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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8년 10월호)

 

  세계 기독교의 성령론적 선교와 한국교회의 일치 선교
  금주섭 외 3인의 『에큐메니컬 선교학』 대한기독교서회 2018

본문

 

성금요일에서 부활절까지
에큐메니컬 선교학의 시발점부터 오늘날까지의 상황을 총망라한 이 책은 32명의 신학자들이 기고하고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의 총무인 금주섭 박사 외 3인이 엮은 것이다. 2016년에 발간된 영문판을 한국에큐메니컬학회 소속 학자 27명이 번역하여 2018년에 우리말로 출간하였다. 이 책은 총 949쪽에 이른다. 필자는 한국 에큐메니컬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책의 내용을 소개한 후, 특징을 분석하고, 한국교회 선교를 위한 몇 가지 보완점을 간략히 논의하려 한다. 우선 3부로 구성된 이 책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제1부는 ‘변화하는 지형과 새로운 선교개념’을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여기서는 먼저 명실상부한 에큐메니컬 선교 논의가 시작된 1910년 에든버러 세계선교사대회 8개 분과위원회의 보고를 비중 있게 분석한다. 뒤이어 1928년 예루살렘, 1938년 탐바람, 1947년 휘트비, 1952년 빌링겐, 1957년 아치모타에서 열린 국제선교협의회(IMC)의 각 대회의 선교 의제를 검토한다. 그리고 1961년 뉴델리 총회가 IMC와 WCC를 통합하고 CWME를 조직하여 선교와 교회 일치를 강화한 내용을 다룬다.
이후 CWME의 1963년 멕시코시티, 1972년 방콕, 1980년 멜버른에서 개최된 각 대회의 의제를 논의하고, 1982년에 생산된 선교문서인 “선교와 전도: 에큐메니컬 확언”을 자세하게 분석한다. 이어 1989년 샌안토니오, 1996년 살바도르 드 바이아, 2005년 아테네 및 2010년 에든버러 등에서 열린 각 대회를 다룬다. 마지막에서는 2012년 WCC 중앙위원회가 채택한 선교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Together Towards Life: Mission and Evangelism in Changing Landscapes, 이하 TTL)를 짧게 언급한다.
위에서 언급한 각 선교대회에서는 변화하는 선교 상황에 따라 주제를 정하고 통시적으로 핵심이 되는 선교 개념을 논의하였다. 이러한 선교 개념들을 CWME(IMC)가 분석하고 해석하여 선교문서 TTL을 작성하였다.
제2부는 ‘한 세기를 횡단하는 핵심 주제들’을 검토한다. 여기에는 위의 각 대회에서 논의한 여러 주제를 취합하여 공시적 관점에서 오늘날의 이슈들에 관한 16개 주제를 정하고 각 전문가가 논문 형식으로 이에 관하여 서술한다. 여기에서 다룬 16개의 주제는 전도, 교회와 선교와 일치, 예배, 치유, 문화, 다른 종교들, 육성, 제자직, 동반자 관계와 자원 나눔, 상황화, 변혁, 정의, 주변부, 환경, 젠더, 그리고 이주 등이다.
제3부는 TTL을 다양하게 분석한다. 분석에 앞서 먼저 TTL의 전문을 실어 소개하는데, 총 112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진 이 전문은 ‘선교의 성령: 생명의 숨결’, ‘해방의 성령: 주변부로부터의 선교’, ‘공동체의 성령: 움직이는 교회’, ‘오순절의 성령: 모두를 위한 복음’이라는 소제목으로 구분되어 전개된다. 그리고 TTL의 작성 과정과 내용을 분석하는 글이 이어진다.
다음으로는 이 선교 성명에 관하여 가톨릭교회, 정교회, 에큐메니컬 개신교, 복음주의파, 오순절주의파 등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교파별 평가를 다룬다. 또한 이 선교 성명을 동시대의 선교 문서인 가톨릭의 “복음의 기쁨”과 로잔운동의 “케이프타운 서약”과 비교한다.
그다음으로는 다양한 선교 지형에 따라 오늘날의 남반구, 북반구, 아시아, 태평양,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및 서구의 선교신학적 시각으로 TTL을 분석하고, 이러한 TTL에 대한 지식을 선교적 힘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선교적 육성을 논한다.
『에큐메니컬 선교학』은 몇 가지 시대적 특징을 갖는다. 첫째,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를 근거로 성령론적 선교를 제시한다. 온 지구적 피조 세계에서 이미 하나님은 창조하고 선교하고 있는바 성령은 현지인들과 동반자적 선교를 수행한다. 둘째, 지구적 파괴와 멸절 상황에 직면한 피조 세계가 생명선교의 영에 참여하여 생명 충만의 희망 속에서 살게 된다. 셋째, 지구적 문제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이를 세계 기독교와 타종교들의 공동 선교 과제로 인식시킨다. 넷째, 주변부로부터의 선교를 강조하여 사회경제적 약자를 선교 주체로 세우고 정의로운 변혁을 추동하게 한다. 다섯째, TTL은 상호 공속 관계의 선교[와] 일치를 통하여 이를 세계 기독교의 선교로 확산한다. TTL은 정교회, 가톨릭, 에큐메니컬 개신교, 복음주의 및 오순절주의 등의 선교신학을 통전하고 있다. 위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TTL에서 기독론 관점의 선교 진술이 약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지역 기독교인 한국교회 상황에서 『에큐메니컬 선교학』과 TTL은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일부 반에큐메니컬 교회는 TTL을 공식적 선교문서로 채택한 2013년 WCC 부산총회를 극렬하게 반대하였다. 이들은 1950년대 이후 형성된 반에큐메니컬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 주장의 대부분은 정치적, 사회적, 상황적 요인에 기인한 오해이다. 에큐메니컬 진영에서는 이들 교회에 대하여 해명할 필요가 있다. 먼저 논의할 신학적 주제는 종교 다원주의이다. 『에큐메니컬 선교학』의 TTL은 성령과 타종교의 관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우리는 다른 신앙 전통들 안에서 성령의 사역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생명을 주는 다양한 영성들 안에 고유한 가치와 지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 TTL 93
• 종교적 차원에서 대화는 우리보다 앞서서 사람들의 상황 속에서 그들과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만난다는 기대를 가지고 시작할 때만 가능하다. 하나님은 우리보다 앞서 그곳에 계신다.(행 17장) 그래서 우리의 임무는… 이미 그곳에 계신 하나님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다. — TTL 94
• 성령의 은사들 가운데 하나는 영분별이다. …우리는 죽음의 세력들과 생명의 파괴로 만연한 곳은 어디서나 악령들을 분별한다. — TTL 24
• 선교에서 성령의 역할에 대한 한 관점은 그리스도를 완전히 의존하는 성령을 강조한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지속적인 현존이며, 선교의 임무를 수행하는 그의 대리자로 이해된다. …성령론적 초점은 선교가 본질적으로 기독론에 근거하며 성령의 사역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관련된다고 인식한다. — TTL 16


위의 인용들에 의하면, 성령은 타종교의 지혜를 인정하며 또한 그 안에 있는 하나님을 증언하되 성령이 주는 영 분별의 은사를 통하여 생명을 파괴하는 악령들을 분별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대리자적으로 수행한다. TTL은 성령과 타종교의 대화적 관계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성립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여 종교 다원주의에 빠져들지 않는다.
한편, 에큐메니컬 운동을 반대하는 측에서 ‘공산주의자론’과 ‘가톨릭 통합론’을 펼치며 에큐메니컬 세력을 매도한 오해의 요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해소될 것이다. 이러한 오해들은 미국의 분열적 근본주의자들이 일부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또한 국내 반공적 독재 권력들이 이를 악용함으로써 심화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극단적 분열주의자들은 자체 분열로 그 영향력이 쇠퇴되었고, 국내 요인인 극단적 반공주의 상황도 변하여 평화와 통일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세계 기독교의 발흥이 교파/교회 간 협력을 진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복음주의자들이 변화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쇠퇴로 인하여 대사회적 태도가 변한 이들은 에큐메니컬 선교가 지향하는 변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선교적 교회’를 강조한다. 선교적 교회 논의는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하고 교회의 선교적 갱신을 주장한다. 이러한 복음주의자들은 통전적 선교를 강조하는데 이들을 에큐메니컬 친화자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컬 지평은 넓어지고 있다.
한국적 상황에서 『에큐메니컬 선교학』과 TTL이 제 기능을 하려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TTL이 여러 선교 항목을 산발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보다 집중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첫째, 분단 상황에서 좌우 갈등으로 인하여 상처를 입은 자들을 위한 치유와 용서와 화해의 선교를 다루어야 한다. 둘째, 남과 북의 분단 역사를 청산하려는 정의로운 평화와 통일 선교를 다루어야 한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도의 우선적 실천의 긴급성을 강조해야 한다. 넷째, 세속적 가치와 맘몬적 우상숭배에 빠져 대형교회적 성장주의에만 집착하는 사이비 한국교회의 재복음화 문제를 조명해야 한다. 다섯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과 기술, 디지털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및 유전자공학의 융합을 통하여 일어나는 한국 사회의 변화는 실직자 양산, 데이터교의 출현, 신으로서 인간(homo deus)의 대두 등이 예견되는바, 이는 인간 존재와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적그리스도와 공중 권세를 잡은 자들에 대한 영적 경각심을 갖게 하며 성령이 주는 영 분별을 은사를 통해 세계 기독교와 한국교회에 생명윤리 선교에의 참여를 요구한다.
전 지구적 선교 상황과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서 『에큐메니컬 선교학』과 TTL의 성령론적 선교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피조 세계의 생명 충만을 실현하는 현재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적절하게 제공해준다.

임희모 | 한일장신대학교 선교학 명예교수이다. 최근 저서로 『생명봉사적 통전선교: 동·동남아시아 중심』,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 선교』가 있다. 확대 가족공동체인 평화생명교회의 담임목사로 일하고 있다.

 
 
 

2018년 10월호(통권 7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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