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가을 오후, 성인인 아들과 저는 동네에 있는 한 숲을 거닐었습니다. 우리는 땅과 가까운 줄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나무에서 멈췄습니다. 제가 그 구멍으로 머리를 집어넣자, 아들이 그 속에 동물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속은 완전히 비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속이 비었는데도 나무의 겉 부분이 튼튼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처럼 사람들 또한 겉으로는 안정되고 강인해 보이더라도 낙담하거나 마음이 괴로운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주일, 목사님은 우리 옆에 있는 어떤 사람과 함께 기도하자며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평소에 가벼운 대화를 자주 나누던 그 여인 옆에 앉아서 기도가 필요한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괴로움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제 딸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우리 관계를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내밀한 아픔이 드러나 연약해진, 보기 드문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은 속 빈 나무와 같은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빈 구멍을 들여다보며 기도해주거나 격려할 기회를 좀처럼 갖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 역시 다른 사람에게 제 상처와 아픔을 드러낼 만큼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기에,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의 빈 구멍을 들여다보고 사랑으로 대하라고 격려하십니다. |