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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 선 사람들
- 나비의 날개짓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는 나아간다
 
   
2014년 03월호 Home > 기독교사상 > 신학과목회
특별기고
WCC 제10차 부산 총회에 대한 단상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WCC)의 제10차 총회가 작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렸다. 이제 이후로 세계교회와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사 속에 이 총회는 ‘부산 총회’로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이번 부산 총회의 화두를 꼽으라면 ‘환대’(hospitality)와 ‘교제’(koinonia)가 아닐까 생각한다. 열흘 남짓 동안 열린 총회 기간 동안 세계교회에서 온 약 3,000여 명의 대표들은 한국교회의 진심어린 환대와 사랑을 경험하고 돌아갔다. 손님이 아닌 형제자매로서, 타인이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된 지체로서 한국교회는 그들을 환영하고 섬기며 위로했다. 한국교회의 이런 환대가 있었기에 부산 총회는 세계교회가 서로의 사역과 삶을 나누고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교회에 요구하시는 생명.정의.평화의 과제들에 대하여 논의를 하였으며 각자의 다른 전통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함께 예배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성찰하는 영적인 여정의 축복을 누릴 수 있었다.
부산 총회가 지녔던 몇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면, 우선 세계교회 참가자들이 역대 총회 가운데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WCC의 345개 회원교회들 가운데 90% 이상이 공식적인 총대를 파송하였다. 또한 로마가톨릭 교황청은 부산 총회에 대규모 참관단을 파견하였고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 WEA)을 비롯하여 로잔운동(Lausanne Movement)에서도 다수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 가운데 함께 기독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협력하는 세계기독학생연맹(World Student Christian Federation, WSCF), 루터교연맹(Lutheran World Federation, LWF),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 WCRC), 기독교구호단체와 사회봉사기관들의 연합체인 ACT Alliance, 세계기독언론인연맹(World Alliance of Christian Communicators, WACC) 등 다양한 기독교 기관과 기구에서도 규모 있게 참여해 부산 총회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물론, 역대 총회들도 이런 다양한 기관과 기구들의 대표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역대 총회와 달리 부산 총회가 지닌 차별적인 특징은 이런 기관과 기구들이 총회의 기획과 구성단계부터 참여했다는 점이다. 지난 총회들과는 달리 이번 부산 총회는 WCC가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을 위한 하나의 ‘마당’으로 준비했다. 그러기 위해서 WCC에서 구성한 총회준비위원회(Assembly Planning Committee)는 처음부터 로마가톨릭교회와 세계복음주의연맹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과 기구의 대표들을 정식으로 초청하였다. 그 결과 30여 명으로 구성된 APC에는 15명의 WCC 중앙위원과 동수의 에큐메니칼 운동 대표들이 부산 총회의 방향과 주제와 구성을 협의했다. WCC가 부산 총회를 이렇게 개방된 에큐메니칼 공간으로 준비하게 된 것은 그간 WCC가 지속적으로 전개했던 사역의 결과이기도 하다. WCC는 오랜 시간 동안 로마가톨릭교회를 비롯하여 오순절교회와 복음주의권 등과 양자 간 대화를 지속하였으며 공통된 현안들에서 협력해 왔다. 이런 양자 간 대화와 에큐메니칼 협력의 가시적 결과 가운데 하나가 지난 2012년의 로마가톨릭교회와 WCC 그리고 WEA 공동명의로 발표된 “다종교 사회 속에서 기독교의 증언”(Christian Witness in a Multi-religious World)이었다. 뿐만 아니라 부산 총회를 앞두고 공식적으로 채택된 두 개의 주요문서인 신앙과 직제운동의 “교회 - 하나의 공통된 비전을 향하여”(The Church- Towards a Common Vision)문서와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의 선교문서인 “함께 생명을 향하여 - 변화하는 지형 속에서의 선교와 전도”(Together Towards Life - Mission and Evangelism in Changing Landscapes)이 완성되는 과정에서도 로마가톨릭교회와 오순절교회, 복음주의교회들이 참여하여 내용적인 기여를 했다. 이런 맥락에서 부산 총회는 한층 깊어진 에큐메니칼 운동 안에서의 세계교회의 교류와 협력을 고양시키는 계기로 준비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예배와 성경공부, 에큐메니칼 대화들과 워크숍 및 ‘마당’에서의 공간운영 등 부산 총회 전반에서 WCC의 회원교회들에서 온 총대들과 총회 참가자들, 에큐메니칼 운동 전반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의 협력과 시너지는 부산 총회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역대 총회들과 부산 총회의 차이는 총회가 개최된 공간의 선택과 운영에서도 나타났다. 부산 총회는 WCC로서는 처음으로 전문회의 공간에서 개최된 총회였다. 총회 장소였던 벡스코는 매우 집약된 공간에서 총회의 모든 활동들이 펼쳐지는 이점을 제공했다. 그 결과 동선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이동시간과 이동의 자율권의 배려가 필요한 장애인들이 원활하게 모든 총회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런 공간적 이점은 부산 총회에 역대 총회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에큐메니칼 장애인연대(Ecumenical Disabilities Advocacy Network, EDAN)회원들이 참여한 것에서도 잘 나타났다. 벡스코가 제공한 또 하나의 이점은 APC가 요구했던 주요한 요소인 총회의 회무와 교회들의 회합으로서의 축제공간을 구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회무실과 마당이 구조와 내용면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운용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벡스코 영내에 공존함으로써 총회 참가자들은 양쪽 모두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벡스코가 WCC의 총회를 위해 필요한 모든 공간적인 요구들을 완벽하게 충족시킨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으로 남는 것은 예배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다. 총회 마지막 날에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 설문 결과 예배 참여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이는 에큐메니칼 예배가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과 예배시간 동안 함께 호흡함을 기본 요소로 하는데 벡스코의 전시관은 이런 영적인 소통과 교류에 적합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 총회에 참가한 총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 설문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지난 9차 포르토알레그레 총회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으며 조사된 모든 항목에서 9차 총회 때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9차 총회에 비해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이 나왔던 항목으로는 회무시간(business plenary), 지역별 모임과 교파별 모임 및 예배였다. 회무처리와 관련하여 많은 응답자는 그 시간이 전체적으로 부족했고 마지막 날에 급박하게 회무를 처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예배는 내용이나 구성보다는 예배 공간이 공동체성을 도모하는 데에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과 침묵과 명상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는 점이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설문 조사의 내용에도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었지만 부산 총회 참가자들은 한국교회의 환대와 함께 한국교회가 준비한 주말프로그램에 대하여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특별히 주말프로그램을 통해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직접 목격하는 경험과 주일에 한국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여 역동적인 한국 기독교의 모습을 경험한 것은 많은 이들에게 총회의 하이라이트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처럼 총회 참가자들이 총회의 경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총회 준비의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의 하나로서 매우 보람되고 만족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총회에 대한 평가의 대부분이 기획과 운용 등 기술적인 부분들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로 부산 총회 현장에서 진행된 평가 설문을 통해서는 총회의 내용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각 국가별 혹은 개교단별로 자체평가회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제네바 WCC 본부와 공유한 회원교단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자의 자평은 조심스럽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제네바 본부와 공유된 회원교단들의 평가 내용들 가운데에는 내용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내용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WCC의 본질과 그 역할에 대한 평가도 포함되어 있다. 즉, WCC가 기독교회의 가시적인 일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교회들을 부르기 위해 존재하는데 이번 부산 총회에서는 가시적 일치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일치선언을 채택했고 또한 일치에 대한 전체회의(Unity Plenary)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에 참석한 회원교단들의 총대들이 가시적인 일치와 그것을 가로막는 과제들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를 할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연관된 지적으로서는 신앙과 직제위원회의 연구결과인 “교회 - 공동의 비전을 향하여”가 총회에서 소개되고 공유되었지만 이에 대한 전체회의(Plenary) 혹은 심층적인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별도의 시간이 제공되지 못했다는 점 또한 지적되었다. 이는 교회론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증진시킬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 못함으로써 교회론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에서 기인하는 교회들의 분열에 대하여서도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으로 부정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부산 총회의 주제인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에 대한 심층적인 신학적인 성찰과 연구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생명.정의.평화 등은 그 자체로서도 매우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주제이다. 그러니 총회에서 이 셋을 함께 포괄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모인다고 했을 때는 이에 관한 에큐메니칼 운동의 관점에서 충분히 성찰하고 각각의 가치와 비전은 물론 이 셋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전적인 해석의 틀이 필요했다. 그러나 부산 총회 준비과정에서 이러한 통전적이고 깊이 있는 신학적 성찰은 거의 없었으며 그 결과 부산 총회가 끝난 후 총회 주제와 관련된 신학적인 결과들이 가시적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생명.정의.평화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인 해석과 분석의 틀이 제시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부산 총회의 주제와 그것이 지향하는 바와 과거 WCC에서 진행했던 정의.평화.생명체제의 보존(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 JPIC) 프로그램 사이의 차별성이나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겠다는 비평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갈등과 분쟁과 살생의 현장들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이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기독교적인 대안의 구체적인 제시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발표들은 현재 상황들을 기술하는 데에 집중되었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는 유용했으나 그 문제들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의 그림자는 부산 총회에서 채택된 가시적인 결과물이자 다음 총회 때까지 WCC가 중점을 두고 시행하기로 결의한 “정의와 평화의 순례”가 나아갈 방향과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 설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열흘 간의 총회 기간 동안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한 기대일 것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내가 모호함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회원교단들의 90% 이상이 참석 했던 부산 총회 현장에서 생명.정의.평화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오늘의 시대적 정황을 반영한 새로운 해석의 틀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것과 총회의 주제가 어떻게 정의와 평화의 순례 속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만 그치지 않고 우려와 책임감을 더욱 고취시킨다. 우려하는 바는 현재의 기구적 에큐메니즘의 방법론에 익숙한 서구의 교회들을 비롯한 일부의 무리에 의해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위한 신학적 담론과 방법론의 기초를 놓는 과정이 과도하게 점유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는 기우이기를 바라는 걱정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동반되는 책임감은 나의 이런 생각이 기우에 불과하도록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와 중동, 태평양 지역의 교회들과 소통과 공유의 통로를 활발하게 개척하고 지속시키는 노력을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독교의 중심이 비서구권으로 이동했다는 현실과 부산 총회를 통해 비서구교회의 역량이 검증되었다는 자신감은 지난 60여 년간 서구교회를 중심으로 지속되었던 에큐메니칼 담론과 방법론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이르렀다는 현시성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부산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이런 책임감을 갖고 내실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동성 l 교수는 네
글쓴이 / 김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