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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9년 2월호)

 

  요세푸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비그리스도인 증인
  박찬웅의 『초기 기독교와 요세푸스: 헬레니즘 시대의 유대교를 배경으로』 동연, 2018

본문

 

비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예수가 남긴 행적의 진실 여부를 떠나 아예 예수라는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신화 속 인물들처럼 예수는 성서 속에만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일 뿐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합리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뿐 아니라 저 옛날 과거에도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하여 사도신경 속에 들어 있는 한 줄, “본디오 빌라도 치하(under)에서 고난을 받으사”(“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는 표현은 고난을 가한 주체가 빌라도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다소 문제가 있는 번역이다.)라는 구절은 예수가 역사적인 인물, 즉 빌라도 치하에서 재판받고 사형당한 실존 인물이었음을 그들에게 분명히 밝히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의심은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기록이 성서 밖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과연 그렇게 세상을 뒤흔들었던 인물이, 또 지금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종교 중 하나를 촉발시킨 인물이 어떻게 당시 문헌들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요세푸스가 없었더라면 기독교는 지금도 이러한 의심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가 그리스도인이었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로마제국의 충실한 일원인 동시에 유대교의 충실한 신도였던 요세푸스의 증언이야말로 예수라는 존재에 대한 모든 의심으로부터 기독교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다.
신약성서의 저자들과 동시대에 살았던 요세푸스는 기독교의 생성과 발전을 가장 가까운 시공간에서 외부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물이다. 더구나 그는 유대인으로서, 그것도 단순한 유대교인이 아니라 유대교 3대 종파인 바리새파, 사두개파, 에세네파를 두루 통달한 유대인으로서 기독교 형성에 토대가 된 유대교 사상과 문화에 정통한 인물이었다. 사제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 또한 사제였으며 로마제국에 대항하여 유대전쟁에 참여한 장교 요세푸스는 종교와 정치 모두를 아우르는 당대의 엘리트였다. 바로 그가 예수에 대한 기록을 남겼고, 이로 인해 예수와 기독교는 성서 밖으로 걸어 나와 그 생생한 모습을 우리에게 남길 수 있었다. 『초기 기독교와 요세푸스』의 저자는 요세푸스의 중요성에 대해 학자 헹엘(M. Hengel)의 말을 빌려 설명한다. “요세푸스의 작품들이 보존되지 않았다면 유대인의 역사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신약성경의 역사적 배경에 관한 어떤 윤곽을 그리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기록이 단순히 예수의 실존 여부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세푸스가 기록하여 전하는 유대교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유대인들이 겪은 역사에 대한 세밀한 정보들은 그것을 배경으로 하는 신약성서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그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마가복음 13장에 예언된 예루살렘 성전 파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었을 것이며, 예수와 논쟁했던 바리새파와 사두개파에 대해서도, 세례 요한이나 예수와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에세네파 등에 대해서도 그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서에 자세히 묘사되지 않은 사건의 배경들, 예를 들어 세례 요한의 처형과 관련된 여러 사건과 인물, 역사적 정황에 대해서도 역시 알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가 헬레니즘 세계를 향한 변증의 목적으로 심도 있게 전한 유대교의 역사와 사상은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 사이의 갈등, 기독교의 발생과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의 평신도들은 이 중요한 요세푸스에 관한 풍부한 자료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요세푸스는 그저 학자들의 세계에서나 단편적으로 인용될 뿐이었고, 요세푸스와 그의 저작들을 평신도들에게 충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줄 신학자 역시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샘물과도 같다. 독일의 신약학자 게르트 타이센(Gerd Theissen) 아래서 요세푸스와 관련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귀국 후 현재 목원대학교에서 신약학 과목들을 강의하면서도 꾸준하게 요세푸스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왔고 요세푸스의 저서를 번역했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연구해온 요세푸스에 관한 여러 연구를 추리고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요세푸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 학자에 의한 정확하고 확실한 소개요 안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통한 저자의 관심이 단지 요세푸스라는 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자 가장 결정적인 장점이다. 저자의 궁극적 관심은 요세푸스라는 인물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역사 속 예수의 모습과 기독교의 첫 모습이다. 그리고 이 관심이야말로 신약성서의 세계, 즉 예수와 초기 기독교 시대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위하여 이 책이 줄 수 있는 도움의 근거가 된다. 저자를 통하여 우리는 마침내 요세푸스가 기록한 예수에 대한 묘사를 직접적이고 온전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그를 통하여 우리는 기독교 신앙의 세계를 보다 깊이 탐험할 기회를 얻게 된다.
내용 면에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요세푸스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거쳐 본격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요세푸스의 보도를 살펴보고, 예수의 삶에 대한 요세푸스의 관점과 누가문서(누가복음과 사도행전)를 중심으로 한 신약성서의 관점을 비교한다. 특히 1부 3장에서 다루어지는, “이 즈음에 예수라고 하는 한 현자가 있었다. 만일 그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로 시작하여 “그를 따라 그리스도인들이라고 명명된 그 종족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로 끝나는 예수의 삶에 대한 요세푸스의 보도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이 책 전체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아가 1부의 마지막에서 다룬 요세푸스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례 요한, 즉 그가 이해한 세례 요한과 세례 예식의 의미, 요한의 활동이 지니는 사회–정치적 해석에 대한 세밀한 분석은 성서에서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세례 요한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1부를 지나 2부에서는 기독교의 모태라 볼 수 있는 유대교로 시야를 돌려 헬레니즘 시대에 유대교가 맞게 된 위기와 대응, 그 속에서 성장하고 자리를 잡은 유대교의 모습 등을 다룬다. 책의 전반부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신약성서의 세계에 치중하고 있다면, 책의 후반부는 유대교의 역사를 통하여 기독교의 자리를 확인하는 좀 더 거시적인 시도 내지는 종교사적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요세푸스 자신의 주요 관심사를 반영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또한 유대교의 발전 과정을 통하여 기독교의 생성 과정과 그 성격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익하다.
고맙게도 저자는 전문적인 학문적 시도와 그 결과들을 난해한 학문 용어가 아닌 알기 쉬운 역사책의 언어로 설명해준다. 그리고 보다 깊은 학문적 연구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배려하여 각주를 통해 전문적인 설명과 자료를 더하였다. 저자의 책은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나아가 신약성서와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 배경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만큼 가독성도 좋다.
누구나 손쉽게 책을 내고, 그로 인해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로 인해 피로감마저 드는 저술의 홍수 시대에 이 책이 지니고 있는 긍정적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처한 입장이 2,000년 전 요세푸스가 처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책의 의미를 역설한다. 요세푸스는 자신이 믿고 있는 유일신과 자신의 종교에 대하여 적대적인 헬레니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종교와 신앙을 변증하기 위한 노력으로 일생을 보냈다. 로마에 투항한 변절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그는 이 사명을 하나님의 명령으로 이해했다. 그의 수많은 저작들은 결국 자신의 종교인 유대교를 헬레니즘 세계에 변호하고 이해시키려는 시도였다. 유대교를 그리스–로마 세계에 변증하려고 한 요세푸스의 상황은 지금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 더욱더 커진 비난과 혐오를 직면하여 신앙을 변증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는 저 옛날 요세푸스의 처지와 결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주제는 과연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역시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진경 | 신약학을 전공하였다. 협성대학교 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9년 2월호(통권 7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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