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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9년 4월호)

 

  ‘한국 기독교 역사’라는 퍼즐의 완성에 기여한 역작
  송현강의『미국 남장로교의 한국 선교』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18

본문

 

우리나라 초기 개신교 선교 역사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다. 1885년 이후 차례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장로교 계열 네 선교회는 몇 차례 분할협정(comity agreements)을 통해서 한반도 각 지역을 선교지로 할당받았다. 가장 먼저 선교를 시작한 데다, 인적・물적 자원도 가장 풍부했던 미국 북장로회는 정치, 경제 및 선교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서울, 경기도, 평안도, 황해도 북부, 경상북도를 차지하면서 선교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 후발주자로 들어온 세 선교회는 대체로 변방으로 불리는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캐나다 장로회는 함경도에, 호주 장로회는 경상남도에, 미국 남장로회는 호남 지방에 자리를 잡았다.
특이하게도, 우리가 보기에 권력 관계에 의해 변방으로 밀려난 듯한 인상을 주는 이런 지역 할당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선교회나 호주 선교회, 남장로회 선교회가 이 분할협정을 불평하는 내용의 문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들 소위 ‘변방’ 선교회 소속 선교사들은 할당받은 선교구역이 각각 자신들의 출신 지역과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환경적으로 비슷한 곳이라 여기며 이를 반기는 내용이 문헌 곳곳에 등장
한다.
자신들이 할당받은 선교구역을 자신들의 새로운 고향, 제2의 고향으로 생각했던 선교사들이었기에, 당연히 이들은 열과 성을 다해 자신들의 사명이라 믿은 선교활동에 열의를 다했다. 각 지역에 교회와 학교, 병원, 약방, 고아원, 한센병 치료공동체, 서점을 세워서 복음을 전하고, 학문과 교양을 가르치고, 환자를 치료하고, 글을 가르치며, 악습과 미신에도 맞섰다. 그들이 활동한 곳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변방으로 멸시받던 곳이었고, 그들이 함께한 이들도 지방(地方)이나 시골 출신이라며 대개 업신여김 당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문헌을 통해 살펴본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활동 무대의 변경성과 탈중심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열등감을 표출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이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가졌다.
선교사들의 이런 자긍심과는 달리, 한국 기독교 역사 연구에서 변경성과 지방성은 분명한 현실이다. 새천년 들어 학계에서 지방의 교회사 및 선교 역사를 연구하는 몇몇 학자들이 등장했고, 그들이 생산한 연구문헌도 많아졌다. 그러나 한국 교회사에 서울(경기/인천)과 평양(서북) 집중 현상은 여전하다. 서울 등 수도권은 기독교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외교와 문화 등 모든 영역의 중심이었으며, 평양 등 서북은 정치 및 문화에서는 변방이지만 기독교의 성장과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중심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에 대한 연구에서도 이런 중심성과 변방성의 분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 땅에서 활동한 외국 선교회에 대한 연구에서도 이런 차이가 분명하다. 주로 최초이자 최대인 미국 북장로교와, 같은 이유로 미국 북감리교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그 외 선교회에 대한 연구는 지지부진했다. 전술한 대로 각 지방에 소재한 대학과 연구기관, 교회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향토사 및 지역사 차원에서 연구문헌을 펴내는 활동이 최근 활발해졌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 파편적이고 부실하다. 이런 점에서 한남대 인돈학술원의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한국기독교역사학회 회장(2019년)으로도 활발히 활약하는 저자 송현강이 펴낸 『미국 남장로교의 한국 선교』는 의미심장한 연구서이다. 이 연구서가 학계에 남긴 기여를 다음 몇 가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 책은 ‘종합적’이다. 저자는 남장로교가 1892년에 이 땅에 처음 발을 내디딘 후 호남 지방을 중심으로 선교에 착수한 이후부터 해방 후 1960-70년대에 대전에 한남대학을 세워 경영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즉, 남장로회 한국선교회가 차지한 시공간 역사의 일부만이 아니라, 시작부터 종반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전체, 또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전북에서 시작해 전남을 거쳐 해방 후 충남에 진출하기까지의 ‘공간’ 전체를 다루었다. 이로써 남장로교 한국 선교의 거의 전 역사를 연구 범위로 삼아 촘촘히 기술했다. 한국 기독교 역사 연구에서 (함경도, 만주, 경남보다는 낫지만) 비교적 소외된 지역이자 선교회인 호남 및 남장로교 선교회를 종합적으로 연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차후에 연구되어 출판될 다른 남장로교 및 호남 선교 관련서들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한국인’이 쓴 첫 종합적 단행본이다. 지금껏 남장로교의 한국 선교 역사를 다룬 문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당 선교회 소속의 선교사이자 학자인 조지 톰슨 브라운(G. T. Brown)이 선교회 공식 역사서를 지향하며 쓴 『한국 선교 이야기: 미국 남장로교 한국 선교 역사(2010)』(Mission to Korea, 1962)가 있었다. 남장로교 역사만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남장로교 소속 선교사로서 남장로교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은 마르다 헌트리(Martha Huntley)의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2009)』(To Start a Work: The Foundations of Protestant Mission in
Korea, 1884-1919, 1984)도 있었다. 애나벨 니스벳(Anabel Nisbet) 선교사가 수기처럼 쓴 역사서도 있고, 소피 몽고메리 크레인(Sophie Mont-gomery Crane) 선교사가 쓴 남장로교 의료선교 역사서도 있다. 또한 한국인 저자가 쓴 소논문 및 학위 논문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이 쓴 본격적인 종합적 단행본 연구서는 이 책 이전에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 책은 2008년 이후 한남대 인돈학술원에서 매년 주최한 ‘인돈학술 세미나’에서 발표된 연구논문 대다수를 참고하고, 그 성과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이 주제에 관한 최신 ‘한글’ 연구서라는 위상을 갖추었다.
셋째, ‘실증적’이다. 저자는 1차 사료를 충실하고 꼼꼼하게 읽고 검토한 후, 적절히 인용하며 사실을 기술한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개인적인 해석도 최소화하는, 문헌에 근거한 실증적인 글쓰기를 보여준다. 따라서 실증적이고, 사료 중심적이고, 객관적이고, 남장로교 선교 역사 전체를 종합적으로 기술했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교과서로 쓰일 만하다. 심지어는 남장로교 관련 사건과 인물, 기관 등,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압축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백과사전 기능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면도 분명 있다. 이는 전술한 장점의 이면이다. 연구가 실증적이라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지나치게 냉정하게, 즉 데이터와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이 분야에 사전 지식이나 특별한 애정을 가진 연구자가 아니라면 읽기에 지루할 수 있다. 생동감 있는 내러티브나 해석, 논쟁에 대한 소개가 많지 않기에,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에게는 글을 읽는 재미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선교회의 및 선교사 자료 등 원전 사료(1차 자료)에 근거한 본문 기술은 내용의 신뢰성을 담보하며, 또 최신 연구논문 자료를 많이 인용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단행본으로 나와 유통되고 있는 선교사들(예컨대 브라운, 헌트리, 니스벳, 크레인 등)의 저술 및 영어 등 외국어 문헌을 많이 활용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 장이 대전 선교지부와 한남대학에 대한 1970년대 중반까지의 정보를 기술하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끝나버린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한국에서 남장로교 선교부가 철수하고, 이후 미국에서 북장로교와 남장로교가 통합하는 1983년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10여 년간의 내용을 추가했다면 더 완성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발표된 최신 논문들을 충실히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참고문헌에 따르면, 이 저술에는 2016년 이후의 연구 성과는 누락되어 있다. 물론 이후의 연구 성과와 새로운 관점을 반영한 연구는 다른 이들의 몫일 것이다.
이런 소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한국 기독교 역사라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하지만 변방으로 취급받으며 무시되어온 아주 중요한 퍼즐 몇 조각을 그 조각들이 들어가야 할 바로 그 자리에 끼워 넣는 어려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재근 | 교회사/선교학을 전공하였다. 저서로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종교개혁과 정치』 등이 있다.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이며, 광교산울교회 협동목사로 일하고 있다.

 
 
 

2019년 4월호(통권 7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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