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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9년 12월호)

 

  이슬람 지역 내의 기독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시드니 H. 그리피스, 서원모 옮김의『이슬람 세계 속 기독교』 새물결플러스, 2019

본문

 

기독교 이후 유일한 세계 종교로서 기독교의 주요 교리에 반대하는 내적 논리들을 가진 이슬람은 7세기에 등장한 이래 그 역사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기독교와 길고도 고통스러운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중동과 유일신 신앙이라는 공통의 기반에서 출발했음에도 두 종교의 만남은 많은 경우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성장보다는 반목과 충돌로 이어졌다. 이로 인하여 이슬람은 14세기 동안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복음이 가장 수용되기 어려운 그룹으로 남아 있다.
두 종교 간의 이러한 관계는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며, 수세기 동안 역사의 과정 속에서 한 종교가 특정 시대에 상대 종교에 행한 일들이 다음 세대에서 반작용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켜켜히 쌓여온 것이다. 이슬람 제국의 팽창과 확장의 시기에 겪은 기독교인들의 경험과 십자군 전쟁, 유럽의 식민주의 시대에 무슬림들이 겪은 경험들이 만들어낸 불신과 배척은 지금도 여전히 두 종교 간의 관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그런데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두 종교 사이의 상호작용이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경험과 결과만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두 종교를 잇고 가르는 신학적 이슈들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하고 그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기독교–이슬람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중요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특별히 8세기 중엽에서 13세기 중엽까지 아랍–이슬람 고전 문명의 전성기에 살았던 기독교인들이 남긴 유산은 특별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슬람이 가장 번성하던 시절에 기독교 문화가 긴 암흑기를 경험했을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역설적이게도 그 시절에 아랍어를 사용하며 무슬림들과 일상을 나누며 살았던 아랍 세계의 기독교인들(Arabophone Christians)은 아랍어로 기록된 다양한 저술들을 통하여 이슬람 문화와 동방 교회의 발전에 기여했고, 이를 통해 기독교와 이슬람 두 종교가 풍요로운 전통을 형성하는 역사적 공헌을 남겼다.
시드니 그리피스(Sidney H. Griffith)의 역작 『이슬람 세계 속 기독교』는 그동안 서방 교회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적절한 조명을 받지 못한 아랍 세계 기독교인들의 문화적, 지적, 종교적 공헌을 드러내는 중요한 저서이다. 그리피스는 미국의 로마가톨릭 사제로 미국 가톨릭대학교(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의 교회사 분야 은퇴교수이다. 시리아어와 중세 아랍어에 대한 연구로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학문적 관심은 아랍 기독교, 시리아 수도원 운동, 중세 기독교-이슬람 관계사 및 종교 간 대화 등의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다. 저자의 전공과 이러한 관심 분야에 대한 수십 년의 연구 결과를 집약하여 2008년 프린스턴대학교출판부에서 출간된 이 저서는 『이슬람 세계 속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서원모 교수의 번역을 통해 우리말로 소개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표현대로 이슬람 세계에 고향을 두고 무슬림들이 유일한 신의 언어라고 생각하는 아랍어를 통하여 기독교인으로서 자신들의 지적인 문화와 교파적 정체성까지 표현하며 기독교 역사에 중요한 공헌을 한 기독교인들과 그들이 기독교, 이슬람 두 종교에 미친 영향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논지는 이 책의 원서명 The Church in the Shadow of the Mosque: Christians and Muslims in the World of Islam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Shadow’는 이슬람 지배하의 아랍어 문화권 기독교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중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데, 우선 문자 그대로 동방의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그늘에 가리워졌다는 의미도 있고, 동시에 딤미(Dhimmitude, 보호민)라는 제도 속에서 이등시민의 위치에 있었지만 그 보호의 그늘에서 그들이 ‘기독교 교리의 새로운 문화적 표현들’과 ‘교회론적 정체성을 다양화하고 구체화’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도 드러낸다.
대부분의 아랍 기독교에 대한 연구가 기독교-이슬람 간의 충돌이나 14세기 이후 그 지역에서의 토착 기독교의 쇠퇴만을 조명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데 비해, 그리피스는 시리아어와 아랍어로 남겨진 방대한 문헌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이슬람 지배하의 동방 기독교인들이 남긴 신학적이고 지적이며 철학적인 유산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피스는 기독교인들이 겪은 빈번하지 않은 탄압을 부각시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기가 기독교–이슬람 관계의 황금기라고 과장하지도 않는다. 이슬람의 지배로 인해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그 결과 지속적인 기독교의 쇠퇴가 이루어졌다는 점과, 그로 인해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의 도래와 성장을 기독교인들의 불신앙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과 재앙으로 여겼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서술함으로써 균형잡힌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먼저 이슬람 확장의 후반기에 이에 대한 아랍 기독교인들의 반응을 설명함으로써 논의를 시작한다. 1장은 이슬람의 도래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두 가지 반응인 적응과 거부에 대해 설명하고, 2장에서는 그들의 이러한 관점이 반영된 변증적인 문헌들을 검토하고 있다. 3장에서는 당대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삶에 미친 아랍어의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특별히 당시의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의 종교적 전통들을 잘 이해하고 이것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일에 얼마나 능숙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코란의 구절들을 인용하거나 이슬람의 신학인 칼람의 전통을 사용하여 무슬림들이 부정하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론과 성육신론을 변증하기도 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8세기 변증가인 다마스커스의 요한(John of Damascus)이다. 그는 코란에 들어 있는 “알라의 아름다운 이름들”을 사용하여 삼위일체의 각기 다른 위격들을 설명하였는데 이러한 신학적 태도와 방식은 천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 종교 간 대화를 하거나 복음을 나누는 현장에도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4장에서는 이슬람 세계 속에서 발전을 거듭해간 기독교적 담론의 장르와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지고, 5장에서는 기독교인들이 그리스의 고전들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일과 이슬람 신학인 칼람의 철학적 발전과 전개를 어떻게 선도해갔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6장은 이러한 상황에 놓인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던 자기 정체성과 순교, 그리고 기독교의 분파인 네스토리우스파(Nestorians), ‘단성론자’로 불린 야콥파(Jacobites), 콥트교의 기원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기독교 내의 다양한 교회론적 전통이 이 시기에 생성되고 발전되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검토와 성찰을 바탕으로 앞으로 무슬림과의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위하여 기독교인들이 취할 수 있는 신학적, 역사적, 문화적 태도에 대해 제안함으로써 논의를 마친다.
기독교의 중심이 남반구로 옮겨가고, 유럽과 북미에서 무슬림 인구가 범 기독교 다음의 교세로 증가하는 변화 속에서,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적 세계관과 가치들을 대면하기에 적절히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최근 들어 다양한 이유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무슬림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적절한 지식과 이해의 부족은 근거 없는 두려움과 증오를 낳아서, 역사적으로 이슬람 세계와 충돌한 경험이 없는 한국의 시민들이 과거 두 종교 간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규범적 태도와 관점을 되풀이하고 심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이 책의 번역 출간이 더 의미 있고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통하여 독자들은 이슬람 초기 수세기 동안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신앙을 어떻게 지켜냈으며, 아라비아의 새로운 종교적 영향력에 대해 어떻게 지혜롭게 대응해 갔는지에 관한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40여 쪽의 참고문헌이 보여주듯, 시리아어와 아랍어로 이루어진 방대한 문헌에 기초한 이 연구서를 통하여 독자들은 역사의 꽤 오랜 시기 동안 이루어진 기독교-이슬람 간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의 유산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반목과 충돌로 점철된 현실을 넘어서서 대화와 상호 이해에 기반한 평화롭고 창조적인 관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이슬람 관계 연구 분야에서도 보기 드문 관점과 이해, 풍부한 자료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이 좋은 번역을 통하여 한국 교계에 소개됨을 기쁘게 생각하며, 이슬람 선교와 기독교-이슬람 관계 문제에 관심이 있는 기독교인들의 생각과 태도의 지평을 넓혀주는 좋은 길잡이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김아영 |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부한 후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이슬람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이슬람 연구』(전 3권), 역서로 『씨앗에서 열매로』 등이 있다. 현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이며, 한국이슬람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12월호(통권 7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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