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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9년 11월호)

 

  종교의 자유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읽다
  이진구의 『한국 근현대사와 종교자유』모시는사람들, 2019

본문

 

근현대 종교의 역사를 종교적 차원은 물론 정치사회적 차원으로 폭넓게 조망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시대별 종교 사건을 중심 주제로 다루면서도 ‘종교의 자유’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한국 근현대사와 종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는 또 하나의 ‘한국 근현대 종교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한국 근현대 종교가 ‘종교의 자유’라는 이념적 무기를 통해 국가권력의 통제와 규제에 대해 어떻게 저항하며 자신을 보호해왔는가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그것을 구조적으로 유형화하는 작업까지 하고 있다. 또한 개항기에 강제로 수용된 종교자유 개념에서 출발하여 일제하의 종교교육과 신사참배, 군사정권의 산업선교와 병역거부, 그리고 종교법인법 제정 문제, 민주화 이후 성시화와 템플스테이, 종교평화법, 미션스쿨의 종교교육, 백투예루살렘 운동, 안티기독교 운동까지 그간 일어났던 한국 근현대의 중요한 종교 문제를 망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한국의 법적・제도적 종교 문제들을 살펴보는 데도 충분히 일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
언급했듯 이 책에서는 먼저 종교자유 문제의 역사적인 변천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논지를 정리하자면, 개항기에 종교자유 담론은 주로 서구의 천주교와 개신교의 선교 활동을 보장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과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종교단체법을 제정하려는 식민권력에 대해 종교의 자유라는 선교 권력을 가지고 저항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군사정권하에서는 진보적 개신교 진영의 선교의 자유 담론과 정부 관료의 정교분리 담론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선교’라는 개념과 그 한계에 관한 논쟁점을 다루고 있다. 이어서 민주화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와 미션스쿨의 종교자유가 우리 사회 공론의 장으로 떠올라 종교의 자유가 개인의 양심의 자유와 연결되었으며, 이 시기부터 공직자의 종교자유 문제를 비롯하여 시민단체의 종교법인법 제정, 보수 개신교 진영의 해외선교, 반기독교 진영의 안티기독교 운동과 관련해서도 종교의 자유가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이 책은 국가와 종교, 개인과 집단을 고려해 종교자유의 문제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그와 관련된 종교자유 담론의 성격을 살펴보고 있다. 첫째 유형은 국가의 일반 법규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과 충돌하는 경우이다.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와 해방 이후 종교적 병역거부와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때 종교자유 담론은 종교의 기능과 그 정의의 정치학으로 작동한다. 둘째는 국가가 제정한 종교 관련 법안이 종교단체의 자율성과 충돌하는 유형이다. 예를 들어 종교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종교법 제정과 같은 문제가 여기에 속한다. 이때 종교자유 담론은 종교단체의 선교자유 담론으로 작용한다. 셋째는 종교단체가 타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유형이다. 일제하의 종교교육이나 해방 이후의 미션스쿨, 해외선교 운동인 백투예루살렘 운동, 도시산업선교와 같이 종교계의 기관선교가 국가의 법질서나 타인의 종교자유와 충돌하는 경우인데, 이때 종교자유 담론은 종교와 교육의 분리와 선교자유의 개념 확장을 이용한다. 넷째는 공직자의 종교자유가 정교분리 원칙과 충돌하는 유형이다.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활동, 성시화 운동,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개신교 공직자들의 아비투스(habitus) 등과 같은 문제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때 종교자유 담론은 타인의 종교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책의 저자는 이 네 유형의 내용과 성격이 사회적・시기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각 유형이 시대별로 어떻게 자신의 모습을 빚어나갔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와 한계를 간단하게 짚어 보자. 이 책은 종교의 자유를 추상적으로 논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종교자유의 문제가 발생한 시기별 특성과 더불어 구조적 측면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종교자유 문제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 기독교의 해외선교 문제라든가 안티기독교 운동을 종교자유 문제로 묶어서 처리한 것은 ‘한국 근현대 종교사’로서의 의미를 한층 더해준다. 또한 백투예루살렘 운동의 기반이 되는 복음의 서진 신화와 예루살렘 행진으로 대변되는 땅밟기 의례, 그리고 세계 선교 지형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려는 민족적 욕망을 가감없이 설명하고 있고, 기독교 지도자의 도덕적 타락, 공세적 선교, 전통문화와 전통종교에 대한 폄하, 현대과학 및 대중문화의 무시 등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시민단체들의 안티기독교 운동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기독교는 민족문화를 수용한 기독교 민족주의나 합리성을 수용한 기독교 휴머니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까지 제안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의 종교자유 문제를 각 시기별로 정리하여 그 성격과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형화하였으며, 종교자유의 정치학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하여 근대 이후 종교활동을 제한하려는 국가권력, 종교활동을 확대하려는 종교권력, 사회의 공익성과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시민권력의 상호 역동성을 잘 표현하였다. 초기에는 소수종교의 선교자유를 보장하려던 종교자유가 우리 사회 종교세력이 성장하면서 국가권력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작용한 것이나, 거대 종교권력의 선교 방편이나 자기 이해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잘 진단하고 있는 점 등은 종교의 자유를 평생 화두로 삼은 저자가 아니면 쉽게 발언할 수 없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종교자유에 대한 학계의 연구는 개별 사안을 중심으로 연구되거나 국가와 종교, 종교와 정치라는 거대담론 속에서 연구되었다. 때문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종교자유 담론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종교자유 문제에 대한 전반적 성격과 특성도 잘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은 종교자유의 선험적 본질과 의미에 대한 추상적 논의보다는 누가 어떤 맥락에서 누구를 상대로 종교자유를 내세우며, 그 담론의 효과가 무엇인가를 추적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각 주체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종교자유의 규범과 이상을 활용하는, 이른바 각 주체들의 권력투쟁의 장(場)으로서의 ‘종교자유의 정치학’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보고자 한 것은 이 책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이자 독특성이다.
그러나 이 책이 온전한 ‘한국근현대종교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하나는 종교의 자유가 가지는 한계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의 서술의 틀이 된 종교의 자유라는 렌즈와 종교자유의 정치학에서 생기는 한계의 문제이다.
해방 이후 종교의 자유는 민족분단의 과정과 그 분단체제를 경계짓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종교의 자유문제를 논한다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방 이후의 좌우대립과 민족분단 과정에서 월남한 종교인과 북한의 종교탄압 상황은 남한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제였고, 종교자유 담론이 반공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탈냉전의 시대인 지금도 민족통일보다는 분리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종교자유의 정치학은 국가권력과 직접 관계되므로 정교분리 원칙과의 관계를 좀 더 비중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종교의 자유는 정교분리에 기반한 근대국가에서 작동하며,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는 하나의 사회권력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자유만을 고려할 경우 법적・제도적 성향이 강한 기독교 문제만 분석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종교자유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독교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자기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려면 한국적 상황의 정교분리 방식을 고려하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보완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종교자유의 정치학에는 종교에 대한 통제와 협력을 지향하는 국가권력, 종교단체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종교권력, 개인의 기본권을 지향하는 시민권력, 이 3자 간의 역동성 속에서 종교권력의 위상과 향방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종교자유의 담론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 책은 종교자유의 문제를 주로 국가권력과 종교권력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고, 시민권력은 민주화 시대 이후의 변수로만 거론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국가권력의 정당성에 따라서 종교자유 담론에 대한 평가가 좌우될 수 있다. 또한 민주화 이후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시민세력의 시각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민주화 이후 확대된 시민권력은 국가에는 민주적 평등과 소수자의 인권을, 종교권력에는 타종교의 존중과 사회 공익성을 강조한다. 이런 시민권력의 양면적 주장을 좀 더 분명하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남겨놓은 과제들이다. 먼저 종교자유 문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모한다. 종교자유의 담론도 그것에 대응하여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는 종교의 자유만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종교차별금지법을 주장할 정도로 종교의 평등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제 종교집단의 권리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권리도 보호해야 하고, 종교시장에서 각 종교의 선교자유 충돌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종교의 자유에는 원천적으로 종교 간 평등의 개념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의 자유에 관한 성찰이 더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종교의 정치학만이 아니라 종교의 문화학도 필요하다. 정치가 사회 발전을 위한 권력배분의 문제를 다룬다면, 문화는 공동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다룬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를 논할 때에는 공동체의 문화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종교의 자유는 개인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에서 출발하여 신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거쳐 선교의 자유와 종교단체의 자유로 이어지고 있지만, 공동체의 삶의 방식이나 문화의 정체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독교가 한국의 주류 종교가 된 이상, 종교의 자유를 무기로 하여 자신의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한국 공동체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한국적 기독교로서 적합한 종교자유 개념이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윤승용 |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감신대 강사, 문화공보부 종무실 종무담당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전문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 『한국 신종교와 개벽사상』 등이 있다.

 
 
 

2019년 11월호(통권 7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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