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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9년 2월호)

 

  예배학의 기초가 되는 의례의 사회과학적 이해
  네이선 D. 미첼의 『예배, 사회과학을 만나다: 예배 연구의 새 지평』 안선희 옮김, CLC, 2018

본문

 

예배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 지도교수 한 분이 필자에게 학위 논문을 위해 반드시 의례 연구(Ritual Studies)에 관한 수업을 듣고 그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하셨다. 당시 한국과 미국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포함하여 10여 년간 신학 공부에 매진하여 마치 산 정상에서 신학의 모든 분야를 조망할 능력을 가진 듯 교만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 상태였는데, 듣도 보도 못한 ‘의례학’이란 도대체 무슨 학문인가 투덜거리며 불편한 마음으로 의례학 수업을 듣기 시작한 경험이 있다. ‘하나님에 관한 언어’인 신학이 학문으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일은 자연과학을 포함한 인문, 사회, 예술 등의 분야와 ‘상호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실천신학의 한 분야인 상담심리학이 심리학과의 관계에서, 기독교교육이 일반 교육학과의 상호 관계에서 자신의 학문성을 정립해야 하는 것 같이, 예배학 역시 사회과학을 만나 학문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례 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 기초학문이라 말할 수 있다.
네이선 미첼(Nathan D. Mitchell)은 『예배, 사회 과학을 만나다: 예배 연구의 새 지평』(Liturgy and the Social Sciences)에서 의례 연구를 통해 기독교 예배에 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 구조적으로 보면 저자는 제1장에서 예배와 의례 연구의 뿌리를 설명하고, 제2장에서는 고전적 견해에 대한 비평 내용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제3장에서는 의례와 예배 연구의 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제1장에서 미첼은 우선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밝힌 의례에 관한 고전적 이해에 관하여 소개한다. 특히 로이 라파포트(Roy Rappaport)가 의례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인 ‘규범’(canon)이라는 용어를 원용하면서 의례는 규범적인 것으로 이해되었고, 여기서 ‘규범적’이라는 말은 상징적이고, 지속적이며,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의례의 고전적 이해에서 경험되는 궁극적 실재는 참여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의례 상징들을 통해 전달되는 궁극적 실재에 관한 메시지는 주어진 것으로서 찾아지거나 발견된다고 말한다. 의례에 관한 이러한 이해는 로마가톨릭의 ‘고교회파’ 예배학자들과 일치된 견해라고 덧붙인다.
제2장에서 미첼은 로널드 그라임스(Ronald Grimes), 데이비드 커처(David Kertzer), 탈랄 아사드(Talal Asad)를 인용하면서 의례에 관한 고전적 이해에 관한 비판적 견해를 제시한다. 미첼은 오늘날 반의례주의적 경향이 문자 그대로 의례주의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종류의 상징체계를 다른 체계로 바꾸어 선택하여 신뢰를 잃은 옛 상징들을 새롭고 향상된 형태로 대체한 것이라 주장한다. 데이비드 커처를 인용하면서 설명하기를, 의례에 관한 고전적 이해에서 의례는 형식을 갖춘 것, 집단적・전통적・반복적・불변적・상징적・규범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되었으나, 의례의 새로운 이해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며, 공동의 종교적 신앙이 없어도 구성원의 연대를 확인해주고, 가족과 같은 보다 작은 집단들을 민족적・문화적으로 연결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의례는 사회적 변화를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새로운 의례의 구체적인 예증으로서 저자는 ‘AA 모임’(Alcoho-lics Anonymous)의 12단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새롭게 출현하는 의례의 전통은 독창성, 변화, 다양성이라는 특징이 있고, 이는 사회적・정치적・종교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이 아니라 특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며, 전통적인 고교회파의 이해와는 달리 몸의 독창적・인식적・비판적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한다. 저자는 빅터 터너(Victor Turner)를 새롭게 이해해야 할 당위성을 강조한다. 터너의 주요 사상인 경계성(liminality), 커뮤니타스(communitas), 사회적 드라마(social drama)는 고전적 의례 이론가들이 의례를 정적・구조적・보수적으로 이해한 것으로부터 흐르고, 변화하며, 체제 전복적인 것으로 의례를 재창안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고 설명한다.
의례는 주요 범주, 문화적 과정의 모순을 드러내며, 변화를 가져오는 수행(performance)이라는 터너의 주장은 이전에는 결코 시도된 적이 없는 시도로서, 의례적 행위를 일종의 정치학으로 이해한 캐서린 벨(Catherine Bell)의 의례 이해를 소개한다. 정치학적이고 과감한 의례 이해는 의미와 가치를 의례적으로 전유, 검토, 갱신함으로 ‘의미들’을 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하나의 ‘상징체계’라고 말한다. 나아가 저자 미첼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의례적 테크놀로지에 관한 범주를 사용하여 서구 수도원 생활의 종교의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탈랄 아사드(Talal Asad)의 의례 연구를 통해 이런 의례가 ‘상징체계’라는 이해에 관하여 보다 진전된 설명을 덧붙인다.
제3장에서는 아사드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중세 베네딕도 수도원의 의례는 의미의 산출을 목표로 하는 상징체계가 아니라 테크놀로지, 즉 습득된 능력 혹은 체화된 기술로 순종적이고 겸손하며 현명한 인간의 산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밝힌다. 몸은 더 이상 정신의 도구가 아니며 인간의 몸은 단순히 개인의 소유가 아닌 ‘한 정치적 장’으로 보는 푸코의 몸에 관한 근대적 재해석은 인류학이나 사회학과 같은 근대 인간 과학을 가능하게 하였고, 몸과 권력, 몸과 정치의 피할 수 없는 상호 작용을 새겨 넣은 방식으로 의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아사드는 『베네딕도 수도 규칙』에 나타난 수도원의 예전은 구현된 상징주의가 아니라 기독교적 덕목들을 습득하기 위한 필수적인 실행(practice)이고, 몸을 통하여 획득되고 해석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의례는 일차적으로 명백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위가 된다. 즉 사람은 겸손함에 관해 생각함으로써 겸손을 체득하는 것이 아니라, 의례적으로 체화된 행동(다른 이의 발을 씻기고, 눈물을 닦는 행위)을 통하여 겸손을 체득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례적 실행의 능력은 상징적 의미들의 매개가 아니라 몸의 행위의 능력이 된다.
미첼은 사회인류학과 문화인류학의 도움으로 그동안의 의례에 관한 연구가 가부장적, 유럽 중심적, 식민주의적 전제들에 의해 지배된 것을 발견해야 하고, 보편주의적 관점의 진술이 지닌 문제점, 연구의 전제와 관습들에 대한 비판의 필요성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첼은 연구의 결론으로서 의례와 권력의 관계에 대하여 “의례는 어떤 종류의 권력을 창출하고, 소유하고, 전달하며, 의례를 통해 표현된 종교적 권력은 종교적 진리를 어떻게 창출해 내는가?”에 관하여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의례의 권력이 고교회파 예배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역적이고 전략적이며 모호하며, 또한 일상적이고 가변적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의례는 종교적 특성인 신앙과 진리를 체현하나, 이는 더 일상적, 지역적, 모호한 방식으로 일어난다고 말한다. 또한 의례는 인간 문화의 산물이지만 단순하게 인간의 문화로 환원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례의 실천과 담론들의 역사적 조건인 계급, 제도, 이념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하며 역사, 문화, 사회가 의례 안에서 체화되어 지식을 산출하며 나아가 이런 과정에 사회적 규칙과 권력들이 어떤 실행 또는 실천을 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위해 지속적으로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과의 대화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예배학에 관하여 더욱 심도 있고 근본적인 연구를 위해서 의례 연구는 전공 학생과 학자들에게 필수적인 분야이다. 하지만 의례 연구는 아직 한국에서 인문이나 사회과학 내의 독립된 분야로 정착되지 않았다. 인간의 근본 행위로서 의례 행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예배학은 종교 간 이해와 인간됨의 이해 증진, 사회–문화–역사의 일반 학문과의 상호 연관에서 자신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번역서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격의 학술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의례 연구에 관한 기본적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예배학 연구의 기초학문으로 의례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인선 | 목원대학교 신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였고, 퍼킨스신학교와 시카고신학대학에서 예배학(Ph.D.)을 공부하였다. 예배와 언어, 예배와 삼위일체에 관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 목원대에서 예배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9년 4월호(통권 7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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