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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9년 10월호)

 

  ‘세계’ 기독교 변혁의 가장 큰 동력, 오순절 운동의 모든 것
  앨런 히튼 앤더슨의 『땅끝까지』(손승진 역) 대한기독교서회, 2019

본문

 

‘세계 기독교학’(Study of World Christianity)이라는 이름의 학문이 있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서양 기독교 학계, 특히 역사학계와 선교학계의 연구 동향에 극적인 변화를 주도하며 오늘날 다른 학제와의 상호 연관성 속에서 하나의 독립 영역을 확고히 구축한 학문 영역이다. 이 학문은 1990년대 이래 에든버러의 앤드루 월스(Andrew Walls)와 최근 작고한 예일의 라민 사네(Lamin Sanneh)를 중심으로 신학,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종교학, 지리학 등 인문학 전반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다. 1990년대 이래, 서양의 대학과 신학교에서는 과거 ‘선교학’(mission studies 혹은 missiology) 또는 ‘타문화학’(intercultural studies)으로 명명되던 전공 명칭이 ‘세계 기독교’(world christianity 또는 global christianity) 전공으로 바뀌는 현상이 보수적인 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거의 확고한 흐름이 되었다.
세계 기독교학이라는 새로운 학과 및 분야의 등장은 20세기 전 세계 기독교계에 일어난 변화를 반영한 불가피한 결과였다. 여러 통계에서 자주 인용되어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1945년 이후 기독교는 문자 그대로 ‘세계’의 기독교가 되었다. 과거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세계사’ 과목이 실제로는 세계사가 아닌 ‘서양사’에 지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1945년 이전까지는 기독교 역사의 중심도 여전히 서양이었다. 학문으로서의 세계사 또한 20세기 말까지 여전히 서양 중심이었다.
그러나 1945년 이후 ‘세계 기독교 무게 중심의 남반구 이동’이라는 명제가 등장했다. 기독교의 세계 선교는 16세기 이후 서양 가톨릭의 세계 선교, 18세기 이후 개신교의 세계 선교가 시발점이었다. 서양 교회가 펼친 세계 선교운동의 최전성기인 186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선교적 노력이 이어진 결과, 1945년 이후에는 비서양 선교 지역의 기독교인 비율이 선교 모국인 서양 지역 기독교인 비율을 넘어섰다.
21세기가 한참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기존에 ‘기독교 국가’라 불리던 유럽과 북미, 오세아니아 등의 주요 역사적 기독교 세계(historic christendom)에서, 형식적 국교 여부와 상관없이, 기독교는 더 이상 중심이 아닌 주변부 집단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유럽과 북미 지역이 급격한 세속화와 다원주의로 인해 탈기독교 세계(post-christendom)가 된 것과는 달리,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일부 아시아에서 기독교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바로 이러한 현상 때문에, 또한 새로운 밀레니엄 전후로 이 신생 기독교 세계에 등장한 학자, 선교사, 목회자, 부흥사, 활동가들의 활약 때문에, 오늘날 기독교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종교가 되었다.
세계 기독교의 이런 변화와 흐름을 이른 시기에 읽어낸 선구적 학자들에게는 양과 숫자에 근거한 단순 통계를 넘어서는, 비서양 기독교의 고유한 특징을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였다. 많은 학자들은 이 신생 기독교를 독립, 현지화, 토착화, 문화화라는 선교학의 주요 코드로 읽어냈다. 비서양의 기독교는 한편으로 서양의 주류 기독교와 공명하는 ‘보편적’ 기독교의 특징을 지니면서도, 역사상의 모든 지역별 기독교가 그랬듯, 현지 언어와 문화, 기존 종교와의 접촉 속에서 나름의 ‘독특한’ 얼굴을 갖게 되었다.
이런 독특성과 고유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자들은 비서양의 기독교가 18세기 이래 서양 세계관의 공통 유산인 계몽주의적 합리주의 혹은 자연주의와는 달리, 초자연주의, 체험주의, 감성주의, 공동체주의 등 초대교회의 특징을 오히려 더 잘 반영한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유산이 1906년 이래 서양 기독교 세계에서 등장한 오순절 운동과 맥락이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비서양 기독교를 오순절 운동이라는 키워드와 연결해서 파악하려는 시도는 이런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땅끝까지: 오순절주의와 세계 기독교의 변화』를 쓴 앨런 히튼 앤더슨(Allan Heaton Anderson)은 별개로 연구되던 세계 기독교학과 오순절학을 연결시켜, 20세기 이후 세계 기독교의 오순절적 특징을 학계에 널리 알린 저명한 학자이다. 앤더슨은 월스와 사네를 비롯한 세계 기독교학의 1세대 학자들이 1990년대 초 학계에 세계 기독교 연구의 새로운 동향을 소개할 당시 배출한 첫 제자군에 속한다. 그의 선조들은 영국 런던선교회(LMS) 소속으로 19세기 중반 이래 영국령 남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선교사들이었다. 앤더슨은 4대째 선교사 집안의 후손이다. 그는 오늘날 독립국가인 짐바브웨와 잠비아에서 자랐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부하며 1992년에 남아프리카 오순절 운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는 영국 선교학의 중심지 중 하나인 버밍엄 셀리오크대학(Selly Oaks Colleges)에서 가르치다, 이 학교가 버밍엄대학으로 합병되자 1999년 이래 이 대학에서 선교학과 오순절학을 전문으로 가르쳤다.
한국에서는 ‘오순절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그러나 오순절학은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서양 학계의 신학 및 역사학 내에서 나름의 상당한 발전 과정을 거쳤다. 연구 성과의 대부분은 미국 하나님의 성회 등 주요 오순절 계열 교단에 소속된 학자들이 자신들의 역사적 유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킨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오순절 운동이 190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아주사 스트리트(Azusa Street)에서 일어나 선교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미국 기원설을 주창했다. 이 견해가 널리 수용되면서 많은 이들의 뇌리에 오순절 운동과 교회는 미국산(Made in America)이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1992년 이래 앤더슨은 그의 스승인 네덜란드계 남아프리카 학자 월터 홀렌버거(Walter J. Hollenweger)와 함께 오순절 운동의 다중 기원설을 주창해왔다. 즉, 오늘날 전 세계 기독교인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다양한 유형의 오순절 기독교의 기원이 1906년의 아주사 하나만이 아니라, 1906년 전후에 웨일스,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탄생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이 1990년대 초반에 처음 제기되었을 때에는 상당히 낯선 이론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비평적인 학문 활동을 하는 학자 대부분이 널리 공감하고 수용하는 정설이 되었다. 이런 결론은 전 세계에서 탄생하고 성장하고 여러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기독교의 세계적 맥락뿐 아니라, 여러 지역별 상황을 충분히 읽는 과정을 통해 도출되었다. 즉, 세계 기독교학이 등장함으로써 오순절 운동이 미국에서 출발한 운동이 아니라 세계적인 운동이라는 합당한 판단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각 지역별 기독교 현상을 세계적 맥락에서 읽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앤더슨의 『땅끝까지』의 한글 번역서가 가진 특징과 유익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 책은 앤더슨의 약 30년에 걸친 오순절 연구의 최종 결실이다. 2012년에 나온 원서에서 앤더슨은 자신이 40년 이상 오순절 교인이었고, 20년 이상 오순절 신학을 공부했으며, 23년간 오순절 교회의 목회자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 책 이전에 이미 앤더슨은 오순절 신앙의 세계적 맥락을 강조하는 여러 권의 책으로 세계 학계에 자극을 준 바 있는데, 이 책은 자신 및 다른 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성과를 종합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둘째, 오순절학이 다루는 주제의 광범위함을 알려준다. 이는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다. 공식 등장 이전의 전조, 다양한 기원과 조직, 선교와 이주, 여성과 가정, 성경과 공동체, 순복음, 변혁과 독립, 은사와 믿음, 설교자와 기업가 등의 소제목은 오순절 운동이 지닌 포괄성과 다양성을 알려준다. 사실 이런 주제들은 오순절 운동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신앙 운동이 어떤 주제들과 연관되어 연구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준이기도 하다.
셋째, 내부자와 외부자의 맥락이 통합되어 있다. 앤더슨은 오순절 내부 인사로서의 공감을 토대로 내부자가 아니면 알아채기 어려운 미묘한 요소들을 읽어내는 동시에, 일급 학자로서 외부자가 지녀야 할 객관적 비판 정신을 절묘하게 유지한다.
넷째, 번역의 완성도가 높다. 역자 손승진은 버밍엄대학에서 앤더슨의 지도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은 학자이며, 현재 북중미 지역 오순절 계열의 교회와 신학교에서 선교사와 교수로 활약하고 있는 현장 사역자이기도 하다. 번역자는 저자의 의도를 세밀하게 파악할 뿐 아니라, 전 세계 오순절 운동의 복잡한 지형도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학자로서 그 실력을 정확한 번역으로 유감없이 과시했다.
따라서 이 책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오순절 교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에 걸맞은 객관적 연구 성과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 학계에 이 주제를 새롭게 주목하도록 돕는 도약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근 | 교회사/선교학을 전공하였다. 저서로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종교개혁과 정치』 등이 있다.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겸임교수이며, 광교산울교회 협동목사로 일하고 있다.

 
 
 

2019년 10월호(통권 7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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