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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9년 12월호)

 

  비서구 교회의 선교 비판과 자기 정체성 추구
  뤄관쭝 편, 유동선・윤신영 옮김의『지난 일을 교훈 삼아: 중국교회가 이해한 서구열강의 중국선교 역사』한들출판사, 2019

본문

 

1. 선교와 제국주의의 관계는 선교 역사와 교회 역사의 주요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이 식민 지배의 종말을 가져오고, 후기식민주의 시대를 연 지 이미 반세기가 지나 관련 연구가 상당히 축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서구 교회와 서구 선교의 자기반성적 연구 이외에 비서구 교회의 자기성찰적 연구는 부족한 형편이다.1
최근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된 『지난 일을 교훈 삼아』(중국어 원서는 2003년에 발간)는 비서구의 관점으로 자기성찰적 연구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선교와 제국주의의 관계 연구에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 이 책은 관련 사료에 대한 충실한 연구를 토대로 서구 기독교의 사료를 새롭게 조명하거나 재해석하였으며, 또한 비서구 기독교의 사료도 적극 발굴·활용함으로써 비서구 기독교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있다. 특히 여섯 명의 필자 중에는 이 책이 다루는 기간 중 중국기독교양회 설립 당시(1950-54)의 역사를 직접 경험한 이들이 있어, 우리에게 더욱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구나 이 책은 서구 교회의 선교 역사나 비서구 교회의 교회 역사가 아니라, 비서구 교회의 서구 선교에 대한 역사라는 점에서 독특한 의의를 지닌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8월에 이 책의 자매편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기독교사』(中国基督敎史)가 출간되어 상호보완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2 또한 이 책은 서구 선교의 도전에 대한 중국교회의 응전을 기록함으로써 중국교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역사이기도 하다. 책의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중국교회 지도자들의 추천이 계기가 되어 번역되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입장을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교회의 내부자적 관점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 『지난 일을 교훈 삼아』는 현재 중국교회, 즉 중국기독교양회의 입장에서 1950년대 이전 서구 기독교의 중국선교 역사를 비판한 책으로, 그 논지는 단순하다고 말할 정도로 선명하다. 즉 “서구열강들이 기독교를 발판으로 중국을 침략”했다는 것이다.(7쪽) 이 논지를 서구 선교의 측면에서 바꾸어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서구 선교는 제국주의적 배경에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의 도구였고, 나아가 제국주의의 일원이었다.
또한 서구 선교가 직간접적으로 서구 제국주의에 기여했다면, 중국교회는 이런 상황 속에서 기독교의 중국화를 추구해온 것이고, 최종적인 결과가 바로 중국기독교양회 곧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삼자회)와 중국기독교협회의 출현이었다. 중국교회의 유서 깊은 삼자(三自: 自治, 自養, 自傳)운동은 여러 가지 굴곡을 거쳐 발전하여 마침내 삼자애국운동으로 귀결되었는데, 서구 제국주의와 서구 기독교에 맞서서 친제국적, 반애국적 경향을 극복하여 반제국적(민족적), 애국적 경향, 즉 “애국 애교”로 발전해나갔다.(365쪽)
물론 이 책은 단순하게 보이는 논지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하여 역사의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측면을 드러내면서 이분법 내지 흑백논리적인 사관의 위험성을 벗어나려고 한다. 특히 서구 선교사와 중국 기독교인의 의식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대다수 서구 선교사들이 선교를 하면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제국주의를 도입하고 유지하며 강화했다는 사실을 입증해나간다. 그러나 동시에 일부 서구 선교사의 소수 입장을 보임으로써, 모든 선교사가 제국주의의 죄악에 눈먼 것은 아니었음도 밝힌다. 한편 중국 기독교인들 중에는 제국주의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서구 열강의 논리를 추종하는 집단이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모든 중국 기독교인들이 제국주의의 위험을 극복한 것이 아니며, 제국주의에 대한 태도도 다양했음을 밝힌다. 대표적으로 중국 기독교의 기성 세력(가령 이 책에 따르면, 중화전국기독교협진회)이 제국주의의 논리를 내재화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오늘날 용어로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은 선교와 제국주의의 관계를 다루면서, 무엇보다도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천착한다. 서구 기독교의 도전이 종교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차원이 있는 것처럼, 중국 기독교의 응전 역시 종교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차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주제를 재검토한다.
첫째, 이 책은 ‘정교분리’라는 주제의 허구성을 강조하면서, 비정치적인 것이 바로 정치적이라고 비판한다. 즉 “어떤 것도 정치를 넘어설 수 없다.”(395쪽)는 것이다.
둘째, 이 책은 평화와 비폭력의 논리가 자칫 강자를 비판하고 약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자를 비호하고 약자를 구속하는 논리, 즉 현상유지(status quo)의 빌미로 오용되는 위험성을 거듭 지적한다.(58쪽)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평화를 비판하는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항일운동을 포함한 투쟁의 의의를 부각시킨다.
셋째, 삼자는 결국 독립 혹은 애국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삼자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전의 기존 삼자운동이 종전 이후의 새로운 삼자애국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전 과정을 요약한다면, 소극적인 재정 자립에서 적극적인 교회정치 독립으로, 다시 삼자애국으로 나아간다. 삼자애국운동의 개념 중에서 애국은 비교적 자명한 것이기에, 주로 삼자에 대한 논의에 집중한다. 삼자를 설명하기 위하여 자립과 독립을 구분하거나(210쪽) 삼자와 토착화를 비교한다(253-254쪽).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양한 필자들이 삼자를 다루고 있고 관련 사료도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용어상의 혼란이 없지 않아 개념의 명료화가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오는 해당 용어만 해도 자치, 자양, 자전, 자립, 자주, 자체관리, 자조, 자동 등 다양하다.
넷째, 선교사의 간첩 행위(180쪽), 상업 행위(307-308쪽)도 지적된다. 선교사의 간첩 행위는 기존 연구에서 간헐적으로 언급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한다. 최근 한국교회의 경우도, 북한 선교에 관련된 재미교포 목사가 간첩 행위를 스스로 인정하여 파란을 일으킨 바 있어 주의가 요청된다.

3. 『지난 일을 교훈 삼아』는 번역서인 만큼, 번역의 문제를 몇 가지 지적할 수밖에 없다. 첫째, 서구어의 경우 원래 발음을 따르기도 하고 중국어 발음을 따르기도 한다. 동일 이름이 두 가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중국어의 경우, 중국어 발음을 따르기도 하고 한국어 한자음(음독)을 따르기도 한다. 복합어의 경우 일부분은 중국어 발음을, 일부분은 한국어의 한자음을 따르기에 혼란스럽다. 일본어의 경우, 원래 발음을 따르거나 중국어 발음(음독)을 따르기에 역시 혼란을 초래한다.
둘째, 고유명사(특히 기관명)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가령 동아시아에 영향을 준 국제기구의 경우 중국, 일본, 한국의 번역어가 각각 달라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개정판에서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이 책은 본격적인 중국교회 역사가 아니라 서구 선교에 대한 역사이지만, 일반 독자를 위해 부록에 간략한 중국 역사 및 중국 기독교 역사 연대표를 첨가한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 『지난 일을 교훈 삼아』는 도전적인 내용만큼이나 독자들에게 도전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첫째, 종교와 정치는 민감한 주제인데, 선교는 자신들의 행위를 보편주의적 종교 행위라고 자처하는 만큼, 현실 세계에서 선교하면서 얼마나 정치적인 민감성을 지니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산시(山西) 기독교인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제국주의에 물든 기독교 국가의 “반 그리스도적 침략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들이 해야할 일이며 국외에서의 선교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선교사들을 질책한다.(225-226쪽)
둘째, 이 책은 제국주의라는 거시적 맥락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 예를 들어 양면적인 인간성, 인간의 자기기만과 인식의 한계,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선의(善意)의 착종과 파탄 등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소위 사랑의 종교라는 기독교가 얼마나 상처를 줄 수 있고 현지 교회는 어떤 신음소리를 내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 책은 역사서에서 사료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사료는 상이한 역사적 맥락 가운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때로는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내용까지 말해준다. 이 책은 부록에 중요 문건을 실어서 독자들에게 유익을 주고 있다.3
넷째, 이 책은 삼자에서 삼자애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삼자 분야에 관련된 자립운동과 애국 분야에 관련된 반기독교운동이 넓은 의미에서 삼자애국운동으로 수렴되었지만, 전자는 애국운동에 대하여, 후자는 기독교에 대하여 호의적이지 않았던 이유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삼자애국운동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대내적으로 삼자(三自)에서 삼호(三好: 好治, 好養, 好傳)로 나아가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데, 대외적으로도 편협성(provincialism)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즉 삼자애국운동이 일단 기독교의 외세주도적 국제교류라는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는 주도권을 가지고 삼자애국운동이 폐쇄적 운동을 넘어 개방적 운동이 되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1 서구 기독교의 관점에서 자기반성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저술로는 데이비드 패턴(David M. Paton)의 『기독교 선교와 하나님의 심판』(Christian Missions & The Judgment of God, 1953)과 스티븐 니일(Stephen Neill)의 『식민주의와 기독교 선교』(Colonialism and Christian Missions, 1966)를 들 수 있다. 선교와 제국주의의 관계를 논할 때에는 특히 선교와 식민주의의 관계를 잘 살펴야 하는데, 앞의 책은 식민지가 될 뻔한 중국을, 뒤의 책은 식민지가 되어버린 인디아(인도)에 대해서 다뤘다는 점에서, 둘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롭다. 최근의 이정표적인 책으로는 브라이언 스탠리(Brian Stanley)의 『성경과 국기』(The Bible and the Flag: Protestant Missions & British Imperialism in the Nineteenth & Twentieth Centuries, 1990)가 있고, 그밖에 서구 학계의 제국주의 연구의 일환으로 선교가 다루어지고 있다.
2 이 책의 출간을 알려주고 소개해준 오동일 박사에게 감사드린다. 徐曉鴻 編, 『中国基督敎史: 中国基督敎神學院校統編敎材』(上海: 中国基督敎兩會出版, 2019).
3 중국 기독교 사료를 접하려면, 방대한 사료를 묶은 다음 책을 참고할 만하다. 중국 문헌을 일본어로 번역한 사료집이다. 도미사카(富坂)기독교센터 편, 『원전: 현대중국그리스도교 자료집: 프로테스탄트교회와 중국정부의 중요문헌 1950-2000』(原典: 現代中國キリスト敎資料集: プロテスタント敎會と中國政府の重要文獻 1950-2000 [2008]).



안교성 | 교회사를 전공하였다. 『한국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0년 8월호(통권 7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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