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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9년 11월호)

 

  그 길,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
  아드 폰테스 웨슬리 엮음 『그 길: 웨슬리 표준설교 읽기』대한기독교서회, 2019

본문

 

최근 우리 삶의 주변에 ‘길’이 많이 생겼다. 둘레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둘레길 걷기를 즐긴다. 대개 길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데, 둘레길은 어디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영성적 삶의 의미를 얻기 위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순례길’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순례길에서는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 사물과 자연, 역사적 흔적들이 예사롭지 않고 마침내 영롱한 이슬처럼 투명해져, 신성한 것들을 투시하여 접촉하게 하고 하나님을 만나고 보게 하는 투명한 창, 거룩한 것들이 된다. 그 길은 번잡한 삶에서 벗어나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게 하여 마침내 주님의 영광의 환한 얼굴을 보는 거룩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 길’은 웨슬리가 말한 ‘하늘로 가는 길’(The Way to Heaven)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길은 죽은 다음 천국에 가는 길만이 아니라 살아생전 이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가 되는 길이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이며, 그리스도인의 풍성한 삶을 누리는 길이다. 이 길을 걷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 생명의 길(요 14:6)이시기 때문이다.
그간 웨슬리 신학에 관하여 다양한 주제와 관점을 가진 많은 연구서들이 번역되고 저술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거기에 더하기 하나를 한 책이 아니다. 그간 번역 출간된 웨슬리 설교집이나 논문집도 아니다. 이 책은 소그룹이 웨슬리 표준설교(44편)를 읽고 묵상하고 나누며, 또 성찬을 통해 공동체 모두가 그 말씀을 육화하여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 것을 다짐하고 하나님 나라 가는 길을 함께 걸어가는 연습을 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을 공동체에서 끝까지 활용하여 습숙(習熟)한다면 세속화된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저절로 풍길 수 있는 놀라운 은사를 배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아드 폰테스 웨슬리’에 속한 8명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산물이라는 점이다. 서로 분주한 한국 사회에서 한 책을 쓰기 위해 오랜 기간 함께 모여 읽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게다가 실습까지 덧붙여 이렇게 두꺼운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만으로 감동이고 감탄이다. 집단 지성과 영성,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담았을 넓은 품과 사랑이 이 책에서 느껴진다. 게다가 이 책은 출간되기 전 오랜 기간 신학대학의 영성훈련 그룹과 교회의 소그룹의 실습을 통해 철저한 피드백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성과물을 빨리 얻기 위한 조급함은 전혀 없어 보였다.
1744년 최초의 메도디스트 총회 이후 매년 총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진 주제는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무엇을 설교할 것인가? 둘째,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셋째, 무엇을 실행할 것인가? 그들이 가장 중시한 것은 메도디스트 교리와 교리를 설교하고 가르치는 방법, 그리고 경건생활의 훈련 및 삶을 통해 구체화되는 설교자들의 실천이었다. 그래서 웨슬리는 교리(doctrine), 영(spirit), 신앙훈련(규칙, discipline)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웨슬리는 경건의 능력 없이 경건의 모양만 지닌 채 죽은 교파로만 존재하게 될 메도디스트를 가장 두려워했다. 그런 면에서 그가 남긴 표준설교는 교리, 영, 그리고 규칙 이 셋을 충족하여 교회의 나태함과 무능함을 극복하기 위한 신령한 요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신교 이전에도 신조 형식의 교리들이 있었지만, 종교개혁 이후 16세기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신앙고백이 우후죽순으로 출현하여 교파주의적 절대주의를 낳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웨슬리는 영국 성공회의 39개 조항(1571년)을 받아들여 1784년 39개를 24개로 축약하여 ‘표준설교’와 ‘신약성서주해’와 함께 메도디스트 교리와 설교의 표준으로 선포한다. 각 교파에서 선포한 교리는 다른 교파와의 구분과 분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제한적 특성을 가지며 전문적 개념이 사용된다.
그러나 웨슬리의 설교는 참된 기독교의 본질을 성도들이 보전하고 발양하기 위한 것이다. 그에게 참된 기독교는 성서적이고 체험적인 것이며, 형식만 남은 의식의 종교가 아니라 마음의 종교, 즉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의 종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설교는 일상에서 쓰지 않는 어려운 말이나 신학적 담론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를 가급적 피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평범한 진리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그리스도인의 삶에 구석구석 적용할 수 있도록 쉽게 쓰여졌다. 그의 설교는 교파적 배타성과 분리주의를 지양하여 기독교의 일치, 교회의 하나 됨을 설교한다. 20세기 중반의 교회일치 운동이 시작되기 300여 년 전에 “일치의 정신”(34과)이 표준설교에 들어간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웨슬리의 표준설교는 수십 가지로 나뉘는 교리 전반을 세세하게 다룬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안으로 충실하게 하며 밖으로 용기 있게 펼치는 데 주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설교는 구원의 초입에 해당하는 “믿음에 의한 구원”(1과), “믿음에 의한 칭의”(5과),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6과) 외에 성령의 증거와 신생의 표시, 그리스도인의 완전에 해당하는 설교가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44개의 설교 중 3분의 1에 가까운 13개 설교(16-28과)가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에 관한 것이다. 이 점에서 웨슬리는 바울 서신에 기초한 루터의 믿음 위에 마태복음의 산상설교에 기초한 사랑의 성화를 강조함으로써 기독자의 삶의 완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율법에 대한 설교(29-31과)에서 웨슬리는 그리스도께서 속죄를 위해 수행하신 대제사장의 직분만이 아니라, 예언자와 왕의 직분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분의 삶을 설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웨슬리에게 믿음이란 ‘사랑의 시녀’이다. 믿음의 영광은 자신이 사라질 때까지 사랑을 시중드는 데 있다. 올바른 믿음은 사랑을 강화하기에, 그가 말하는 기독교는 믿음을 전제로 한 사랑의 종교이다. 따라서 마음에 율법이 세워지는 것은 곧 마음에 사랑이 세워지는 것이다.
그 외에도 웨슬리는 후반의 설교 “방황하는 생각”, “사탄의 계획”, “광야의 상태”, “여러 가지 시험으로 인한 근심”, “자기 부인”, “험담의 치료”를 통해 성도의 마음, 감정과 생각, 말과 행동에 일어날 수 있는 세세한 동요와 불안까지 염려하고 다독거린다. 현대적 의미의 치유적 상담가로서의 목회적 돌봄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교재만이 가지는 간과할 수 없는 장점은 말씀 나누기 후에 늘 따르는 성찬 관련 내용이다. 종교개혁자들이 하나같이 말씀과 성찬을 공히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개신교에서 성찬이 경홀히 여겨지고 있는 사태는 안타까운 일이다. 웨슬리는 “성찬을 규칙적으로 시행해야 할 의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기도 했다. 이 교재에는 “은혜의 수단”(12과)이라는 제목으로 성찬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성찬은 로고스인 말씀이 우리 마음과 몸, 즉 삶으로 스며들고 육화되는 시간이다. 예수께서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라 명하지 않았는가. 성찬을 통해 말씀이 머리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위와 장을 통해 손과 발 끝까지 전해져 마침내 하나님의 형상을 온전히 회복하고, 그리스도에게서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을 보며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온전한 성찬의 참여와 나눔은 웨슬리가 독특하게 강조하는 영적 감각을 활용하는 장이다. 웨슬리는 하나님으로부터 태어나는 순간 모든 감각기관에 총제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만물 안에 계신 하나님을 볼 수 있게 된다. 영적 감각을 회복하고 훈련하여 신성한 것, 보이지 않는 것을 영적 오감을 통해 민감하고 섬세하게 보고, 맛보고, 흠향하고, 접촉함으로써 하나님을 생생하게 마음 안에 모시게 된다. 여기서 생기발랄하게 살아 있는 싱싱한 마음의 종교가 탄생한다. 이렇게 웨슬리는 우리에게 과거가 아니라 지금, 지금의 생글생글한 구원, 지금 우리가 성령 안에 거하는 살아 있는 성전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원래 웨슬리의 설교문은 이 교재에 실린 것보다 길고, 역사적 거리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이 교재는 중요한 부분을 선택하여 실었기 때문에 요점이 분명하게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번역 또한 기존 설교전집의 매끄럽지 못한 말투를 바로잡아 술술 잘 읽힌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준설교 44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설령 그중 몇 개를 빼는 한이 있더라도–오늘날 신앙적으로 더 시의성이 있는 설교, 예를 들어 “하나님의 포도원”, “결혼 예복에 대하여”, “우주적 구원”, “새로운 창조” 등의 설교가 포함되었으면 훨씬 더 좋은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끝으로 이 교재가 교회 공동체는 물론 여러 웨슬리안 신학대학의 영성 교재로 채택되기를 바란다.


이세형 | 드루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도의 신학』 외 세 권의 저서가 있으며, 『하나님-세계의 미래』 외 20여 권의 조직신학 관련 책을 번역하였다. 1998년 이후 2018년까지 협성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으며 2018년 이후 목회상담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9년 11월호(통권 7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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