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책마당 > [책마당]
책마당 (2020년 1월호)

 

  근대 한국 장애인의 삶: 고단하게 만든 사회, 강인하게 일어선 개인
  정창권의 『근대 장애인사: 장애인 소외와 배제의 기원을 찾아서』 사우, 2019

본문

 

1. 이야기는 가장 오래되고, 효과적이며, 흥미로운 소통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최근에는 역사를 다양하고 새롭게 접근하는 시도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 가운데 하나인 장애인의 역사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들려주는 『근대 장애인사』가 출간되었다. 정창권이 쓴 이 책은 정보습득은 물론이고 읽는 재미의 측면에서도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사실 정창권은 이미 오랫동안 다양한 이야기체 역사를 통하여 비교적 낯선 분야의 외면받은 역사를 우리에게 소개하는 다양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장애인 분야만 해도,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2005),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료와 함께 읽는 장애인사』(2011) 등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공저로도 『한국장애인사: 역사 속의 장애 인물』(2014)를 내놓은 바 있다.1 또한 아동을 위한 『한쪽 눈의 괴짜 화가 최북』(2014)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역사에 대한 문화적 접근, 특히 문학작품 분석을 통한 접근이 활발한데, 장애인 분야에 대해서도 공저로 『소설로 장애 읽기: 근대 장애인의 문학적 초상 1, 2』(2018)가 나온 바 있다. 여기서 다룬 내용들이 『근대 장애인사』에도 반영된 지점이 보여, 관련 연구가 점차 축적되는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여하튼 장애인과 관련된 이런 노력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2. 『근대 장애인사』는 일정한 사관 혹은 관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이전 책들과는 다소 차별화를 보인다. 정창권은 이전 책들에서 장애인에 대한 개념 및 용어, 정책 및 제도, 장애 종류, 개별 장애인(문제, 직업, 생활), 장애인 가족, 장애 보장구 등을 다루었다. 다시 말해 장애인의 역사적 맥락과 그들의 삶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밝히는, 다소 평면적인 접근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근대 시기, 특히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기간에 장애인의 상황이 이전보다 오히려 열악해졌다는 시각에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까지를 추적하는, 보다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제강점기의 상황은 이전 시기인 조선시대보다도 더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장애인은 상대적으로 큰 문제 없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는 근대 문명의 도입, 공동체의 붕괴 및 식민지 차별 등의 내외적인 문제로 인하여 장애인이 소외되고 문제시되었으며, 일부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실질적인 혜택에서 제외되었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기원을 추적하는 가운데, 가령 일제강점기의 교육제도를 살피면서 실질적인 혜택이 조선인이 아니라 재조선일본인에게 집중되었음을 밝힌다. 저자의 주장을 직접 인용·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근대에 이르러 장애 원인은 더욱 다양해지고, 장애인 수도 훨씬 늘어났다. 그럼에도 장애인 정책은 거의 실시되지 않았고, 그나마 실시된 경우도 선교 목적이나 원활한 식민통치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매우 부정적으로 바뀌어서 근대의 장애인은 놀림 및 학대의 대상이 되었다. 1930년대엔 우생학마저 확산되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과학적 토대를 제공했다.(155쪽)

그러면서도 이 책은 위와 같은 거대한 맥락 속에서도 당시 상황을 타개하려는 한국인의 자조적인 노력을 부각시킨다. 이것은 비교역사적인 시각이요, 민족주의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장애인의 역사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시각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즉 저자 자신의 역사의식에 충실하다 보니, 역사를 다소 단순하게 재단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역사는 그것을 관통해서 보는 일관성 있는 시각도 중요하지만, 역사의 다양성과 예측불가능성이라는 특징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시각이 부분적 사실을 충실하게 보여줄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나타난 민족주의적 시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나타낸다. 첫째, 일본 식민정치에 대한 비판이다. 이 분야는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통하여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장애인의 친일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가령 일제강점기 말기에 나타난 전쟁 지지나 모금 등에 장애인이 참여한 사례이다. 물론 장애인의 친일 경향은 당연히 지적해야 하고, 바로 이런 상세한 내용이 이 책이 기여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전쟁 지지나 모금 등은 장애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문제였다. 따라서 장애인의 친일 사례를 이야기할 때에는 당시의 전반적인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비장애인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장애인의 역사적 좌표를 명확하게 짚어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장애인이 친일했다’가 아니라 ‘장애인도 친일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선교사에 대한 양가적인 태도이다. 저자는 선교사의 기여에 대해서 상세하고 긍정적으로 소개하고, 이런 소개가 이 책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 장애인의 자조적이고 자립적인 주도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선교사의 기여를 선교 수단으로만 제한하는 평가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런 평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선교사의 기여와 한국 장애인의 노력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더 많이 소개하고, 양자 간의 관계도 상세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선교사의 기여와 한국 장애인의 자립적 노력의 상관 관계, 예를 들어 갈등, 경쟁,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 없이 원론적인 차원에서 강조만 한다면, 선교사의 기여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선교사들의 장애인 사역이 단순히 실용적이고 도구적 성격의 선교 수단이었다면, 모든 선교부가 선교 성과를 위해 이 사역에 주력해야 했겠지만, 당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선교사의 장애인 사역 참여는 달리 설명될 측면도 적지 않다.

3. 『근대 장애인사』의 장점은 ‘이야기를 통한 역사 알리기’라고 말할 수 있는데, 저자의 관점에 관하여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성실하게 들려준다. 가령 진 페리(Jean Perry)와 엘런 패시(Ellen Pash), 그들의 장애인 사역은 그동안 한국 교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인데, 이에 관한 연구를 소개함으로써 장애인사는 물론이고 한국 기독교사, 특히 한국 선교운동사에 자극을 주고 있다. 사실 한국 선교운동사는 선교사의 주류인 미국 출신 교단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전통적 선교 영역의 3대 사역인 교회, 학교, 병원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두 여선교사는 비주류인 영국 출신이고, 교단 파송이 아닌 독립선교사인 데다가 활동 영역도 장애인 사역이기에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새로운 역사는 기존 역사를 교정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사례는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2 이것이 바로 이 분야에 대한 한국 기독교계 사학자들의 분발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거꾸로 저자의 노력이 한국 기독교계 사학자들을 통해서 보완될 수 있다. 가령 저자는 패시의 출신 학교를 ‘기튼대학’(78쪽)이라고 소개하는데, 정확히는 ‘거튼 대학’ 혹은 ‘거튼 컬리지’(Girton College)가 맞다.3 또한 저자는 록웰 선교사를 소개하면서 “이익만과 자신의 아내를 중국 체후의 농학교”(74쪽)로 보냈다고 언급하는데, ‘체후’(Chefoo)는 당시 서양의 전사표기 방식에 따른 지부(芝罘)의 영어철자로, ‘지푸’(Zhifu)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4

4. 『근대 장애인사』는 내용상 근대 한국 장애인 이야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제목을 ‘근대 한국 장애인사’라고 붙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사는 지역사와 연결되고, 지역사는 세계사와 연결되는 법. 근대 한국 장애인사가 근대 세계 장애인사와 무관할 수 없기에 제목은 그대로 놔두더라도 근대 장애인, 특히 근대 장애인 문제의 세계사적 배경과 맥락이 보충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만일 저자가 연구 및 저술 분야를 확대하여 세계 장애인사도 다룬다면, 이번에는 세계 장애인사를 주(主)로 하고 한국 장애인사를 부(副)로 하는 비교연구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나 학문적인 노력은 장애인 당사자나 장애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비장애인에게 국한되었는데, 이런 노력들을 통하여 다양한 학문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학제적인 시도까지 촉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 방귀희 외, 『한국장애인사: 역사 속의 장애 인물』(솟대, 2014). 방귀희는 같은 맥락에서 세계 장애인의 역사를 간단한 평전 식으로 폭넓게 소개하였다. 방귀희, 『세계장애인물사: 짧지만 강렬한 감성 위인전』(솟대, 2015).
2 특히 진 페리와 엘렌 패시에 대한 연구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은하의 논문을 볼 것. 김은하, “1890년대-1910년대 독립 여선교사 진 페리와 엘렌 패쉬의 교육활동”, 「교육문제연구」 37호(2010): 2-3.
3 김은하의 논문에는 ‘거튼’이라고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위의 논문, 6쪽)
4 ‘지푸’는 오늘날 산둥성 옌타이시에 소속된 현급 행정구역 지푸구이다.

 
 
 

2019년 1월호(통권 733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