재신론, 그리고 무한한 우주의 신비와 생명에 대한 사랑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우주적 그리스도론과 역사적 예수 연구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통합이 동서 문명이 치열하게 조우하고 있는 한국에서 조만간 출현하리라 기대해본다.
끝으로 김동건 교수의 역작을 읽으며 해박한 지식과 신실한 신앙, 그리고 유려한 문체를 가지고 한국 신학계와 나아가 세계 신학계에 깊은 울림을 선사한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글로벌 시대의 그리스도론의 향방에 관심하는 신학도들과 목회자들은 물론이고 지성과 영성의 조화를 갈급해하는 젊은이들과 평신도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박종천 |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로 조직신학을 가르쳤으며, 감신대 총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하나님 심정의 신학: 교회교훈학으로서의 조직신학』 등이 있다. 현재 세계감리교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7월호(통권 739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