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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당 (2018년 6월호)

 

  종교사학자가 본 한국 개신교
  이진구의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 모시는사람들

본문

 

지금까지 한국 개신교 역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연구되었다. 그 하나는 기독교 역사학적 관점으로, 세계 기독교 역사라는 큰 범주의 일부로서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신학이 근대 학문으로 정립되는 과정에서 확립된 역사신학이나 교회사의 방법론으로 한국 개신교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는 개신교인들이 자신의 역사를 다루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독교의 확장이라는 차원에서 주로 개신교의 국내 도입, 전파, 성장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 관점은 한국 개신교 역사학의 기초를 놓았고, 해방 이전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개신교 역사를 보는 주된 관점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를 역사적으로 점검하는 두 번째 관점은 한국사학적 관점이다. 이 관점은 1970년대 들어 한국사를 전공한 개신교인들에 의해 도입되었다. 한국사 전공자들이 한국사의 맥락에서 개신교를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자들이 개신교인이라는 점에서는 기독교 역사학과 다르지 않지만, 그들은 한국사학의 관점, 사관, 방법론으로 한국 개신교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독교 역사학과 구별된다. 한국사 전공자들은 기본적으로 민족사학의 관점에서 개신교의 민족사적 역할과 의미를 점검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그들의 노력으로 개신교 역사 속 인물과 사건에 대한 민족사적 평가가 이루어졌고, 개신교 역사가 한국사의 한 분야로 인정받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이 두 가지 외에도 다양한 학문적 관점과 방법론으로 한국 개신교를 검토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초기 개신교의 역할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관찰하기도 하고, 개항기 선교사나 개신교인들의 저술을 국어국문학사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했으며, 여성 선교사나 여성 교인들을 여성사라는 관점에서 점검하기도 했다. 또한 개신교의 여러 현상을 사회사, 정치사, 외교사, 법제도사 등의 관점에서 다루는 연구도 나왔다. 그런데 기독교 역사학과 한국사학을 제외하고, 한국 개신교에 대하여 가장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분야는 종교학
이다.
종교학자들은 주로 종교현상학, 비교종교학, 그리고 종교사학적 관점에서 한국 개신교를 연구해왔는데, 그것은 기독교 역사학이나 한국사학과 분명히 구별되는 접근법이다. 우선 종교학자들은 한국 개신교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서 그 역사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기독교 역사학자들과 구별된다. 학문의 객관성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연구 대상과 연구자가 얼마나 분리되어 있는가이다. 따라서 종교학자들이 한국 개신교를 바라보는 이 ‘외부적 시선’은 그들로 하여금 기독교 역사학자들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한국 개신교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또한 종교학자들은 민족주의로부터 자유롭게 한국 개신교를 탐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학자들과 구별된다. 한국사학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사학이다. 현대 민족국가(nation-state), 그것도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에서 민족주의가 가진 필연성이나 당위성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민족주의가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가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학문의 장애물이다. 종교학자들은 그 장애물을 넘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사학자들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이진구 소장은 종교학의 관점에서 한국 개신교를 바라보는 대표적 학자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그가 발표한 수많은 논문은 ‘종교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개신교 역사’라는 하나의 영역을 이끌어가기 충분할 정도로 풍성하다.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은 그가 출간한 최초의 단행본으로서, 그의 연구 역량과 아울러 종교학적 접근법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은 근현대 한국종교사의 ‘종교지형’ 변동에 주목하면서, 비교종교론 입장에서 한국 개신교의 자기 정체성을 탐구한다. 저자가 주목한 종교지형 변동은 크게 세 가지이다. 개신교보다 100년 먼저 들어와서 선교를 시작한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의 경쟁과 세력 변화가 하나이고, 개신교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유교, 불교, 민간신앙 등 ‘전통종교’와의 관계가 하나이며,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이후 1920년대부터 급격하게 유입되어 크게 위세를 떨치며 개신교를 공격한 사회주의(공산주의)가 몰고 온 종교지형의 변동이 마지막 한 가지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종교지형의 변동 속에서 개신교인들이 자신과 경쟁·대립·투쟁 관계에 있던 세력들에 대하여 가졌던 ‘타자인식’을 분석하고, 그 타자인식을 통해 개신교인들의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그 정체성의 핵심적 구성 요소가 타자인식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한국 개신교를 이해하는 새롭고도 좋은 틀을 제공한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개신교인들이 ‘타자’로 인식한 세 가지 대상, 즉 천주교, 전통종교, 사회주의와 근대과학(진화론)에 대해, 그들과 갈등이 있던 시점에 한국 개신교를 대표한 선교사, 신학자, 목회자, 평신도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비교하고 분석하는 데 있다. 저자가 주목한 종교지형의 변동이 개항기부터 1920-30년대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에 분석의 대상이 된 견해도 그 시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한국 개신교 전체를 다루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책의 제목은 어느 정도 과장된 면이 있다. ‘해방 이전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 정도로 책의 범위를 제한했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이 다루는 시기에 형성된 자기 정체성이 이후 한국 개신교 정체성의 주요 구성 요소가 되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개신교인들이 인식했던 타자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풍성하고 설득력이 있다. 풍성하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천주교에 대한 인식을 다루는 장(章)을 보면, 천주교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타자인식뿐 아니라 천주교인들의 개신교 인식도 소개되어 있고, 개신교 각 교파 간의 상호 인식도 언급된다. 또한 개신교인들의 천주교 인식을 점검할 때도 여러 명의 선교사와 한국 교인의 견해를 소개한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견해를 살펴보았기 때문에 저자는 선교사들이 천주교에 대하여 가졌던 공통적 견해를 추출함과 동시에 각 사람 사이에 있는 견해 차이를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개신교인들의 견해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노병선, 최병헌, 김창제, 이명직, 박형룡같이 익히 알려진 인물뿐 아니라 성결교의 한성과나 장로교의 박승명같이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들의 견해도 소개한다. 거기에 「신학지남」과 「신학세계」 같은 정기간행물 기사, 각 교단의 신앙고백, 신학교 교재 등이 더해져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렇게 다양한 사례들을 묶어 저자는 천주교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타자인식을 몇 가지로 유형화하여 정리하는데, 논의 과정이 풍성한 만큼 정리된 유형들도 설득력이 있다.
천주교 및 다른 교단에 대한 타자인식에서 보여준 저자의 논의 방식은 다른 종교 및 사회주의/근대과학에 대한 논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주목할 점은 기존의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거나 언급되더라도 다른 맥락에서 등장하기 마련인 인물들의 견해가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타종교 인식 부분에서는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평신도 철학자 한치진에 대한 논의가 길게 이어지고, 기독교와 과학의 관계를 다룰 때는 김장호가 등장한다. 김장호는 신학적 문제로 갈등을 빚던 장로교단에서 나와 조선기독교회라는 독립교단을 설립한 인물이다. 그런가 하면, 무교회주의 지도자 김교신과 함석헌, 그리고 한국 개신교 주류가 배척하는 안식교가 진화론과 관련된 논의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인물이나 교단의 견해는 이 책의 논의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물론 박형룡처럼 책 전체에 걸쳐 줄곧 등장하며 논의의 대상이 되는 인물도 있다. 박형룡이 시종 등장하는 것은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 속에서 그가 가지는 대표성의 크기에 근본주의가 한국 개신교 내에서 가지는 비중의 크기가 더해져서 생긴 현상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저자는 한국 개신교가 기독교 공간, 종교 공간, 세속 공간 속에서 어떻게 타자를 인식하여 자기 정체성을 세웠는지 살펴본다. 그런데 세 번째 영역은 다른 두 영역에 비해서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세속 공간은 다른 공간에 비해서 그 영역이 무척 넓기 때문이다. 세속 공간과 관련하여 이 책은 사회주의 및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근대과학에 대한 견해만 살펴본다. 그러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이 ‘세속’의 공간임을 생각할 때 이것은 상당히 제한된 접근이다. 이 문제는 저자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가 앞으로 세속 공간과 관련된 논의를 더 전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각 영역이 한국 개신교인들에게 던진 질문(혹은 그들이 각 타자에게 답하고자 했던 질문)을 “무엇이 ‘참 기독교’인가?”, “어느 종교가 ‘참 종교’인가?”, “어느 것이 ‘참 세계관’인가?”로 정리한다. 그가 보여준 바에 의하면 보수적 개신교인들은 이 세 질문에 대하여 모두 “개신교, 개신교, 개신교”라고 답했을 뿐 아니라, 천주교나 타종교, 그리고 사회주의를 ‘거짓’이나 ‘가짜’로 보고 적대시하여 각 영역에서 쫓아내고자 했다. 이에 비하여 진보적 개신교인들은 같은 답을 하되 타자를 적으로 간주하거나 몰아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타자와의 공존 가능성을 다양한 형태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타자 위에 군림하려 했지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이것이 종교학자로서 저자가 내리는 냉정한 판결이다.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은 해방 이전 한국 개신교에 대한 종교사학적 탐구로서, 종교학이 한국 개신교 이해에 어떤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한국 개신교를 평생 연구해온 뛰어난 종교사학자가 한국 개신교에 준 소중한 선물이다.

류대영 | 한동대학교 교수로서 역사, 문학, 그리고 기독교를 공부하며 가르치고 있다.

 
 
 

2018년 10월호(통권 7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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